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상남자를 위한 게임 기어스5, 애송이들이 좀 더 성숙해졌다
두터운 갑옷을 입은 상남자들, 그리고 거침없이 적을 썰어버리는 전기톱 액션으로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가 돌아왔다.
전작 이후 3년만에 출시된 기어스5는 인간 병기 마커스의 활약을 그린 3부작 이후 새로운 출발을 알린 기어스 오브 워4의 다음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다소 어설픈 모습들을 보였던 JD와 케이트 등이 이번 작품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제목을 기어스로 더 간결하게 변경하면서, 마커스 다음 세대들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XBOX 진영을 대표하는 게임답게 이번에도 많은 기대를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작품은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화려하게 막을 내린 3부작 이후 새로운 출발을 알린 전작 기어스오브워4가 새로운 주인공들과 함께 도전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어려진 주인공만큼이나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거칠고, 묵직한 액션으로 전작의 강점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로커스트와의 전쟁이 끝난 뒤새롭게 등장한 애송이들에게서는 인류 멸망 직전까지 경험한 마커스들의 치열함을 느끼기 힘들었다. 새로운 캐릭터들에게 정이 들기에는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적기도 했고.
3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기어스5는 전작의 이런 평가 때문인지 좀 더 기존 3부작에 가까운 분위기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새롭게 등장한 적들인 스웜과의 전투가 본격화되면서, 이전 3부작이 떠오를 만큼 좀 더 우중충하고, 치열해졌으며, 실전을 경험한 주인공들도 전작의 애송이 티를 벗고 한층 더 진지해진 전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마초적인 분위기가 강한 이전 시리즈와 달리 4편에서 조연으로 등장했던 여성 케이트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전작보다 더 깊이 있는 스토리가 케이트의 존재감을 마커스에 뒤지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다. 솔직히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스토리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게임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이 시리즈를 더 길게 끌고 가고 싶다는 개발사의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스토리에 힘을 준 덕분에, 다소 두리뭉실한 느낌이 있었던 기어스 시리즈의 세계관이 더 두터워진 느낌이다.
게임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변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괴물이 등장한다-> 장소 이동 후 괴물 소탕-> 스토리 컷신이 계속 반복되는 형태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오픈 월드 개념이 도입됐다.
맵이 그리 넓지 않고, 가야하는 곳이 이미 정해져 있는 형태이다보니 오픈 월드라고 보기에 민망할 수도 있지만, 맨날 괴물들을 쫓아 땅 밑으로만 다니던 전작들과 달리, 스키 형태의 배를 타고, 설원, 사막 같은 곳들을 시원하게 달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긴박하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다른 챕터와 달리 오픈 월드 구간인 2, 3 챕터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매번 괴물이 나타나면 그것을 소탕하러 출동하는 디펜스 게임에 가까운 똑 같은 패턴의 전투만 경험하다보니, 사건 해결을 위해 스스로 찾아다니는 오픈 월드 방식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다음 작품에서는 오픈월드 구간의 비중을 좀 더 높여도 괜찮을 듯 싶다.
또한, 시리즈 내내 여러 전투를 겪으면서 주인공들보다 베테랑이 된 로봇 잭은 여러가지 부품 장착을 통해 한층 더 든든한 존재가 됐다. 단지 문을 여는 것 뿐만 아니라, 적들을 공격하고, 아군을 회복시켜주며, 멀리 떨어져 있는 무기를 가져오거나, 은신, 강화 등 다양한 스킬로 아군을 보조해준다. 잭 없이는 전투에서 이기는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협동 플레이를 하면 이용자가 실제로 조작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 서툰 친구들을 기어스의 세계로 인도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마지막 챕터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베어드와 함께 “안돼”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클로 경기관총, 랜서 유탄발사기 등 새로운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무기들이 다수 추가됐으며, 오랜만에 등장한 해머 오브 던이 막힌 속을 시원하게 뻥 뚫어준다.
싱글 플레이만큼이나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멀티 플레이는 대결, 탈출, 호드 등 PVE와 PVP를 다양하게 지원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멀티 플레이 모드에 들어갈 때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데, 별다른 분장없이 게임에 출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배우 바티스타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강한 여전사의 모범 답안으로 등장한 사라 코너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팬이라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렇듯,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4편과 달리 기어스5는 이제서야 진정한 새출발이라고 할만큼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애송이 같았던 주인공들은 한번의 전쟁을 겪었기 때문인지, 아버지 세대만큼이나 든든한 전사의 얼굴로 돌아왔으며, 실험적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던 오픈 월드와 케이트를 통해 서서히 밝혀지는 적들의 실체는 다음 편을 기다리게 만든다. 많이 늙고 지친 마커스의 얼굴을 보면 다소 안쓰러움이 느껴지긴 하지만, 기어스 시리즈가 더 이상 마커스의 어깨에 기대지 않아도 스스로 비상할 수 있을 만큼 더욱 단단해졌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전 3부작은 XBOX가 없으면 즐기기 힘든 게임이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추천하기는 힘든 게임이었지만, 이제는 PC에서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 스팀에도 발매됐으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의 매력에 빠지게 되길 기대한다. 사양이 다소 높은 편이긴 하나,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더 쾌적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