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2대시' 정인오락실 고수들, 중국 최강 꺾었다..한중전 승리 쾌거
"중국 최고수 지역 2곳을 한국 대표들이 연이어 꺾었습니다. 한국이 최강입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14일 새벽 1시. 유튜버 메가 채널에서 '한방다이' 해설자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13일 오후 9시부터 시작된 4대4 한중전에서, 한국 대표 선수들이 중국 최강 지역인 천진과 장춘의 대표팀들을 꺾자 이 해설자는 "오늘이 역사적인 날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내 '스트리트 파이터2 대시' 최강자들로 구성된 이 한국 대표팀은 지금은 사라진, 과거 노량진 정인 오락실의 주축 멤버들이었다. 국내 최강을 자부하던 이들은 정인 오락실이 코로나로 폐쇄된 이후 적극적으로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중국의 웨짠이라는 사이트에서 중국 최강자들과 자주 맞닥뜨렸다.
온라인에서 자주 부딪히던 그들.. 서로 자신이 최강이라고 외치던 그들은 결국 누가 최고인지 승부를 보기로 했다. 13일밤, 20선승으로 4대4 한중전이 설립된 것. 한국이 한중전을 제안하자 중국 측은 '스파2 대시' 최강 지역이라는 천진과 장춘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고수들이 팀을 꾸려 한국 격파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한국 최강 멤버들, 강력한 천진 멤버들에 극적인 '역전승'
한국 선수들은 류신, 검은켄, 뱀파이어, 엠비손으로 꾸며진 드림팀이었다. 류로 절대적인 강함을 자랑하며 아프리카 고인물 게임대전에서 우승했던 류신 선수와 국내 NO.1 가일로 이름이 높은 검은켄, 상해 세계대회 우승 경력을 가진 엠비손, 세계 최고의 바이슨으로 불리우는 뱀파이어까지 대표팀으로 영입되면서 한국 팀의 승리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의 위용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 천진에서 '스파2'의 천재로 불리우는 싼량과 류로 득도했다는 라오따, 그리고 중국 웨짠에서 최고수로 군림하고 있는 기술병과 QQ가 참여하면서 대결은 시작부터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드디어 시작된 한중전, 예상대로 초반부터 백중세가 이어졌다. 한국 류신이 한 판 이기면 라오따가 다시 이기고, 한국 뱀파이어가 2연승하면 곧바로 중국 싼량이 꺾어내는 등 7대7까지 동률을 이루는 일진일퇴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은 11대8로 조금씩 달아나기 시작했다. 중국 선수들에 대해 전략을 잘세운 결과였다. 상대 바이슨을 류신이 끊어내고, 또 싼량의 가일을 대 가일전에 특화된 검은켄이 상대하는 등 맞춤형 전략으로 조금씩 앞서나가게 된 것. 그대로 진행된다면 무난한 승리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 최강이라는 천진 지역이 이대로 무너질리 없었다. 17대14로 앞선 한국팀에 대해, 경기내내 침묵을 지키던 싼량의 가일이 갑자기 개화했다. 파죽지세의 기세로 4연승을 하면서 한국이 17대18로 역전당한 것. 가까스로 뱀파이어가 싼량을 끊어냈지만, 다시 QQ가 뱀파이어를 잡으면서 한국은 역으로 매치포인트에 몰렸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결국 승리했다. 중국 QQ와 라오따가 남은 상황에서, 검은켄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QQ의 바이슨과 라오따의 류를 연이어 잡아내면서 결국 승부에 방점을 찍었다. 정인오락실 대회 최다 우승자 출신인 검은켄은 마지막까지 승부사로의 감각을 놓치지 않았고, 반대로 중국 천진 멤버들은 대회 마지막 주자라는 긴장감에 급격히 무너졌다.
열광하는 해설진들과 600여 명의 시청자들 사이에서, 결국 이번 한중전으로 한국 정인팀은 과거 천진의 원정 패배를 설욕하면서 최강의 칭호를 다시 찾게 됐다.
이어진 장춘과의 대결, 우여곡절 끝에 1점차 값진 승리
뜨거웠던 천진과의 대결에 이어, 11시부터 장춘 지역과의 한중전이 진행됐다. 중국 리우씬 선수가 갑작스럽게 빠지면서 한국은 검은켄, 뱀파이어, 엠비손이, 그리고 중국은 라오양, 꽝밍, 타이피엔의 3대3 15선승 경기로 치뤄졌다.
중국 최고수 바이슨 중 하나로 알려진 라오양과, 또 중국 웨짠 서비스 1위이자 세계 NO1. 사가트로 손꼽히는 타이피엔이 출전하면서 중국 온라인도 떠들썩해졌다. 수많은 중국 시청자들이 몰려들었고, 금새 중국 동시접속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도 들렸다. 그처럼, 천진이 진 상황에서 장춘 지역은 중국의 명예를 건 한판 승부를 벌여야 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작된 경기, 예상과 달리 경기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한국이 가져갔다. 뱀파이어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하면서 상대 선수들을 유린하기 시작한 것. 2P 자리에서의 무한, 그리고 상대방의 타이밍을 뺐는 잡기와 연속 공격으로 뱀파이어 선수는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여기에 검은켄, 엠비손이 계속 자기몫을 해주면서 한국팀은 11대8로 조금씩 앞서가며 승리를 향해갔다. 해설자들 사이에서도 무난하게 승리할 것 같다며 농담이 살살 나오던 것도 이때쯤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중국 선수들이 조용히 져줄리 만무했다. 이전 천진과의 대결에서 싼량 선수가 개화한 것처럼, 갑자기 조용했던 라오양 선수의 연승이 시작됐던 것. 라오양 선수는 13대10으로 몰리던 상황에서 갑자기 괴력을 발휘하여, 4연승을 거두면서 오히려 한국 팀을 매치포인트까지 몰고 갔다.
그런 한국의 마지막 주자는 천진 승리의 주역 검은켄. 여기서 또 다시 검은켄의 승부사적 기질은 빛을 발했고, 검은켄은 라오양의 바이슨과 마지막 주자인 꽝밍의 바이슨을 칼같은 거리재기와 소닉붐 난사, 완벽한 대공 등으로 응수하며 한국팀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검은켄이 마지막 꽝밍 바이슨의 머리찍기를 화려한 공중잡기로 마무리하면서 끝을 내자, 한국 시청자들은 이에 광분했고 정인 멤버들 또한 감격과 함께 환호를 숨기지 않았다.
검은켄 선수는 "가일 장풍 충전이 잘 되고 마지막 대결까지 자신감이 있었다. 너무 긴장하지 않은 것이 승리의 비결인 것 같다."고 소개했으며, 뱀파이어 선수는 "온라인 대결이었지만 선수들이 모두 한 공간에 모여서 의기투합한 것이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