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정신은 저세상으로 보낸 괴작 스포츠 게임
세상에는 스포츠를 소재로한 다양한 게임이 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이른바 BIG 3로 불리는 대형 스포츠 게임의 경우 세계 게임 시장을 움직이는 거대 기업들의 대형 프렌차이즈 시리즈가 된지 오래며, 아이스하키, 미식 축구, 레이싱, 등 일일히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스포츠 게임들이 시즌에 맞추어 출시되고 있다.
이런 스포츠 게임 중에서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룰 따위는 저세상으로 보낸 듯한 게임들도 함께 존재한다. 모든 스포츠에는 상호 존중과 스포츠 맨십이라는 정식이 기반이 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정신은 가볍게 무시한 이 스포츠 게임들은 게임이라는 공간에서 마음껏 그 괴랄함을 뽐내는 중이다.
지난 8월 28일 정식 출시된 반다이 남코의 스포츠 액션 게임 '캡틴 츠바사: 라이즈 오브 뉴 챔피언스'(이하 캡틴 츠바사)가 이런 괴이한 스포츠 게임에 속한다.
일본 스포츠 만화의 전설인 '캡틴 츠바사'의 스토리를 게임 속에 그대로 구현한 이 게임은 스포츠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살인 태클, 공으로 골키퍼 맞추기, 공중 박치기 등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슈팅과 살인적인 반칙과 같은 황당한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게임이다.
이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탓이 크다. '캡틴 츠바사'는 한국에서는 축구왕 슛돌이로 유명한 ‘독수리 슛’, ‘총알 슛’(츠바사에서는 타이거 슛), 쌍둥이 슛 등의 황당한 슛이 처음 등장한 작품이며, 축구 룰보다는 소년 만화 식의 캐릭터 성장에 집중한 덕에 뒤로 갈수록 말도 안되는 스킬이 다수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를 그대로 구현하다 보니 실제 게임에서는 어깨 태클로 공을 뺏는 것이 일반 기술로 등장하며, 뒤에서 태클을 해도 아무 상관없고, 게이지를 모아 슈팅을 날리면, 골키퍼가 공과 함께 골대로 밀려 들어가는 연출도 심심찮게 나온다. 말이 축구 게임이지, 사실상 액션 게임에 가까운 수준.
다만 만화 속 츠바사가 바르셀로나로 입단하자, 레알 마드리드 측에서 공식 성명으로 아쉬움을 표했을 만큼, 유럽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린 작품이기도 하며, 전형적인 소년 만화 스타일의 땀과 눈물 그리고 좌절을 그대로 게임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만큼 원작의 팬이라면 한번쯤 즐겨볼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큰 인지도가 없지만, 미식 축구의 본가인 미국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워해머 블러드 보울’ 시리즈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보드게임 장르인 워해머 시리즈 중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블러드 보울을 게임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주사위를 굴려 이동하거나 상대를 박살내고(사망), 주변도 박살내며, 앞을 막는 모든 것을 박살내고 달리는 유사 미식축구 게임이다.
그렇다고 룰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턴제로 진행되는 게임인만큼 주사위에 따라 공격과 방어가 결정되며, 라인맨, 러너 등의 포지션도 도입되어 있고, 특수 카드와 특수 스킬도 존재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공격하다간 역습 맞고 선수들이 하나 둘 사망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등장하여 생각보다 심오한 전술을 펼칠 수 있다.
특히, 칼은 기본에 전차나 카오스 신의 축복을 받은 마법 공격 등 각 종족 특성에 따라 등장하는 특수 스킬을 사용하는 재미가 쏠쏠한 것도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여기에 '블러드 보울' 시리즈의 최신작인 '블러드 보울3'가 오는 2021년 초 발매를 앞두고 있어 워해머 세계관을 좋아하거나 미식축구 룰을 아는 게이머라면 한번쯤 즐겨볼 만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레트로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열혈 고교 시리즈 중 하나인 '닌텐도 월드컵'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게이머들에게 추억의 게임으로 유명한 ‘열혈고교’의 속편으로 제작된 ‘닌텐도 월드컵’은 원작 특유의 기상천외한 슈팅과 캐릭터들의 개성 넘치는 스킬, 그리고 상대를 때려눕혀 기절시키는 등의 모습이 그대로 구현된 캐주얼 스타일의 축구 게임이다.
이중 게임 속 등장하는 13개 국가 중 상대팀에 따라 맵이 달라지는데, 무려 ‘소련’(USR)과 같은 혹한으로 유명한 나라의 홈 구장은 모두 얼음으로 되어 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공과 사람이 함께 미끄러져 공을 찾기보다 선수를 쫓아 기절시키려는 기묘한 모습도 심심찮게 연출되곤 했다.
그렇다고 마냥 캐주얼 적인 부분만 강조된 것은 아니다. ‘닌텐도 월드컵’에는 오프사이드 같은 축구 룰이 사실적으로 적용되어 있었으며, 골키퍼, 미드필더, 공격수, 수비수 등 포지션 별로 선수들이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어 캐주얼 적인 재미와 함께 실제 축구와 유사한 현실성을 더했다.(하드웨어 성능의 한계로 총 6명의 선수 밖에 움직일 수 없었지만 말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닌텐도 월드컵’이 게임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개발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D 스타일의 캐릭터를 가진 게임임에도 북미 수출 버전에서는 표지부터 월드컵 분위기가 물씬 나도록 바뀌어 본격적으로 월드컵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으며, ‘열혈고교 피구 클럽: 축구’에 등장한 선수들이 일본 대표로 세계 강호들과 우승을 다투는 전형적인 소년만화 스타일의 스토리가 그대로 펼쳐져 나름의 싱글 플레이 요소도 탑재하기도 했다.
싱가 축구로도 유명한 ‘테크모 월드컵 98’도 이와 비슷하다. 닌텐도 월드컵’보다 4개월 늦은 1990년 9월에 발매된 ‘테크모 월드컵 98’은 각 나라별로 독특한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었음은 물론, 선수들의 게이지에 따라 특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이중 자신의 공을 방어하는 기술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싱가’였다.
때문에 ‘테크모 월드컵 98’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싱가 축구’로 이름을 알렸는데, 얼마나 유명했던지 전국 문방구 앞 오락기기 상당수가 이 ‘테크모 월드컵 98’의 아케이드 기판이었던 ‘ST-V’ 였을 정도로, 하교 시간만 되면 서로서로 ‘싱가’를 먼저 쓰려던 학생들의 고함으로 동네가 떠들썩 해졌던 것이 사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게임이 출시될 당시 일본은 본선 진출이 완전히 물 건너 간 상태였다는 것. 하지만, 일본에서 개발한 게임인 만큼 ‘테크모 월드컵’에는 당당히 일본이 이름이 올랐고, 심지어 ‘도쿄대첩’으로 일본을 꺾고 본선에 진출한 한국의 능력치는 게임 속 국가 중 최약체로 구현해 놓은 반면 일본은 최강 능력치를 지닌 팀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