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년의 세월을 찢고 돌아온 절망의 슈팅 게임, '알타입 파이널2'
지난 2003년에 PS2로 출시되었던 '알타입 파이널'. 아이렘의 아케이드 슈팅 명작 게임 시리즈이자 시리즈의 마지막을 고하는 듯 했던 이 게임이 무려 18년 만에 '2'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통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웬만한 '알타입' 시리즈를 다 클리어하기도 했고, 특히 '알타입 파이널'의 경우 당시 공략을 맡겼던 필자가 소니에서 주최한 공식대회에서 우승하여 함께 뿌듯해했던 기억도 있기에 이 게임의 출시를 학수고대했던 것이 사실.
근 2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난 뒤에 손에 쥔 '알타입 파이널2'는 언리얼 엔진과 다양한 옵션으로 무장한 체, 필자에게 어서 와서 플레이하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바이도를 파괴하기 위한 여정, 정통성을 살리다
'알타입' 시리즈는 처음 출시때부터 당대 최고의 그래픽을 보여준 슈팅 게임 중 하나였다. 오락실에 처음 등장한 알타입은 '아이렘 M72'와 'M84' 기판으로 1987년에 출시가 됐는데, 이 기판들은 16비트로 당시 유통되던 아케이드 게임센터 기판 중 성능이 매우 우수한 편이었다.
당연히 압도적인 그래픽을 과시했고, 여기에 사운드를 자키 마사토가, 캐릭터 디자인을 아키오가 담당하는 등 다방면에서 높은 퀄리티로 화제를 모았다. (더불어 높은 난이도로도 화제가 되어, 암기형 슈팅 게임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PC엔진 등으로 가정용으로도 이식됐던 '알타입'은 한동안 명맥이 끊긴듯 하다가 지난 2003년에 '알타입 파이널'이라는 이름으로 PS2를 통해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
이 '알타입 파이널' 또한 '알타입'의 정통성을 간직하듯 '포스'라고 하는 빛나는 구형 장치와 '파동포'라고 하는 모아쏘기가 그대로 적용됐으며 특유의 반사형 블루 레이저나 원형 레이저 등을 갖추면서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했다. 또 PS2의 성능을 바탕으로 화려한 3D 그래픽과 연출을 과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알타입 파이널'의 시작과 함께 '한 여름의 강렬한 햇빛 아래서.. 바닷새들에게 인사를 했다..'는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더욱 감정이입하며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 절망적인 세계관을 가진 알타입의 시작에 이질감이 드는 문구. 저 신선한 시작이 어둡게 물들 거라는 걸 알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이번 '알타입 파이널2' 또한 그러한 '알타입 파이널'의 그래픽과 3D 연출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았으며, 포스와 파동포 시스템, 특유의 '바이도'와의 결전, 암울한 스토리, 괴기한 생명체 등 시리즈의 정통성을 관통하는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론 만족이다.
압도적인 그래픽 퀄리티, 우울한 감각이 이어진다
'알타입' 시리즈는 절망이 가득한 스토리 라인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희망도 빛도 없이 처절한 현실과 암울한 미래가 있을 뿐이다. 우주에 있는 미지의 생명체 '바이도'와의 결전은 이번에도 계속되며, 그 형태나 분위기 모두 우울함 그 자체이다.
'알타입' 특유의 괴기스런 생명체들의 모습은 언리얼 엔진을 통해 최신 형태로 더 세밀하게 묘사됐다.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 듯한 몬스터들, 말미잘 촉수같은 모습이나 에일리언을 본 딴 생명체 '바이도' 들이 끝도 없이 주인공을 향해 다가온다.
반면에 지난 PS2용 전작에서는 '바이도가 인류와 같은 2중 나선 구조의 DNA를 가지고 있다' 등으로 바이도의 정체를 음울하게 알려왔다면, 이번에는 딱히 그런 건 없다.
오히려 이번 '알파입 파이널2'에서는 조종 기체나 탑승한 주인공이 디테일함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경례를 한다거나 조종 기체인 R9의 색상을 바꾸거나 앰블렘을 부착할 커스터마이징 기능 등 배리에이션을 넓혔고, 또 각종 바이도 도감 등을 통해 '콜렉션' 부분을 부각시켰다. 선택한 기체 별로 공격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처럼 다양한 배리에이션과 콜렉션 부분은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크지 않은 볼륨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키기 위한 방안 일 수도 있지만, 보다 '알타입'의 세계관을 게이머들에게 더 자세히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느낌이다.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미려한 배경 그래픽에는 각종 레이저 등의 공격들이 이어진다. 광원의 효과를 충분히 살려서 눈이 부실만큼 빤지르르한 모습에 만감이 교차한다.
1987년에서 2003년으로, 다시 2021년이 되는 동안 중학생이었던 한 게이머는 젊음을 다 날리고 이제 40대 중반의 늙은이가 되어 버렸는데.. '알타입 파이널2'는 첨단 기술에 힘입어 보다 세련되고 젊어진 모습으로 찾아왔구나..같은 생각. 중학교 시절에 사모했던 첫사랑 여자 선생님이 원숙한 30대 초반의 여인으로 다시 찾아온 듯한 느낌이랄까.
추억이 있는 분들에겐 굳 초이스. 그외에는 글쎄
80년대 '알타입' 기판을 소유하고, 대부분의 '알타입' 시리즈를 즐겨온 본인 입장에서 이 게임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높음'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이는 매우 편파적인 수준의 반응임을 고백한다.
'알타입'에 대해 아무 것도 접하지 못한 일반인 입장을 헤아려보면 '알타입 파이널2'는 호불호가 매우 뚜렷한 슈팅 게임이다. 그래픽은 미려하지만 기괴한 생명체들의 모습은 요즘 취향과는 괴리감이 있고, 각종 콜렉션 용도나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진부할 뿐이다. 각광받았던 반사 레이저 공격도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아무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클래식함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운용법도 진입장벽을 높이는 부분이다. 포스를 앞뒤로 움직여가며 전략적으로 활용해야하는 방식이지만, 가끔은 몇 번 정도 죽어야 진행이 가능한 암기형 구조를 따라가고 있다.
원작 자체가 워낙 높은 난이도로 암기형 슈팅의 결정판이라는 소리를 들은 게임이고, 이번에도 사전 위협없이 뜬금없이 포에 맞아 죽는 등 '넌 이 게임을 암기해야한다'고 강요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이 이 게임 시리즈에 생소한 사람들에게 썩 쾌적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 이번 '알타입 파이널2'는 타겟층이 명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알타입'의 추억을 가진 게이머들, 그리고 슈팅 게임을 모으는 콜렉터들이 1차 타겟이다. 슈팅 게임의 특성상 향후 고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또 괴기스러움, 그로테스크함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오히려 필구 타이틀이 될 수 있다. 각 괴물들은 쫀득거리기도 하고 계속 보면 나름대로 정이가는 부분?도 생긴다.
20여년의 시간을 찢고 돌아온 '알타입 파이널2', 3~4년전부터 강하게 불러오고 있는 레트로 게임의 리메이크 붐을 타고 돌아온 이 게임을 즐기면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적어도 본인처럼 추억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 게임은 더이상 반가울 수 없는 타이틀이었다.
레트로 게임의 리메이크작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의무감으로라도 하나씩 사주는 게 어떨까. 본인도 우선은 다운로드로 즐겼으니, 조만간 국전이나 신도림 한우리에 패키지 구매를 하러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