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슬램덩크-마구마구..RPG 뚫어낸 캐주얼 게임들 '비결은?'
거대 RPG 왕국으로 굳어진 한국 게임시장에, 2020년 3분기부터 캐주얼 게임들이 물만난 물고기처럼 약진하고 있다.
13일 구글플레이 마켓 기준으로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가 매출 8위를 기록한 가운데, '슬램덩크'가 19위, '마구마구2020'이 22위, '쿠키런:오븐브레이크'가 24위, '꿈의 정원'이 26위를 기록하는 등 매출 30위권 내에 캐주얼 게임들이 부쩍 늘어났다.
여기에 범위를 40위권으로 넓히면 '피파 모바일'이나 '로블록스', '컴투스 프로야구2020', '브롤스타즈', '로드모바일' 등이 포진되고 '피망 포커'나 '한게임 포커' 류 등 보드게임을 포함하면 개수는 더 늘어난다.
[인기 비결1] 짜릿한 손맛..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
캐주얼 게임의 인기 비결로는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게임성의 강화가 일차적으로 지목된다. 자동전투를 켜놓고 결과물 획득 중심으로 가는 RPG들과 달리, 최근 인기를 얻는 게임들은 직접 조작을 통해 재미를 느끼는, 게임성을 강화한 형태가 대부분이다.
즉 '플레이하는 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한 결과가 인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는 모바일에 맞게 조작이 간편화되긴 했지만 짜릿한 손맛이 일품이다. 숙련된 게이머들끼리 겨루다 간발의 차로 승리를 거머쥐는 것은 즐거움을 넘어 쾌감에 가깝다.
DeNA에서 최근 내놓은 '슬램덩크'도 유명 만화 캐릭터들을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IP 효과 외에도 '프리스타일' 이후 가장 할만한 농구 게임이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게임성을 인정받고 있다. 열심히 조작을 통해 덩크를 성공시키는 순간 만화의 화면이 이질감없이 오버랩되면서 호감도를 높인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처음 만나면 이름 대신 게임 아이디를 물어본다는 초통령 게임으로 유명한 '브롤스타즈'는 다양한 모드와 비교적 안정적인 밸런스, 그리고 친구들끼리 협력해서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게임성 부분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임으로 위치를 잡았다. 인기좋을땐 6위권에도 진입했다가 업데이트가 뜸하면 30~40위 권에 머문다.
또 최근 구글 매출 순위를 급상승시킨 '쿠키런', 그리고 퍼즐 게임 중에 현재 가장 성적이 좋은 '꿈의 정원' 등도 직접 플레이하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게임성을 중시한 게임으로 정평이 나면서 '플레이가 재밌는' 캐주얼 게임 붐을 주도하고 있다.
[인기 비결2] 세련된 과금 형태와 '페이투윈'의 극복
여기에 캐주얼 게임들이 RPG 못지않은 진보된 과금 형태를 갖춘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고를 붙이더라도 효과적으로 붙이고, 아이템도 RPG 못지않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효율화를 통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한때 글로벌 시장을 휩쓸었던 캐주얼 슈팅 게임 '궁수의 전설'은 절묘한 시기에 광고가 등장하기로 유명했다. 스테이지를 공략해가다가, 절체절명의 위기가 오면 '아 지금쯤 빨리 광고가 나와줘야 할텐데' 라고 느끼도록하는 등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 오히려 광고를 기다리는 상황까지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진보된 과금 형태는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넥슨은 게이머들이 일정 스테이지를 돌파하거나 레벨을 달성하면 일정 기간 동안 특수한 카트를 제공했다.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의 자동차인 카트는 속도, 주행 등으로 각기 특징이 있는데, 게이머들은 좋은 카트를 미리 써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카트를 선택할 수 있으며, 현재 보유한 카트 보다 월등히 성능이 좋은 카트를 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위 카트에 눈을 돌리게 된다. 자연스러운 구매 유도 흐름 기법 중 하나다.
여기에 두 달 간격으로 시즌이 종료되는데, 시즌 패스 보상이 특수 카트 영구 사용 등도 있어서 계속 게임을 하는 경우 시즌 패스를 구입하도록 하는 등 세련된 과금 형태로 인기 상위권에 안착했다.
또 하나 이들 캐주얼 게임이 각광받는 이유는 조작을 통해 어느정도 '페이투윈'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는 점이다.
상대가 돈을 써서 웬만큼 좋은 아이템을 구비했더라도, 더 능숙한 조작을 통해 50% 정도는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되는 형태가 많다. '슬램덩크' 같은 경우에도 무과금 유저도 자신의 노력을 집중화시켜 캐시 캐릭터 못지않은 성능을 내는 캐릭터를 키울 수가 있고,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같은 경우도 레이싱 능력을 통해 어느정도 캐시템들을 무효화하며 승리할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이처럼 최신 캐주얼 게임들은 무과금 게이머들이나 약소 과금층 게이머들에게 '페이투윈'으로 무장한 RPG에서의 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출구가 되고 있다.
[인기 비결3] 시기적인 효과, RPG에 지친 게이머들
또 하나 국내 캐주얼 게임의 약진 중 하나로 'RPG 플레이에 대해 피로감이 누적된 것에 대한 반사효과'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최상위권은 전통의 '리니지' 형제에 '뮤', '라그나로크', '바람의나라' 등의 게임들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10위권 밖으로 벗어나면 바로 캐주얼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는 형국이다. RPG처럼 극단적으로 매출을 내지는 못하지만 꾸준한 인기를 유지중이며, 커뮤니티 등에서도 RPG에 비해 호평 빈도가 높다.
특히 RPG들이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 '호갱 게임', '개돼지 게임' 등으로 평가절하 당하는 것에 반해, 캐주얼 게임들은 과금이 있더라도 RPG보다 훨씬 덜하며, 진짜 게임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임노크 장준용 대표는 "RPG들이 각자 개성적이라고 포장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전투 아니면 파밍이고, 한 번에 5시간 이상 즐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 RPG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한계치에 다다른 게이머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는 근 3-4년간 너무 RPG가 범람하다보니 간단한 재미를 가진 캐주얼 게임들을 찾게 되는 시즌이 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비대면 이슈로 사회가 불안정하다보니 오랫동안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회적인 요인도 캐주얼 게임의 강세에 힘을 더한다.
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코로나 현상이 극심한 북미나 유럽을 중심으로 각종 매출 차트에 퍼즐 게임 등 캐주얼 게임들이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가 혼란할수록 세계관이나 스토리에 몰입해야하는 게임들이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마음이 심란할 때에는 가끔씩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들이 힘을 얻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