"호국영령들을 기리며.." 전쟁의 비극을 다룬 게임들
오는 6월 6일은 이 땅의 자유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을 기리는 제 64회 현충일이다. 이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전세계에서 유일한 휴전국으로 남아 있는 우리에게 이 현충일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
이는 전세계의 전쟁을 주요 소재로 한 게임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엄청난 규모의 병력과 당시 과학 기술력을 모두 쏟아 넣은 병기들이 등장하는 전쟁은 게임의 좋은 소재였고, 이중 두 번의 세계 대전은 전세계 무수한 작품들의 무대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이 수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온갖 비극이 펼쳐진 전쟁을 엔터테인먼트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며, 게임 속 전쟁을 보다 진중하고 현실적으로 다루는 작품들도 이전보다 더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6년 출시된 EA의 배틀필드1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실 2차 세계대전으로 명성을 얻은 배틀필드 시리즈는 전쟁의 모습을 리얼하게 다루어 세계 FPS 시장의 큰 영향을 미치는 게임으로 성장해 온 게임이었다.
그러던 중 2016년 다시 세계 1차 대전으로 돌아간 배틀필드는 그야말로 영웅도 희망도 없이 오직 죽음만이 가득한 전장을 현실적으로 다뤄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
멀티플레이가 중요해지면서 싱글 플레이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배틀필드1의 싱글 플레이는 "당신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라는 프롤로그처럼 수 많은 적들을 물리치는 영웅이 아닌 참호속에서 죽어가는 병사 중 한명으로 등장해 참혹한 전쟁의 민낯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아울러 탱크, 비행기 등의 근대 병기가 태동하던 시기 전쟁을 다루어 생존 시간이 단 17시간에 불과한 연합군의 왕립 비행단 파일럿의 이야기나 탱크의 등장으로 기존 전술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희생되는 병사들의 모습도 그려내어 당시 병사들의 느낌을 간접적로나마 느낄 수 있다.
특히, 1km의 전진을 위해 수 천명이 사망하는 것은 물론, 총과 수류탄이 비에 작동하지 않아 삽과 주먹으로까지 서로 죽고 죽이며, 고통받고 절망에 가득한 1차 세계대전의 전장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기도 했으며, 게이머가 사망하면 전쟁에 관련된 명언이 등장하는 등 전쟁이 그저 유희에 불과하지 않는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 주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전쟁의 참극과 게임성을 동시에 잡아낸 작품의 후속작으로 등장한 배틀필드5는 뜬금없는 여성 게릴라의 등장과 같은 전쟁의 본질보다 PC(정치적 올바름)의 느낌이 가득한 미션과 개발자의 망언 등으로 최악의 평가를 받았지만, 배틀필드1 만큼은 게이머들에게 "전쟁은 장난이 아니라는" 묵직한 메세지를 남기는 작품으로 남았다.
야거 디벨로프먼트가 개발한 FPS 게임 '스펙옵스: 더 라인'이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엄청난 모래폭풍에 고립된 두바이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여러 미션을 수행해 나가며 결국 적을 처단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여타 게임들과는 다르게 참혹한 전쟁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여준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려하지만 모래폭풍으로 인해 황폐화된 두바이에서 의문의 구조요청을 받은 델타포스 팀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스펙옵스: 더 라인'은 확고한 신념과 목표로 무장한 군인들이 고립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광기 속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 게임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군인들의 대사가 점차 과격해지고 정상적인 사고 판단이 흐려지는 중에 후반부에 펼쳐지는 엄청난 반전은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의 멘탈도 함께 날려버린다는 극찬을 받기도 할 정도.
물론 FPS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전투와 액션 플레이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스펙옵스: 더 라인'은 스토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FPS 게임에서 스토리 하나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명작 FPS 게임 시리즈 '브라더스 인 암즈' 역시 빼놓 수 없는 작품이다. 보더랜들 통해 정신나간 SF 액션 시리즈를 선보인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작품인 '브라더스인 암즈'는 모두의 목숨을 앗아가는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생생하게 표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이다.
작전을 수행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게이머는 분대장이 되어 각 포지션에 특화된 부대원들을 이끌어야 하며, 명령을 잘못 내리는 순간 바로 적의 공격에 사망하는 전우들을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야말로 영광으로 가득한 무적의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닌 명령 하나 하나에 죽고사는 최전선 병사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해낸 셈이다. 이 때문에 게임의 분위기 역시 매우 침울하게 그려지며,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른바 'PTSD'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모습 역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게임의 주목할 만한 부분 중 하나다.
이처럼 게임은 전쟁을 콘텐츠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쟁의 민낯을 동시에 조명하는 작품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인터넷 상에서 철없이 '전쟁'을 운운하는 이들이 보이는 지금. 오는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리며, 승자도 패자도 모두가 고통 받는 참혹한 전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