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비대면, 비접촉의 시대. 메타버스로 주목받는 게임 업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지 1년 반, 비대면과 비접촉의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업계도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지에서는 창간 17주년을 맞이해 총 12부작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게임사의 대응과 시장 분석, 그리고 미래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해봅니다.>
코로나19의 대량 전파를 막기 위해 비대면, 비접촉 시대가 일상이 되면서, 신사업으로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를 뜻하는 메타와 현실을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 세계에서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현실처럼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난 덕분에, 메타버스가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중이다.
사용자들이 직접 다양한 미니게임을 만들면서 즐길 수 있는 샌드박스형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대표 주자로 떠오르면서 2020년에 40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 가치가 2021년 상장 후 490억 달러(약 55조 6000억)까지 치솟았다.
한국에서도 정부까지 나서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판교 ICT-문화융합센터에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하면서, 메타버스 산업 지원 움직임을 보이자,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메타버스 대표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제페토를 서비스하는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제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곳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1645억원으로 치솟았다.
이처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게임업계도 메타버스 관련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소통은,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주목받기 이전부터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충분한 노하우를 쌓은 게임업계가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최근 메타버스로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들을 보면 기본 개념 자체는 예전 울티마 온라인, 세컨드 라이프 시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온라인 게임은 현실과 분리된 가상 세계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현실 달러와 교환할 수 있는 게임내 화폐인 린덴달러를 기반으로 다양한 경제 활동이 펼쳐졌으며, 애플, 삼성, 도요타, 아디다스, 리복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세컨드 라이프 내에 홍보관을 개설하고 마케팅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05년에는 그룹 신화의 멤버인 인기 가수 이민우가 자신의 신곡을 리니지2에서 처음 공개했고, 2013년에는 인기 가수 아이유가 아이온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한 바 있다. 최근에 BTS도 포트나이트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하는 등 온라인 게임과 현실의 만남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 됐다.
게임사들은 여전히 부정하고 있긴 하지만, 다수의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아이템을 현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사고 파는 경제 활동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인식을 못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이미 온라인 게임의 태동과 함께 메타버스 세계에 발을 걸쳐놓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 메타버스 관련 분위기가 과열되는 모습을 보이다보니 회의론도 적지 않다. 구글 트렌드에서 메타버스 주제에 관한 전 세계 관심도를 조회해보면 지난 3개월 기준으로 한국이 상당히 과열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글로 ‘메타버스’를 입력하면 당연히 한국이 관심도 100으로 전세계 1위이고, 영어 'Metaverse'로 검색해도 관심도 53으로 중국에 이어 전세계 2위다. 정작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미국은 관심도 18로 전세계 12위에 불과하다. 한글 검색 뿐만 아니라 영문검색까지 이 정도로 높다는 것은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이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과열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메타버스’를 입력하면 ‘메타버스 관련주’, ‘메타버스 대장주’, ‘메타버스 코인’이 자동 완성 검색어로 제시되는 것을 봤을 때, 메타버스를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하기 보다 단순한 최근에 유행하는 테마주 개념으로 주목하는 이들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다. 과거 2019년에 VR, AR 관련 기술이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게임사들의 주가가 요동을 치다가, 더딘 산업 성장 속도 때문에 급속도로 관심이 식었던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메타버스가 게임업계의 영역을 넓혀주는데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활로였던 테마파크가 막히면서 다시 위기를 겪고 있는 VR은 메타버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에 있어 VR이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VR이 이용자들을 가상 세계로 가장 확실하게 데려갈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VR 산업 초창기부터 꾸준히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는 픽셀리티게임즈의 최명균 이사는 “메타 버스 열풍 때문에 당장 VR산업이 엄청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대세가 될 것을 확신한다”며,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해외 대기업들이 VR에 집중하는 것은 VR로 경험하는 메타버스는 확실히 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메타버스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의 결합도 눈여겨볼만 하다. 메타버스가 가상 세계와 현실과의 만남인 만큼, 대체불가능 토큰인 NFT가 메타버스 내 디지털 상품권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을 사행성 이슈에 대한 걱정으로 막고 있지만, 플레이댑과 위메이드트리 등 여러 게임사들이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신사업 분야를 제외하더라도, 메타버스로 인한 기성 세대의 인식 변화 자체가 게임산업에 크게 힘이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전까지 기성 세대들에게는 온라인 게임,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커뮤니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지만, 메타버스로 인해 가상 세계에 익숙해진다면, 게임이 일상 문화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게임업계가 메타버스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