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직은 미식축구 팬의 유일한 선택지, '매든 NFL 21'
미식축구는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다. NFC 우승팀과 AFC 우승팀이 단판 승부를 펼치는 슈퍼볼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1억 200만 명이 시청했을 정도다. 반세기 만에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슈퍼볼을 거머쥐는 광경을 미국인 3명 중 1명이 관람한 셈이다.
NFL은 2월 슈퍼볼을 끝으로 9월에 새 시즌이 시작하는 만큼 코로나19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 막상 시즌이 다가오니 분위기가 달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장기화에 돌입하자 리그개막을 약 한 달여 앞둔 시점에는 107명의 선수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NFL 선수노조가 밝히기도 했다.
선수들의 불참 선언과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1일 1회 검사 등 철저한 방역을 약속한 NFL은 9월 11일(현지시간) 새 시즌의 막을 올렸다. 그리고 이에 맞춰 NFL을 다룬 스포츠게임 신작인 EA스포츠의 '매든 NFL 21'도 지난 8월 신작으로 돌아왔다.
'매든 NFL 21'은 현세대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원의 황혼기에 장식하는 작품이자 연말 등장하는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시리즈엑스'의 새 시대를 여는 작품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등의 콘솔기기 버전을 구매한 게이머는 EA의 듀얼엔타이틀먼트 지원을 통해 차 세대기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을 두 번 구매하지 않아도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플레이스테이션5로 엑스박스원에서 엑스박스시리즈엑스로 게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디스크가 없는 본체는 디지털 이용 권한을 얻어야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로 넘어가는 기종 변경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고인을 인질로 삼아 10만 원이 넘는 에디션을 사야 다음 세대 작품을 같은 진영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모 회사와는 다르다.
본격적으로 '매든 NFL 21'에 이야기하면 소소한 변화와 새로운 모드 등을 추가했다. 기자의 경우 '매든 NFL 16'이 제대로 즐긴 매든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다. '매든 NFL 20'은 EA 액세스(현재 EA PLAY)로 10시간 트라이얼 플레이 정도만 즐겨봤다. 이에 비춰볼 때 오랜만에 복귀한 게이머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모습이지만, 매년 구매해 즐기고 있는 게이머라면 아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뷰는 PC 버전이 기준이다.
'매든 NFL 21'은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을 도입해 그래픽적인 완성도를 끌어 올렸다. 선수들이 착용한 기어나 선수들의 외형 움직임 등이 제법 사실적이다. 선수 한명 한명 움직임이나 경기장의 묘사 등에 노력한 모습이 엿보인다. 특히, 중계를 보는 듯한 수준의 연출이 강점으로 다가온다 느껴진다. 태클이나 색, 터치다운 등 주요 플레이에 대해서 리플레이 등을 여러 방면에서 보여준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기존 시리즈와 동일하다. 미식축구는 한 팀이 역할에 따라 크게 3개 팀으로 구분된다. 공격, 수비, 스페셜이다. 공격팀은 쿼터백을 중심으로 런이나 패스 플레이로 공격을 풀어가고, 수비팀은 반대로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스페셜팀은 터치다운 이후 추가점을 노리는 킥이나 펀트 플레이 시에 등장한다.
야수들에 가까운 선수 간 싸움이 필드에서 계속 펼쳐지기 때문에 공격, 수비, 스페셜팀에 등록된 선수는 모두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공격 수비까지 모두 맡는 일은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보면 된다.
공격은 쿼터백을 중심으로 런과 패스 플레이로 풀어간다. 먼저 패스의 경우 기존과 같이 공을 받을 리시버에 해당하는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떼는 '로브(Lob)'패스, 누르고 있는 '불릿(Bullet)' 패스, 버튼을 '로브'보다는 길게 '불릿'보다는 짧게 눌렀다가 떼는 'Touch' 패스로 구분된다. 플레이스테이션4 컨트롤러 기준으로 L1 버튼은 패스를 높게, L2는 패스를 낮게 줄 수 있다.
리시버가 공을 받을 때도 누르는 버튼에 따라 받는 동작이 변화한다. 공을 잡는 것 자에 집중할 수도 있고, 공을 캐치한 이후 앞으로 달려나갈 수도 있다. 높은 공을 잡기 위한 캐치도 별도로 존재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런 플레이 상황에서 러너가 상황에서 아날로그 스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재미 포인트다.
수비도 마찬가지로 기존과 유사하지만 '러시 무브' 시스템이 도입돼 수비가 한층 재미있어졌다. '러시 무브' 게이지가 많이 차 있는 상황에서는 상대 팀의 수비를 뚫고 쿼터백에 달려드는 것이 가능하다. 한 경기에서도 수십 번씩 공격팀과 수비팀이 몸을 부딪치기 때문에 같은 방식은 먹히지 않는다. 수비 위치 변경 등을 통해 '러시 무브' 게이지를 관리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쿼터백을 날려버리는 색에 성공하면 짜릿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여기에 뛰어난 선수 50명만 가진 x팩터 능력과 슈퍼스타 선수들이 가진 추가 능력 등은 게임을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는 포인트 중에 하나다.
게임 모드도 전작을 즐긴 게이머라면 익숙할 것이다. 한 팀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모드와 얼티밋 팀 등은 기존과 큰 차이 없이 돌아왔다. 지난해 도입된 일종의 스토리 모드인 '페이스 오브더 프랜차이즈(Face of the Franchise)도 건재하다. 고등학교 선수부터 출발해 NFL 선수가 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스토리도 동료나 라이벌 등으로 익숙하지만,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기 충분하며, 일종의 선택지도 존재한다. 또 게임 중간 유명 래퍼 스눕독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변화이자 포인트는 '야드'다. 11:11이 아닌 6:6의 작은 미식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모드다. '피파 시리즈'에 도입된 볼타 모드와 흡사하다. '야드'에서는 일반 미식 축구과 달리 더 역동적인 게임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게임 시작 시 아바타를 만든다. 생성한 아바타로 '야드'에서 미식 축구를 즐기게 되며 일종의 계정 레벨을 올려 얻은 포인트로 아바타를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야드는 6:6 대결을 그림에도 한 팀당 최대 3명 플레이어만 참가할 수 있다.
미식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도 게임 내에 준비된 스킬 트레이너나 각종 모드를 즐기기에 앞서 진행되는 튜토리얼 과정을 통해 게임을 배워나갈 수 있다. 다양한 작전과 반칙 등이 복잡하지만, 기본적인 경기 규칙 자체는 어렵지 않기 때문에 스킬 트레이너의 첫 단계 정도는 알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NFL 개막과 함께 돌아온 '매든 NFL 21'은 NFL의 팬이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난 15년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유일한 선택지다. 다만, 내년에는 2K에서 미식축구 게임이 등장한다. 아쉽게도 시뮬레이션 타이틀이 아닌 소셜 경험을 중심으로 한 게임이 될 전망이다. 당장 EA를 위협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2K가 NFL 게임의 경쟁자로 돌아온 것 자체가 EA로서는 탐탁지 않을 것이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작지만 다시 시작된 경쟁이 긍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EA도 벌써부터' 매든 NFL 22'에서 많은 변화를 선보일 계획으로 보인다. '매든 NFL 21' 출시되기도 전에 '매든 NFL 22'와 관련을 이야기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15년간 NFL 독점 타이틀로 게이머들의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아온 애증의 타이틀 '매든 NFL'의 변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