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손흥민 능력치가 왜 이래?" 풋볼매니저 2020

11월은 축구 마니아들의 시간을 앗아가는 이 시대의 타임스톤이자 인생 탈곡기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최신작이 출시되는 달이다. 그동안 이 게임 하나가 빼앗아간 이들의 시간과 노력, 눈물과 환희만 합쳐도 월드컵 시청시간 이상이 될 것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일 정도로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가공할 만한 흡입력으로 축구 마니아들의 "팬티를 뒤집어 입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풋볼매니저 2020
풋볼매니저 2020

지난 11월 19일 정식 출시된 풋볼매니저 시리즈의 최신작 '풋볼매니저 2020'(이하 'FM 2020')는 오랜만에 깊은 FM만의 향기를 느끼며 정신없이 게임을 즐길 정도로 여전한 마성을 보여 주었다.

앞서 설명을 거창하게 했지만, FM을 잘 모르거나, 해외 축구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이 게임은 숫자와 영어만 가득하게 나오는 뭔가 있을 것 같은데 그냥 어려운 게임에 불과한 것이 사실. 때문에 FM 시리즈의 개발사 세가의 스포츠 인터렉티브는 FM 터치와 모바일 버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문턱을 낮추고 있으며, 이번 FM 2020 PC버전 역시 이러한 간편해진 기능을 다수 들고 나온 모습이다.

FM 2020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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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육성 센터'다. 클럽의 핵심 전력인 1군은 물론, 2군(U23)과 팀의 미래인 유소년까지 클럽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FM은 선수와 코치, 팀 훈련 계획과 개별 선수 훈련 지정까지 폭넓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숙련자가 아니고선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이번 FM 2020에서 추가된 육성센터에서는 1군을 제외한 2군과 유소년 팀의 관리를 별도로 떼어내 놨으며, 선수 개개인마다 코치의 조언과 팀의 육성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편리하게 선수단을 관리할 수 있다.

단기 계획과 장기 계획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모든 클럽은 자신들 만의 철학을 관철시키기 위해 별도의 비전을 지니고 있으며, 처음 감독에 부임할 때 이에 대해 협상을 하고, 그들의 방향에 맞게 구단을 운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19세 미만의 어린 선수들을 영입하고, 재미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요구하는 아스널에서 수비적인 전술과 30세 이상의 노장만 계속 영입한다면 구단의 신뢰도가 계속 급감하는 식이다.

FM 2020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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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로 가던 서울만 가면' 된다고, 연승을 하거나 우승 트로피를 따내어 감독의 명성을 높인다면 다음 시즌에서 감독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지게 된다. 여기에 선수들 역시 개개인마다 별도의 단기 계획, 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단 재정을 위해 나가야 하는 선수 이외에 핵심 선수라면 이 계획을 확인한 뒤 이에 맞는 행동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픽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작과 뭐가 달라졌는지 모를 정도로 아주 미비하게 퀄리티가 1나노미터 정도 상승한 모습이다. 우리팀 1:1의 성공 확률은 제로에 가깝고, 상대는 우당탕탕하며 골을 먹히게 만드는 기묘한 속성을 가진 '매치엔진'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경기는 하이라이트가 조금 세분화되고, 모션이 조금 부드러워 졌을 뿐 큰 변화를 느끼기 힘들었다.

FM 2020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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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굉장히 거슬리는 점은 손흥민의 능력치가 민첩성 14, 균형감각은 11 여기에 주력이 고작 15에 불과하고, 패스, 퍼스트 터치가 12에 머물러 있다는 것. 사실 FM 2020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 중 하나는 손흥민의 능력치였다.

지난 2018~2019 시즌 손흥민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어마무시했다. 모두가 힘들 것이라는 맨시티와 챔피언스 리그 8강에서 1차전 결승골, 2차전 멀티 골이라는 활약으로 팀을 결승까지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리그에서도 맹활약하며, 세계 최정상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고의 윙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여기에 2019~2020 시즌 무리뉴 감독 부임전 부진한 팀의 공격을 홀로 이끈 것은 물론, 손흥민이 스프린트를 했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비수 조차 드문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이른바 '국뽕'을 제외하고도 객관적인 데이터인데, 리그 최정상 선수의 능력치가 고작 이정도라는 것은 챔피언십매니저(CM) 시절부터 게임을 해본 본 기자도 극히 보기 힘든 일일 정도.

FM 2020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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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능력치가 하향된 것도 아니어서 한국의 이강인과 (일본이 강제로) 비교되고 있는 일본의 쿠보의 경우 18세 선수가 패스, 드리블, 시야가 전부 15를 넘는다. 이는 손흥민보다 높은 수치인데, 마요르카에 임대로 있는 이 선수가 뭘 보여줬길래 이런 핵심 유망주급 능력치를 가지게 되었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이처럼 FM 2020은 몇몇 새로운 시도는 보이지만, 농구의 2K, 야구의 더쇼와 같이 "대체불가 게임"의 영역에 있는 작품들의 고질병인 넘버링과 선수 로스터만 바뀐 느낌은 여전했고,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의 객관적인 데이터 논란도 이어져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많은 이들이 애용 중인 '이적 버그'도 여전히 FM 2020에서 사용할 수 있다.)

FM 2020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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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는 사람은 여전히 하는 게임이고, 그 하는 사람 중 하나인 본 기자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4년째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FM 2020을 보면서 "FM 시리즈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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