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딴지곰 겜덕연구소] 버추어 파이터3 한일전 뒷얘기 & 철권, DOA의 역사까지!!
(해당 기사는 지난 2019년 8월 22일 네이버 포스트 게임동아 꿀딴지곰 겜덕연구소를 통해서 먼저 소개된 기사입니다.)
안녕하세요! [꿀딴지곰 겜덕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기자입니다.
이번에도 지식인에서 고전게임 전문 답변가로 활동하고 계신 꿀딴지곰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3D 대전격투 게임의 대명사! 버추어 파이터와 철권, 그리고 DOA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G식백과 한일전, 그 뒷이야기들]
조기자 : 안녕하세요 꿀딴지곰님~ 이번 시간에는 3D 대전격투 게임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이 왔습니다. 그것도 무려 3가지 게임을! 바로 버추어 파이터3와 철권!, 그리고 DOA입니다!
꿀딴지곰 : 하하. 네에. 사실 저희가 오늘은 '세가' 특집 등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려고 했었는데요, 최근에 조기자님이 타 유튜버에 거론되는 일이 생겨서.. 겸사겸사 그 얘기도 할 겸 오늘은 3D 대전격투 게임으로 급 교체가 되었네요.
조기자 : 아.. 최근에 22년 전 '버추어 파이터3 맥시멈 배틀' 동영상이 공개가 되었죠. G식백과 김성회님이 한일전에 대해 다루면서 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G식백과에서 소개된 덕분에 저도 많은 지인분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_);
못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영상을 소개해보죠. 12분짜리 영상인데,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유튜버 김성회 님이 정말 대단한 능력자시더라고요. 이렇게 재미있게 풀어내시다니... ^^
https://tv.naver.com/v/9551837
꿀딴지곰 : ㅋㅋㅋ 이 영상 저도 두세 번 봤는데요,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조기자님. 물어봐도 될까요?
조기자 : 아유 뭐 우리 사이에..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어떤 부분이 궁금하신 건가요?
꿀딴지곰 : 일단 저 G식백과에 나오는 조기자님의 저 엉뚱한 사진들.. 어디서 난 건가요? 평소에 사진을 잘 안 찍으시는 걸로 아는데..
조기자 : 아.. 저 사진들.. 묵혀있던 제 싸이월드를 공개해 줬더니 거기서 퍼간 것 같아요... (-_);; 요청이 왔길래 예전 사진들 마음껏 쓰라고 했습니다. 저도 젊었던 시절에 괴상한 사진들 많이 찍어대던 편이라...
그런데 영상에 아래처럼 편집되어서 쓰였더군요... ;;; 저도 20년 가까이 된 사진들이라.. 보면서도 하하하 싶었습니다.
꿀딴지곰 : 으.. 아무리 젊은 시절의 추억이라지만.. 그렇게 썩 좋아 보이진 않는군요 ㅎ
조기자 :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_); 좀 엉뚱한 사진들을 찍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죠. 저 때는 저때 대로 나름대로 잘 놀았던 시절이라..
요즘의 사회적 체면이나 위상을 생각하면 공개 안 하는 게 낫다.. 싶기도 했습니다만 뭐 숨길 게 있나 싶어서요 ㅋㅋ
꿀딴지곰 : 저 영상에서 조기자님이 '꿀딴지곰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히다 보니 참 많은 분들이 저와 조기자님을 착각하더라고요. 사실 이 네이버 채널은 공동으로 작업하지만 유튜브는 저 혼자 운영하는 건데, 제 유튜브 '꿀딴지곰' 시리즈를 보시던 분들이 저를 조기자님인줄 알고 엄청 댓글을 달더라는.. ;;
조기자 : ㅋㅋㅋ 그러게요. 결국 안되겠다 싶어서 김성회님에게 연락을 드리고 저와 꿀딴지곰님의 관계에 대해 댓글을 달았죠. 생각해보면 나름 재밌는 에피소드였던 것 같습니다. 수습은 했으니까요 ㅎ
꿀딴지곰 : 그런데 지금.. 당시와 비교해서 너무 후덕해지신 거 아닌가요?
조기자 : 네.. 몸무게가 25kg 정도는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그때는 75kg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100kg... 돼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도 그럴게 22년의 세월이 지났으니까요....
꿀딴지곰 : ㅋㅋㅋ 사진 너무 비교됩니다 그려~ 그럼 그 세계대회 이후로도 계속 '버추어파이터' 시리즈를 즐기시나요?
조기자 : 그럼요. 제 인생게임 아니겠습니까. 버파1부터 버파5까지 전용 기판을 3세트씩은 가지고 있어요. 플레이용, 보관용, 예비용... 한 번씩 틀어서 컴까기를 하고 있습니다.
컴까기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버파1 같은 경우는 듀랄까지 깨는데 1분 미만인 것 같아요. 그리고 버파2로 천발도 연습하고, 3로 기술 연습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꿀딴지곰 : 그렇군요.. 레트로 게임만 주구장창 파는 분인줄 알았는데 이런 분이었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나름 계실 것 같습니다.
조기자 : 아케이드 게임도 많이 즐기고, 레트로 게임도 굉장히 많이 즐기는 편이죠. 그리고 직업상 최신 게임들도 많이 하고요.
특히나 요즘은 게임 심사를 많이 하는 편인데, 5월에는 인디 게임 심사만 한 300개 정도 한 것 같아요.
중소기업청과 구글, OGN이 함께 진행한 턴업 프로젝트, 전국 특성화고 앱 경연대회 STAC, 부산 인디커넥트 페스티벌 BIC, 서울시와 진행하는 이달의 G랭크...
기자인가 게임 심사위원인가 할 정도로 많은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있는 중이죠. 이런 식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NKyriPdFU8&feature=youtu.be
꿀딴지곰 : 이렇게 여러가지 근황을 보여주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그 일본을 다녀와서도 한동안 '버추어 파이터'는 계속 즐기신 거죠?
조기자 : 네에.. 그렇습니다. 그때 소개가 살짝 나왔었는데 저는 '사시미'라는 팀에 속해있었어요. 팀 이름이 사시미였는데..저 말고도 임경배, 김신권, 박현진, 박보승, 김한우 이렇게 소속되어 있었죠.
꿀딴지곰 : 팀 이름이 사시미요?
조기자 : 아.. 저희가 오락실에서 게임을 너무 얍삽하게 하다보니.. '너희들 그러다 사시미 맞는다' 라고 충고를 자주 들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당시에 팀명이 사시미였습니다. (-_);
꿀딴지곰 : 그 시절에도 얍삽하셨군요.. 하아.. 그.. 팀원 중에 임경배 씨는 소설가 맞죠?
조기자 : 네 맞습니다. 당시에 임경배 씨는 하이텔에서 '카르세아린'이라는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었는데요, 엄청나게 인기를 얻더니 정식 출판을 거쳐 전문 판타지 소설작가가 되었죠.
지금은 꽤 원로 작가 취급을 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생각해보니 20년이 넘었으니까요.
조기자 : 솔직히 소설 처음 쓸 때 한참 배틀하러 다니던 때라, 카르세아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에도 저희의 성격이 좀 녹아있더군요. 말투라거나 행동거지 등이. ㅎㅎ 지금도 다양한 소설들을 쓰고 있는 모양이니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
꿀딴지곰 : 그.. 사시미 팀원들은 원래부터 게임을 잘 했나요?
조기자 : 아.. 네. 잘하는 편이었죠. '사무라이쇼다운', '엑스맨', '용호의권', '다크스토커즈',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등등 전부 따져보면 전국구에서 놀아도 될 정도의 플레이어들이었어요.
'버추어파이터' 얘기를 하자면 2 시절에는 '엣지 배틀'이라고 하는 전국대회가 가장 컸는데, 마지막 엣지 배틀에서 사시미팀은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 (-_); 좀 더 잘해보려고 했었는데 전국 8강 수준으로 마무리되서 좀 아쉽더라구요.
꿀딴지곰 : 오.. 그럼 그 이후에는요? '버파3'와 '버파4'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조기자 : '버추어파이터3' 시절부터는 사시미 팀은 최소 전국 4강 안에는 들어갔던 것 같아요. 버파2 시절에는 대방동에 고수촌이 형성되었다면, 버파3에는 양재에 메가존이라는 오락실이 고수촌이 되었는데요, 3회의 '메가배틀'이 개최되었고 사시미 팀이 늘 4강 안쪽에는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승은 가도 우승은 못 했던 걸 보니 나름대로 콩라인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ㅎㅎ
꿀딴지곰 : 혹시나 버파3에 대해 재미난 일화가 있으면 소개 좀 부탁드려요~
조기자 : 음.. 재밌는 일화가 있긴 했죠. 어느 날 오락실에서 팀배틀을 하다가, 송태승 사라 라는 분과 아키라꼬마 신의욱, 저, 유웅선 이렇게 술 한잔한 적이 있어요.
송태승 씨는 게임 개발자로 이명진 작가의 만화 '어쩐지 저녁' 게임을 제작하신 분이고, 여기에 욱이가 참여했었... 여하튼 각설하고,
이 술자리에서 욱이랑 유웅선 이렇게 둘이 논쟁이 붙었어요. 유웅선이라는 분은 지금은 유수의 대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계시는데, 당시에는 신의욱, 대마왕, 유웅선, 포스아키라, 퀴즈킹 이렇게 전국 5대 아키라 중 한 명으로 손꼽힐 정도로 강력한 아키라 유저였죠.
당시에 술자리에서 둘이 서로 자기가 아키라로 최강이라고 논쟁이 붙다가, 결국 1대1 대결을 하기로 한 거죠. 10선승인지 15선승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두 사람 모두 서로 자기가 이긴다고 호언장담하고 결국 대결을 다짐하게 됩니다.
저는 그 술자리에 있었는데 두 사람의 대결이 너무 기대가 되어서 속으로 계속 키득키득 웃고 있었죠.
꿀딴지곰 : ㅋㅋㅋㅋ 국내 최고의 아키라 유저를 뽑는 그런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 있었군요.
조기자 : 네에. 그래서 날을 잡고 이수의 시장에 있던 2층의 한 오락실에 모였는데.. 와 정말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계속되었습니다. 한 번 이기면 한 번 따라잡고 이런 식으로 둘 다 절대 밀리지 않고 멋진 대결을 펼치더군요.
결국 둘은 14대 14(10대10일 수도 있음)까지 가게 되었고, 거기에 다시 라운드 2대2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치게 됩니다. 정말 박빙의 승부가 계속되었던 거죠.
꿀딴지곰 : 오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조기자 : 결론을 말하자면.. 신의욱과 유웅선이 서로 한계에 한계까지 처절하게 싸웠는데요, 평소에 긴장을 하지 않고 각종 콤보를 완벽하게 넣기로 유명한 신의욱이 마지막으로 유웅선의 아키라를 마보충보로 띄웠는데, 그만 수패고 콤보를 실패하고 말았어요.
저는 태어나서 욱이가 콤보 실패하는 걸 그때 처음 봤죠. 그렇게 멘탈이 털린 욱이에게 유웅선이 기습적인 이문정주를 꽂아넣으면서 최종 승부는 결국 유웅선에게로 돌아가고 맙니다.
꿀딴지곰 : 크으~~~
조기자 : 당시에 왜 비디오를 찍어놓지 않았을까.. 아니 누군가가 찍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에는 정말 희대의 명승부였죠.
꿀딴지곰 : 흠.. 그렇군요. 그런데 신의욱님이 버파2는 거의 외계인 수준으로 압도했다는데 버파3는 그정도는 아니었나봐요?
조기자 : 그렇죠. 버추어파이터3가 그렇게 손의 빠르기로 모든 걸 다 찍어누를 수 있는 게임은 아니었거든요. 나름 심리전으로도 커버가 가능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욱이도 2 시절만큼 압도적이진 않았죠.
전국구 탑10 정도 들어가는 분들이라면 욱이랑 대등하거나 10대 7-9 정도는 따라갔었으니까요.
꿀딴지곰 : 조기자님도 신의욱님이랑 많이 하셨었죠?
조기자 : ㅋㅋ 많이 했죠. 당연히 제가 욱이랑 하면 승률이 떨어집니다.
하지만~김성회의 G식백과에도 나옵니다만, 저랑 게임하다가 좀 열받는 분들이 계세요. 욱이도 마찬가지로 저랑 게임하다가 얼마나 열을 받았는지 손가락 세우면서 대놓고 욕하면서 간 적도 있죠 (-_);
꿀딴지곰 : 아.. 그 최고의 칭찬이라는 '게임 X같이 하네..'를 신의욱에게도 이끌어내셨던 건가요.. 대단하십니다.. 하하.. 남을 열받게 하는 건 조기자님의 전매특허 같은 건가봐요 (-_);;;
조기자 : 이후에 제가 속한 사시미 팀은 버파4 전국대회에도 출전했었는데요, 두 번의 전국대회에서 모두 결승에서 져서 준우승으로 머물고 맙니다 (-_); 그렇게 2번의 준우승 뒤에는 각자 팀원들이 산업전선으로 나가면서 공식적으로 버파 쪽에선 은퇴하게 되지요.
전국대회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본 비운의 팀.. 비운의 준우승.. ㅠ_ㅠ
꿀딴지곰 : 이건 뭐.. 콩라인의 원조격이셨던 거군요 ㅋㅋㅋ
조기자 : 찾아보니 당시에 받았던 트로피를 보관하고 있네요. 이걸 공개하면서 버추어 파이터 3 뒷얘기는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기자 : 아 그리고, 공식적이진 않았습니다만 '버파3' 시절에도 저희는 기업의 스폰을 받았었어요 ㅎㅎ
꿀딴지곰 : 정말요?
조기자 : 네에. 두산 그룹에서 계신 한 임원분이..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를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저희 사시미 팀에게 스폰을 하면서 오락실 비용과 교통비, 식사비를 1년 정도 제공을 하신 적이 있죠. 대학생 시절에 나름대로 풍족하게 생활하던 시절이었습니다. ^^
꿀딴지곰 : 이야.. 초창기 e스포츠처럼 민간 지원을 받다니 신기했네요. 하하
[자 이제 철권의 역사를 살펴보자!]
꿀딴지곰 : 버파3 뒷얘기 재미있었습니다. 술자리에서 듣는 것처럼 좋았는데요, 너무 짧은 것 같으니 다음에 또 오프라인에서 한 번 자세히 들려주시죠 ^^
조기자 : 알겠습니다.
꿀딴지곰 : 자아 이렇게 뒷얘기로만 채우기엔 다소 부족하니.. 이제 철권과 DOA 얘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합니다. 일단 철권의 역사를 한 번 살펴보시죠.
지금이야 스마트폰에서도 등장할 만큼 이제는 여느 게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3D 게임이지만, 단지 3D로 개발됐다는 이유 하나로 전세계 게이머들이 떠들썩해지던 시절.. '버추어 파이터'와 함께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 바로 '철권'이죠.
조기자 : 네에. 네모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듯한 투박한 캐릭터,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액션까지 당시 3D 게임들은 지금의 게임과 비교하면 실소가 나올 법한 수준이었지만, 2D 게임만 보고 자라던 게이머들이 처음 접한 3D 게임의 세상은 그야말로 ‘신세계’나 다름없었죠.
꿀딴지곰 : '버추어 파이터'로 시작된 3D 대전격투 게임 시대... 2년 후인 1994년 남코(현 반다이남코)에서 당시 3D 기술력을 모두 접합시킨 한 대전격투 게임을 출시하게 되죠. 지금까지도 최고의 대전격투 게임으로 명성을 드높이고 있는 철권 시리즈의 첫 시작이 이때입니다.
처음 세상에 등장한 '철권'은 3D 대전격투의 첫 스타트를 끊은 '버추어파이터'에 이은 후발주자로 여러모로 비교되는 처지였지만 나름대로의 텍스처 떡칠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완전한 폴리곤(3D 그래픽에서 물체를 표현할 때 쓰이는 기본 단위인 다각형- 네이버 지식백과)으로 구성된 버추어파이터와는 달리 폴리곤을 기반으로 한 ‘텍스처 맵핑’을 더해 보다 부드럽고 수려한 그래픽을 구현한 것이죠.
조기자 : 저는 그런 그래픽적인 차별화도 있지만 캐릭터 별 ‘스토리’를 도입하여 캐릭터마다 중간 보스가 다르게 등장하는 등 색다른 요소를 곁들여 게임의 몰입감을 높인 부분을 높이사고 싶더라구요.
특히, 이 스토리 라인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괴짜 디렉터 ‘하라다 카츠히로’ 사단의 손을 거치며 흡사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이 더욱 자극적으로 바뀌어갔는데요, 극적으로 변화해 시리즈를 거듭하며 게임의 또 다른 인기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요소가 됐다고 봅니다.
참고로 '버추어 파이터'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망이죠 ㅠ_ㅠ
꿀딴지곰 : 이후 1995년 등장한 ‘철권2’는 전작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히트 시리즈로써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는데요, 전작의 2배에 달하는 20여 명 이상의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물론, ‘나락 쓸기’, ‘붕권’ 등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 기술들이 완전히 다른 모션으로 등장해 게임 속에 자리를 잡았고, ‘스토리라인’ 역시 강화돼 더욱 다양한 중간보스들과 캐릭터별 ‘멀티 엔딩’을 지원하는 등 여러모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격투 게임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철권의 게임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도 바로 이때로 전국의 오락실에는 서로의 기술을 탐색하고, 교류하는 등 일종의 ‘사교의 장’의 열리기도 했던 것이죠.
조기자 : 한국인 캐릭터 얘기도 빼놓으시면 안되죠!!
꿀딴지곰 : 그럼요. 이 '철권2'에서는 한국인 캐릭터 백두산이 등장했는데, ‘왼발과 오른발’ 두 가지 버튼으로도 콤보가 발생되는 덕에 당시 초등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렇듯 철권2는 일반적인 대전격투 게임을 넘어 하나의 ‘문화 팬덤’을 만들어 냈으며, 게임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만화책 ‘파이트볼’(저자 박철호)이 등장하는 등 국내의 게이머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임으로 상당한 역할을 했지요.
이와 함께 ‘철권2’는 철권 시리즈 특유의 괴이할 정도로 독특한 스토리가 자리잡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주먹과 주먹이 마주치는 대전격투 장르의 게임에서 ‘레이저빔’을 쏘는 ‘데빌’이 최종보스로 등장하는가 하면 악마를 막기 위해 천사(엔젤)가 참전하고, 엔딩에서 주인공인 카즈야가 헤이하치를 절벽에 떨어트리는 엔딩이 등장하는 등 그야말로 막장스토리로 큰 화제를 몰고 왔었습니다.
조기자 : ㅋㅋ 저런 스토리 최고였죠. ㅎㅎ 다만 2까지도 철권은 '버추어파이터2'의 선풍적인 인기와 압도적인 완성도로 아류작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는데요, 3부터는 완전히 평가가 달라졌던 것 같아요.
꿀딴지곰 : 그렇죠. 점점 인지도를 높여가던 철권 시리즈는 1997년 발매된 3편에 이르러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전작인 2편에서 무려 19년이나 지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철권3’는 대다수의 캐릭터에 연륜이 쌓이게 됐고,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미시마 카즈야’가 사망 처리되고, ‘백두산’이 실종되었으며, 신규 캐릭터 ‘카자마 진’과 ‘화랑’이 등장하는 등 캐릭터 설정에 대대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게이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해주었죠.
조기자 : 게임 시스템 역시 변화하여 여타 3D게임에 등장한 ‘횡 이동’이 처음으로 등장해 게임 플레이에 다양성을 높인 부분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기존 1과 2의 경우 몇몇 캐릭터의 대회 출전이 금지될 정도로 캐릭터 밸런스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었는데 3로 와서 드디어 밸런스도 잡혔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꿀딴지곰 : 철권3의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가정용 게임기로의 이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바로 '초월이식'!!!!
꿀딴지곰 : 아케이드 기판(오락실 게임기)로 먼저 출시된 게임을 가정용 게임기(PS, 세가세턴 등)로 출시하는 것을 일컫는 ‘이식’은 게임기가 아케이드 기판의 성능을 따라가지 못했던 90년대에 흔히 있었습니다만, 철권의 개발진은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출시한 버전에서 약간의 폴리곤 조절 및 그래픽 다운을 제외하고 거의 완벽히 게임을 ‘이식’하는데 성공해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세가새턴으로 '버추어파이터' 시리즈가 겁나 구리게 나온 상황에서 이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위상을 살려주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되죠.
더욱이 남코는 단순히 게임을 가정용 게임기로 구동시킨 것을 넘어 엔딩과 오프닝 등의 콘텐츠를 추가하는 등 그야말로 ‘초월이식’을 감행해 '갓 게임사'로 찬양받기 시작합니다.
조기자 : 크으.. 세가에겐 정말 안 좋은 기억이죠 ㅠ_ㅠ 새턴으로의 이식률은 정말.. ㅠ_ㅠ
꿀딴지곰 : 이후부터는 조기자님이 아시는 것처럼 최고의 '철권' 타이틀 중에 하나인!! ‘철권 태그토너먼트’가 1999년에 출시되게 됩니다.
다시 한번 격투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철권 태그토너먼트’는 흔히 말하는 ‘윗선의 강요’로 만들어진 게임인데, 이런 게임들은 흔히 실패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철권의 개발팀은 ‘콤보로 띄운 상대를 다른 캐릭터가 와서 마무리한다’는 식의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해 ‘철권 태그토너먼트’를 엄청난 완성도로 제작하게 되죠.
꿀딴지곰 : 이 게임의 후폭풍은 엄청났습니다. 당시 완성도가 높았던 ‘철권3’를 기본으로 제작된 게임의 틀에 캐릭터의 교대 공격을 통한 자연스러운 콤보가 구현되는 등 외전 격인 ‘철권 태그토너먼트’는 본편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정도로 폭발적인 성과를 거뒀는데요, 이후 남코 경영진에서 ‘철권4’보다 ‘철권 태그토너먼트2’를 먼저 개발하길 바랐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라고 할 수 있죠.
조기자 : 다만 2001년, '철권4'에 와서 좀 주춤했던 것 같아요. 저도 기억이 별로 안나는 걸 보면...;
꿀딴지곰 : 네 맞습니다. 철권4에는 시리즈 최초로 스테이지에 ‘벽’ 개념이 도입되었고 이를 통해 ‘벽 콤보’를 비롯해 고저차를 활용한 콤보 게임 시작 전 움직이기 등의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습니다만 재미를 크게 반감시키는 결과로 나타났지요. 더욱이 아케이드 시장의 불화로 게임기가 많이 보급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게이머들의 관심도가 낮아지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꿀딴지곰 : 하지만 전작이 발매된 지 3년 만인 2004년. 남코는 ‘철권5’를 출시하며 다시 한번 철권의 명성을 높이는데 성공하게 되었구요, 전작의 실패를 거울삼아 ‘철권4’에서 적용한 시스템 중 상당수를 삭제하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철권 태그토너먼트’의 장점을 흡수한 완전히 새로운 게임성을 선보여 회생하게 됩니다.
조기자 :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가 3에서 높낮이의 구현을 삭제하고 4에서 '버파2'로 회귀하여 대 성공을 거둔 것과 같은 경우라고 보면 되겠네요.
꿀딴지곰 : 네 정확히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복잡하고 랜덤적인 셈법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특히 남코는 '철권5'의 완전한 승리를 위하여 이식판인 PS2 버전의 경우 이전의 철권 시리즈(1,2,3편)을 즐길 수 있는 파격적인 특전과 특별 콘텐츠를 포함시켜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조기자 : 와 그랬었나요? '철권5' 대박이네요.
조기자 : 제가 알기로 이때 이후부터 아케이드 시장의 급속한 침체로 철권은 ‘이식’이 아닌 가정용과 아케이드 버전이 각자 발매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아케이드 시장의 침체에 맞물려 철권의 메인 개발자 하라다 카츠히로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말하며 철권의 차기작을 예고했는데요, 이때 말했던 시스템이 바로 새로운 캐릭터의 모션, 신캐릭터 대거 추가, 레이지 모드(HP가 일정 이상 줄어들면 대미지가 높아지는 시스템), 기존의 콤보보다 더욱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바운드 콤보 시스템 등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시스템을 추가하며 완전히 새롭게 무장하고 2007년에 ‘철권6’가 출시되게 되지요.
꿀딴지곰 : 네. 당대의 게임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그래픽을 선보이던 전작과 달리 ‘철권6’는 그야말로 눈길을 사로잡을 수 만한 수려한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의 시선을 붙잡아 놓았으며, 더욱 화려해진 격투 이펙트, 총 50명에 이르는 캐릭터 등 그야말로 차세대 대전 격투 게임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모습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죠.
더욱이 전국의 게이머들을 하나로 묶는 ‘철권넷’을 2008년에 도입하여, 카드를 통해 자신의 전적을 쌓아나가고, 포인트를 모아 캐릭터의 복장을 바꿀 수 있는 등 ‘멀티플레이’ 요소를 듬뿍 담아 게임의 풍토를 ‘혼자’가 아닌 ‘여럿이’ 즐기는 것으로 대전격투 게임의 기조를 바꾸어 놨다고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철권의 e스포츠 리그가 활성화된 때도 바로 ‘철권 6’부터로 전국의 강자들이 모여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관객들에게 선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조기자 : 그래도..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바운드 콤보의 추가로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덕에 게임의 플레이 난이도가 덩달아 상승해서 초보자와 고수의 간극이 너무 벌어진 게 아닌가 싶거든요.
아쉽게도 이런 기조는 '철권 태그 토너먼트2'로 이어지면서 더욱 아쉬움을 나타내게 한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꿀딴지곰 : 지적이 정확하신데요, 역대 최다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뛰어난 그래픽으로 무장한데다 태그 콤보와 바운드 콤보의 2중 효과 덕에 '철권 태그 토너먼트2'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호쾌한 대전을 할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시리즈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게 되었습니다.
꿀딴지곰 : 그러던 2015년, 오랜 공백을 깨고 드디어 철권의 새로운 시리즈 ‘철권7’의 모습이 공개되었는데요, 크라우디오 세라피노, 카타리나 아우베스 등 2종류의 신규 캐릭터가 추가됐으며, 위기의 상황에서 한 번에 역전을 노릴 수 있는 ‘레이지 아츠 시스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동시에 공격을 할 수 있는 ‘파워 크래시 시스템’이 추가되어 색다른 공방전을 유도해 큰 성과를 내었습니다.
또 언리얼엔진4를 사용한 역대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지난 몇 년간 논쟁의 대상이 됐던 바운드 콤보 시스템이 완전 삭제에 가까울 정도로 축소되며 최근 몇 년간 잃었던 대중성을 다시 한번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조기자 : 지금도 '철권7'은, 다양한 리그를 통해서 많은 분들로부터 호평받고 있고, 또 무릎이라는 강력한 선수를 만들어내고 있죠. 일본을 비롯해서 강력한 국가가 하나 나와서 3국지를 펼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제 후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선수들이 열심히 승리해주어서 국위선양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꿀딴지곰 : 휴.. 10여 년에 걸친 '철권'의 역사를 이렇게 짤막하게 한 번 되짚어 보게 됐네요, 이제 또 하나의 유명 3D 대전격투 게임 'DOA'도 한 번 다뤄보기로 하시죠.
[출렁거리는 게임, 'DOA'의 역사]
꿀딴지곰 : 자아 세 번째 테마, DOA입니다. 역시나 세계가 다 아는 유명한 대전 격투 게임 시리즈죠.
조기자 : 네 그렇습니다. 뭔가 다른 쪽의 발전을 거치는 느낌이지만 말이죠. 다분히 일본스럽다 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닌가 생각해요.
꿀딴지곰 : ㅋㅋㅋ ‘잡혀간 공주를 되찾기 위한 용사의 모험’, ‘언제나 옆에서 주인공을 기다려주는 일편단심 히로인’ 그리고 ‘공략해야 하는 이성’에 이르기까지 게임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이른바 ‘여캐’의 모습은 시대와 장르에 따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더욱이 ‘인간의 욕망을 담은 거울’이라 불리는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 중 상당수는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거나 성적 매력이 충만한 남성의 판타지를 담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요.
꿀딴지곰 : 이러한 남성의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담은 여성 캐릭터와 대전격투를 접목한 게임이 있으니.. 바로 테크모의 대전격투 시리즈 ‘Dead or Alive’ (이하 DOA)입니다.
‘싸우는 여성이 아름답다’는 모토로 등장한 ‘DOA’는 철권, 버추어파이터와 함께 3D 격투 게임의 3대 산맥으로 불리는 테크모의 유명 게임 시리즈인데요, 서로 주먹을 치고받는 다른 격투 게임에 반해 특유의 오묘한 ‘홀드 콤보’와 상하좌우를 넘나들며 맵 전체를 사용하는 스테이지 구성 등 뛰어난 시스템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그 유난히 돋보이는 신체를 가진 여성 캐릭터와 수많은 코스튬 패키지 판매로 인해 ‘여캐나 감상하는 게임’ 혹은 ‘영화로 등장한 게임’ 정도로만 인식하는 게이머들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죠...
조기자 : 'DOA'.. 세가의 도움을 받아 탄생하게 된 게임 아닌가요?
꿀딴지곰 : 그렇습니다. DOA는 테크모 산하의 개발 스튜디오 Team Ninja(‘팀 닌자’)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이타가키 토모노부’의 손에서 시작되게 됩니다.
이 분은 국내 게이머들에게 ‘이빨까기’라는 별명으로 알려질 정도로 각종 독설과 도발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한 분인데요, 늘 테크모의 수뇌부와 격렬한 의견 충돌을 일으켰고, 결국 ‘팀닌자’에서 개발하는 새로운 게임의 성공에 대해 ‘내기’를 하게 되죠.
꿀딴지곰 : 자신의 경력을 담보로 개발에 매진하던 ‘이타가키’는 섹시 코드를 듬뿍 담은 여성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대전격투 게임을 개발해 냈고, 새로운 게임의 타이틀을 ‘성공 혹은 실패’라는 극단적인 뜻을 담은 ‘Dead or Alive’로 결정해 1996년 그 첫 번째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꿀딴지곰 : 조기자님이 세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게 바로 이 부분인데요, 'DOA'는 바로 3D 아케이드 기판 MODEL2(모델2)로 개발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각종 구현 부분에서 세가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기판이 비슷하다보니 그래픽적인 부분도 비슷하고 커맨드도 '버추어파이터'를 비슷하게 따라갔는데, 그래도 차별점으로 방어와 반격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디펜시브 홀드’, 상대의 공격을 넘기며 공격을 이어가는 ‘오펜시브 홀드’ 등의 ‘홀드 시스템’과 링 외부로 떨어질 경우 캐릭터가 튕겨 콤보를 이어갈 수 있는 ‘데이저존’과 같은 참신한 시스템을 다수 선보여 대전격투 게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여기에 최신 기종을 통해 개발된 수려한 그래픽까지 여러모로 참신한 게임 시스템으로 무장한 DOA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게임 시스템도, 스토리도 아닌 여성 캐릭터에 적용된 ‘바스트모핑’이었습니다.
꿀딴지곰 : 사실 90년대 중반은 이미 스트리트파이터, 버추어파이터, 철권, 킹오브파이터즈 등 수 많은 대전격투 게임이 등장하던 시기였는데요, 신규 게임 이었던 'DOA'에 대한 관심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고, 때문에 DOA는 게임성보다는 ‘바스트모핑’과 속옷 노출도 불사하는 여성 캐릭터의 과감한 움직임이 큰 화제에 올라 남성 게이머라면 한번씩 오락실에서 흘깃흘깃 훔쳐보는 게임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꿀딴지곰 : 이후 PS버전을 다시 아케이드 버전으로 옮긴 ‘DOA++’를 출시해 새로운 실험을 마친 ‘이타가키’는 1999년 당시 최고의 아케이드 기판으로 꼽히던 NAOMI(나오미)를 통해 ‘DOA2’를 발매하게 되죠. 전작보다 향상된 그래픽과 꺾기, 잡기, 던지기 등의 다양한 모션이 추가된 것을 비롯해 태그 시스템과 같이 게임 곳곳이 업그레이드 된 상태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나 배경을 뚫고 옆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 상대를 밀어낼 경우 아래로 떨어지는 ‘고저차’를 도입한 스테이지는 당시 대전격투 마니아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으며, 이는 향후 많은 3D 격투게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요소가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죠.
조기자 : 저는 2로 넘어오면서 ‘오펜시브 홀더’를 삭제하고 ‘디펜시브 홀드’에 주어진 변경이 좋았습니다.버튼으로 가드를 할 수 있는 등 게이머간의 심리전이 강조된 DOA 특유의 게임플레이를 확립하기에 이르러서, ‘사실상 DOA 시리즈는 2편에서 완성됐다’라고 평가하는 편입니다.
꿀딴지곰 : 맞아요. 이때 대부분 정립되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DOA2’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었던 같아요.
당시 IMF의 여파를 정통으로 겪고 있던 국내 게임 시장에서 상당한 금액을 자랑한 ‘나오미’ 기판은 소수의 게임장에서만 운영되었고, 이마저도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철권 태그토너먼트’에 집중되어 있어 ‘DOA2’를 접한 게이머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죠.
조기자 : 많은 분들이 오락실이 아니라 '드림캐스트'판으로만 즐기던 기억을 가지고 계신 것도 이런 사회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저 조차도 이 게임을 오락실에서 봤으면 좀 더 진지하게 플레이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했거든요. 드림캐스트로만 주구장창...
꿀딴지곰 : 이렇듯 국내에서 그 인지도를 쌓아가지 못한 DOA 시리즈였지만 2002년 Xbox 진영으로 등장한 ‘DOA3’는 국내 게이머들에게 큰 화제로 떠오르게 되죠.
2000년대 들어 라이벌인 세가마저 붕괴시키며 PS2 천하를 만들던 소니에 맞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게임기 Xbox를 개발 중이었지만 게임 타이틀 부재에 고심했고, 이에 DOA 시리즈를 독점으로 참전시키는데 성공했지요.
PS2를 상회하는 성능을 지닌 Xbox의 기능을 십분 활용한 ‘DOA3’는 Xbox 출시와 함께 발매되었고, 대전격투 게임 사상 최고의 그래픽을 통해 구현된 고퀄리티 코스튬, 보다 다양해진 캐릭터, 더욱 부드러워진 모션, 공중 잡기 등의 새로운 시스템까지 그야말로 Xbox를 구매한 게이머라면 필수로 구매해야 할 타이틀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습니다.
조기자 : 그쵸. 어떻게 보면 MS로서는 해볼만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가는 버추어 파이터, 플스는 철권을 가지고 있다보니 자사 게임기도 하나 정도 대표 격투 게임이 필요했었을 것이라서요.
꿀딴지곰 : 맞습니다; 실제로 게임도 잘 나와서, ‘DOA3’는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며 아시아, 북미, 유럽을 막론하고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은 타이틀이기도 했습니다.
제 주변에도 ‘DOA3’를 통해 시리즈에 입문한 분들이 더러 보였을 정도니까요.
이후 ‘이타가키’는 ‘DOA2’의 리메이크 작이자 ‘온라인 대전’ 에 최적화된 ‘DOA 얼티메이트’를 선보이며 또 한번 실험에 나서게 되는데요, 당시에 대전격투 게임의 ‘온라인 대전’은 이전부터 시도돼 왔지만, 초 단위로 승패가 갈리는 장르의 특성상 ‘멈춤 현상’이 걸핏하면 이어져 그 가능성에 비해 아직 미숙한 시스템으로 남아있던 것이 사실이었죠.
이에 DOA의 개발진은 ‘Xbox 라이브’ 기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온라인 대전’ 기능을 선보였고, 이전 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게이머들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여기에 ‘DOA2’를 단순히 리메이크한 것을 넘어 완전 새롭게 리뉴얼된 스테이지와 더욱 다양하게 변화한 ‘홀드 시스템’ 등 단순 ‘홀드’ 싸움 위주였던 기존의 게임 플레이에 새로이 심리전을 더해 더욱 진화한 시스템을 선보여 이때부터 진정 독자적인 길을 가게 됐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꿀딴지곰 : 그리고 이러한 ‘DOA 얼티메이트’의 변화는 2006년 Xbox의 차세대 게임기 Xbox 360으로 발매된 ‘DOA4’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됩니다.
당시 최고의 해상도인 720p(1280 720)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60프레임을 유지하는 그래픽에 관절마다 다르게 움직이는 캐릭터 모션(물론 극강의 바스트모핑도 포함)까지 ‘DOA4’는 Xbox 360의 ‘테크 데모’(기기의 그래픽 성능에 집중한 소프트웨어) 역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불리한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홀드 시스템과 낭떠러지 밑으로 상대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벽을 부수고 이동하는 스테이지 이동까지 여러모로 박력 넘치는 구성으로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도 사실이죠.
특히, ‘DOA4’는 ‘DOA 얼티메이트’에서 한발 진화한 쾌적한 ‘온라인 대전’을 선보였는데, 이 시스템이 얼마나 대단했는가 하면 지금까지도 모든 대전격투 게임들의 온라인 대전 환경과 비교 대상에 오르내릴 정도입니다.
꿀딴지곰 : 이처럼 언제나 진화를 거듭하며 승승장구를 이어온 DOA 시리즈였지만 계속 순탄하게 출시가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DOA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팀 닌자’의 프로듀서 ‘이타가키’와 테크모의 불화가 이어지면서 게임 출시가 중단되기에 이릅니다.
결국 오랜 시간의 갈등 끝에 결국 ‘이타가키’와 ‘팀 닌자’의 멤버 상당수가 테크모를 퇴사하게 되고 이 빈자리를 ‘하야시 요스케’가 맡게 되면서 DOA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꿀딴지곰 : 5년의 공백을 뒤로한 채 2011 동경게임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DOA5’는 그야말로 올해의 화제의 게임으로 꼽히기 충분했던 게임입니다.
더욱이 시리즈의 명맥조차 이어가지 못하던 ‘버추어파이터’의 주인공 ‘아키라’의 참전은 원작 팬들에게도 큰 충격을 전해주었죠;;;; 죽었던 아키라가 DOA에서 살아난 격이었으니…
조기자 : 커흑 ㅠ_ㅠ
꿀딴지곰 : 그리고 5로 넘어오면서 'DOA'는 이전까지 고집해온 Xbox 진영 단독 출시가 아닌 PS3와 Xbox 360 멀티 타이틀로 발매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기술력과 함께 이전까지 이어져 내려온 여성 캐릭터의 섹시 어필에 정점을 찍게 됩니다...
캐릭터가 땅에 구를 경우 옷에 흙이 묻는다던가 물에 젖으면 속살이 비치기도 하며, 캐릭터가 흘린 땀이 목덜미에 흐르는 등 그야말로 남성 게이머라면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의 표현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물론 옵션에서 이 기능을 ON/OFF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OFF로 해놓은 이는 제 주변에서 아직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꿀딴지곰 : 게다가 이후의 테크모의 행보를 보면 ‘DOA5’를 왜 만들었는지 정체성에 혼란이 올 정도입니다.
테크모는 ‘DOA5: 얼티메이트’를 출시하면서 수영복, 웨이터, 경찰복 등 그야말로 수백 가지의 캐릭터 코스튬을 담은 다운로드 콘텐츠(DLC)를 무료 혹은 유료로 선보였습니다.
이를 모두 구입할 경우 PS3 본체 가격을 넘는 만만치 않은 금액을 자랑해 대전격투가 아닌 ‘여캐 옷이나 갈아 입히는 게임’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는데 일조하게 되죠.(공식 대회에서 금지된 코스튬이 절반이나 될 정도니 이들 복장이 얼마나 높은 수위인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_);; )
꿀딴지곰 : 그리고 결국 'DOA5'의 완전판으로 불리는 ‘DOA5: 라스트 라운드’가 발매되게 되었는데요, 이 ‘DOA5: 라스트 라운드’는 PS4, Xbox One 뿐만 아니라 최초로 PC로 등장해 DOA5의 완전판으로 불리며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번역 때문에 게이머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으며, ‘의상 DLC’만 받을 수 있는 ‘시즌패스’를 무려 ‘110,800원’(한국 PSN 기준)에 판매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의상을 판매할 것인지 크게 비난받기도 했습니다.
꿀딴지곰 : 비록 그 특유의 선정성 덕에 '덕후 게임'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긴 하지만 오랜 시간 시리즈를 이어오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DOA 시리즈.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죠. 다양한 외전들이 또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임이 2003년에 등장한 ‘Dead or Alive Xtreme Beach Volleyball’(이하 데드오어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발리볼 / 이하 DOAX)입니다. 여성 캐릭터들만이 등장하는 ‘비치 발리볼’이라는 소재를 통해 대전격투가 아닌 완전히 다른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낸 것이죠.
꿀딴지곰 : ‘파라다이스 같은 해변에서 즐기는 미녀들과의 배구’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DOAX’는 이전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스핀오프(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여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작품으로, 출시 소식이 전해지자 수 많은 게이머들이 환호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었습니다.
기본적인 게임의 진행은 여성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 내에서 다양한 미니게임을 즐기고, 비치 발리볼을 진행해 다른 캐릭터와 호감도를 높이는 등의 단순한 콘텐츠로 구성됐지만, 게임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당시 최고의 기술력이 더해진 캐릭터들의 외형과 기록적인 수의 ‘수영복 코스튬’이었죠...;;
꿀딴지곰 : 단순한 원피스에서부터 시작해 ‘비키니’, ‘마이크로 비키니’ 등의 수영복부터 ‘슬링 샷’에 이르기까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든 수영복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상상에서만 존재했던 수영복이 등장하는 등 약 150벌이 넘는 수영복이 등장해 게이머들의 수집욕을 자극했습니다.
더욱이 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미니게임 그리고 게임 내 등장하는 카지노에서 돈을 벌어야 할 뿐만 아니라, 노출도가 높거나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수영복의 금액이 상상을 초월해 스포츠 게임임에도 극강의 ‘돈 노가다‘ 콘텐츠를 지닌 게임이라고 평가받았는데요,
이런 인기에 힘입어 DOAX는 당시 헤일로, 기어스오브워 등 액션 게임에 치중하여 게이머들에게 'FPS 박스'라는 비아냥을 받던 Xbox 진영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후속기종인 ‘Xbox 360’이 등장하기 전까지 게임기 판매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게임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조기자 : 단순히 캐릭터나 감상하는 게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DOAX가 가진 콘텐츠는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특유의 섹스어필을 듬뿍 담은 콘텐츠 덕에 남성 게이머들이 많이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알려졌지만, 캐릭터의 ‘옷 갈아입히기’ 요소는 여성 게이머들에게도 호평을 받았으며, 게임 내 콘텐츠의 흐름 역시 여느 게임에 못지 않게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거든요.
2006년 더욱 향상된 그래픽과 더욱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전작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등장한 ‘DOAX2’가 게이머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던 것도 이같은 치밀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봅니다.
꿀딴지곰 : 다른 외전도 또 있죠. 대전격투에서 스포츠(?) 장르로써 큰 성공을 거둔 DOA는 이후 다양한 장르로 외도를 시도하게 되는데요, 2006년 ‘데드 오어 얼라이브 파라다이스♪’을 통해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도 진출했으며, 2009년 ‘데드 오어 얼라이브 블랙 잭’이라는 포커 게임 장르의 타이틀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2010년 ‘DOAX2’를 배경으로 한 ‘데드 오어 얼라이브 파라다이스’가 PSP 버전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삼국무쌍의 분위기를 물씬 담은 게임성을 선보인 ‘닌텐도 3DS’ 버전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 디멘션즈’가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꿀딴지곰 : 마지막으로 2006년 전세계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한 DOA 영화화를 빼놓을 수 없겠죠. 헐리웃에서 내로라하는 B+급 여배우들이 총동원된 이 영화는 DOA 시리즈의 인물들에 DOAX의 배경을 억지로 붙여 다소 이질적인 내용으로 진행된 것은 물론, 원작의 설정을 완전히 무시한 미국 특유의 닌자 영화로 둔갑시켜 원작 팬들을 그야말로 ‘경악’시켰던 것입니다.
조기자 : ㅋㅋㅋ 웃음밖에 안나오는 영화였죠;
꿀딴지곰 : 특히 격투기 대회를 열어 캐릭터들의 기술을 빼앗아 간다는 실로 놀라운 설정과 함께 난데없는 로맨스와 액션이 난무하는 것도 이 영화가 B급 영화로 전락하는데 충분한 공헌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이 때문에 DOA 영화는 게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중 가장 최악으로 꼽히는 마리오와 스트리트파이터에 비견되며, 게임 영화의 흑역사로 남는 상황이죠...
조기자 : 휴우.. 교수님. 이렇게 DOA까지 알아보고 마무리하기로 할까요? 옛날 버파 얘기와 철권, DOA까지 다루다보니 오랫동안 소개하지 못했던 3D 대전격투 게임의 역사에 대해서 어느정도 정리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꿀딴지곰 : 네 그렇죠. 여기에 '모탈컴뱃'과 '소울칼리버' 정도만 더 들어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기자 : 게다가 날도 더운데 오늘도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꿀딴지곰 : 아유 고생은 조기자님이 하셨죠. 오늘도 주제가 재미있어서 매우 재미있고 즐겁게 보냈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지요~ ^^
조기자 : 자아 이번 시간에는 '3D 대전격투 게임 철권과 DOA’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요, 혹시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조기자 (igelau@donga.com)나 어릴 적 추억의 고전게임 이름이 궁금할 때 꿀딴지곰 지식인 질문하기http://kin.naver.com/profile/valmoonk 로 문의주시면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꿀딴지곰 소개 :
레트로 게임의 세계란 '알면 알수록 넓고 깊다'며 더욱 매진해야겠다는 레트로 게임 전문가. 10년째 지식인에서 사람들의 잊어버린 게임에 대한 추억을 찾아주고 있는 전문 앤서러이자 굉장한 수준의 레트로 게임 헌터이기도 하다.
조기자 소개 :
먼산을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레트로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는 게임기자. MSX부터 시작해 과거 추억을 가진 게임물이라면 닥치는 대로 분석하고 관심을 가지며, 레트로 게임의 저변 확대를 위해 레트로 장터나 네오팀 활동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레트로 게임 개조를 취미 삼아 진행 중이며 버추어파이터 쪽에서는 igelau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