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의 최대 경쟁 상대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과거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나이키가 리복, 아디다스 등 동종 경쟁 기업이 아닌 닌텐도를 최대 경쟁 상대로 지목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밖에 나가서 한창 스포츠를 즐겨야할 청소년들이 닌텐도 등 게임에 빠져 집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실제로 닌텐도는 단순 게임 뿐만 아니라 Wii에 이어 최신 기종인 닌텐도 스위치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게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동작 인식 게임들을 성공시키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현재 시가 총액을 살펴보면 나이키 246조 848억원, 닌텐도 88조 9187억원으로, 규모 면에서는 나이키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것은 나이키가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춰 홈트레이닝 관련 사업들 꾸준히 확장하는 등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로 전세계 최고 스포츠 그룹까지 긴장하게 만든 게임업계가 최근 새로운 경쟁상대를 맞이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중인 유튜브와 넷플릭스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관여하는 동적인 콘텐츠인 게임과 가만히 보기만 하는 정적인 콘텐츠인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경쟁 구도가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특히,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역대급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나, 게임 역시 코로나19로 전세계 게임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분에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종류 차이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여유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누가 그것을 차지하느냐”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와이즈앱의 최근 조사 발표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가 1년만에 32만명에서 90만명으로 3배 성장했으며, 연매출도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월 사용 시간 또한 2019년 9월 1억300만분에서 2020년 9월 2억8300만분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와이즈앱이 지난해 6월 발표한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동영상 앱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전 세대를 합쳐 가장 많은 한국인이 이용한 동영상 앱은 유튜브로 6월 한 달 8.64억 시간을 이용했다. 6월 한달간 유튜브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사람은 3천366만 명이었으며,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1540분이나 된다.
이처럼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국내 방송업계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고 있지만, 게임업계도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은 아니다. 과거에는 영화는 영화관, 방송은 TV로 플랫폼이 게임과 구분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영상 콘텐츠의 플랫폼이 PC와 스마트폰으로 확대되면서 게임과 겹치게 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기에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동시에 소비할 수는 없으니, 결국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감상하는 동안에는 게임을 덜 즐기게 될 수 밖에 없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기술의 발전으로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물론, 동적인 콘텐츠와 정적인 콘텐츠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사람들과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의 차이는 계속 존재할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여가 시간을 즐기는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만족감, 즉 가성비다.
현재 게임은 모바일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등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통해 게임사들의 수익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들의 소비 규모 역시 대폭 증가한 상태다. 무료로도 즐길 수 있다고는 하나, 게임에 들인 시간 만큼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꾸준한 지출을 유도하도록 경쟁 구도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모바일 게임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고 하는 콘솔 게임 역시 개발비의 증가로 인해 구매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의 취미 활동 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저렴한 것이 게임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것도 옛말이 됐다.
반면에 유튜브는 지나친 광고에 짜증이 나지 않는다면 아예 무료로 즐겨도 콘텐츠의 차이가 없으며, 넷플릭스는 한달에 월 9500원에서 14500원의 유료 서비스이지만, 최대 4인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지인들과 함께 한다면 월 4000원이 안되는 금액으로도 모든 콘텐츠를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전세계를 강타한 킹덤, 그리고 최근 또다른 K좀비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위트홈 등 영화관에 가야만 즐길 수 있었던 수준 높은 콘텐츠를 안방에서 편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가성비 취미가 아닐 수 없다.
반면에 게임은 게임사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로 인한 확률형 아이템의 폐해, 그리고 불친절한 운영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잘하는 곳들이 있으니 산업 전체가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나, 잘 하는 곳과 못하는 곳의 빈부격차 갈수록 심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지난해 넷플릭스 가입자 중 20대가 전체 35%, 30대가 2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영상 콘텐츠 소비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젊은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게임을 직접 즐기던 과거와 달리 e스포츠 방송을 보거나, 인기 유튜버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감상하는 등 젊은 층의 게임 콘텐츠 소비 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젊은 층이라고 해서 계속 게임 콘텐츠 소비자로만 남을 것이라는 것은 게임업계만의 안일한 생각일 수도 있다.
과거에 게임이 작품이나 제품이냐로 한동안 뜨겁게 설전을 펼치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 게임업계의 상황을 보면 작품이나 제품이라기보다는 서비스에 더 가까운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서비스는 제품의 질 못지 않게 고객 응대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게임업계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보다 뛰어난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고객들이 소비한 금액만큼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