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게임백과사전] 애니메이션 시장에 도전한 한국 게임들

오는 4월 8일에 넥슨의 인기 게임 ‘블루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신작 애니메이션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 방영이 확정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시장은 ‘원피스’, ‘나루토’ 같은 일본 인기 만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 게임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방영된다는 것은 무척 놀라운 일이긴 합니다. 이들과 직접 경쟁할 수 있을만큼,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내 팬층이 탄탄하디고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블루아카이브
블루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 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곳은 ‘블루 아카이브’ 일본 현지 배급을 맡은 요스타의 자회사 요스타 픽처스이고, 감독은 본즈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활약한 야마기시 다이고, 총작화 감독은 지옥소녀 2기, 소녀왕국 표류기 등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하기와라 히로미츠가 맡았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 게임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보니,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을만큼 성공한 작품이 없었던 것이지, 예전부터 꾸준히 도전은 있었습니다.

​한국 게임 애니메이션 도전을 대표하는 게임은 일본에서 게임 한류를 이끌었던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입니다.

라그나로크 애니메이션 제작 발표회
라그나로크 애니메이션 제작 발표회

특유의 귀여운 캐릭터와 강력한 소셜 요소를 앞세워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게임뿐만 아니라 팬들의 코스프레, 동인 만화 등 2차 창작까지 확산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덕분에, 애니메이션까지 제작됐습니다. 당시 곤조 애니메이션에서 제작을 맡았고, 1화에서 1.7%의 높은 시청률로 해당 주 같은 시간 대 프로그램에서 5위까지 오르는 성적을 기록했다고 하네요.

곤조가 제작한 라그나로크 애니메이션
곤조가 제작한 라그나로크 애니메이션

물론, CCR의 포트리스를 기반으로 만든 ‘무한전기 포트리스’가 ‘라그나로크 디 애니메이션’보다 먼저 나오기는 했지만, 아침이었던 방영 시간, 애매한 메카닉 디자인 등으로 폭망하면서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잊혀졌으니, 그나마 초반에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긴 했던 ‘라그나로크 디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 됐네요.

무한전기 포트리스
무한전기 포트리스

그라비티가 문을 열었다면, 넥슨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가장 열성적인 한국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번에 ‘블루 아카이브’까지 벌써 5번째 도전입니다.

​이전에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3개의 작품 ‘던전앤파이터 슬랩 업 파티’, ‘던전앤파이터 숙명의 문’, ‘던전앤파이터 역전의 바퀴’를 선보였고,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한 ‘메이플스토리 디 애니메이션’도 제작했었네요.

던전앤파이터 역전의 바퀴
던전앤파이터 역전의 바퀴

​아쉽게도 곤조와 손을 잡고 선보인 ‘던전앤파이터 슬랩 업 파티’는 원작에서 파생된 코믹만화 ‘아라드의 방랑파티’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다보니 원작과는 많이 달랐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던전앤파이터 숙명의 문’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전앤파이터 역전의 바퀴’까지 꾸준한 도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메이플스토리 디 애니메이션’은 당시 메이플스토리에 확실한 스토리 라인이 없었다보니, 원작의 설정과 일부 캐릭터만 차용한 작품이라서 게임과의 연관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

중소 게임사의 거창한 도전이었지만 씁쓸한 결과가 된 작품도 있습니다. 이제는 상장 폐지된 베스파의 대표작 ‘킹스레이드’를 기반으로 한 ‘킹스레이드:의지를 잇는 자들’입니다. 작품 자체는 중국에서 꽤 인기를 얻었지만, 베스파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이 작품도 후속 이야기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네요.

킹스레이드 애니메이션
킹스레이드 애니메이션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한국 게임 기반 애니메이션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블레이드&소울’을 기반으로 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이전부터 한국 게임 기반 애니메이션 제작에 많이 참여했던 곤조가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원작과 세계관과 인물을 차용하긴 했으나, 원작과 다른 스토리로 우려를 사더니, 결국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블레이드앤소울 애니메이션
블레이드앤소울 애니메이션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등처럼 만화로 시장을 평정한 인기작들 위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부족한 한국 게임 기반 애니메이션이 흥행을 거두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는 합니다. 게임과 만화의 스토리텔링 방법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고요.

​다만, 점점 더 게임 시장에서도 IP와 세계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보니, 한국 게임사들도 이쪽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데브시스터즈도 ‘쿠키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크래프톤은 ‘더 그레이드’, ‘저지 드레드’, ‘론 서바이버’ 등으로 유명한 아디 샨카를 영입해 ‘펍지 유니버스’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아디 샨카가 참여한 펍지 유니버스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아디 샨카가 참여한 펍지 유니버스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최근 ‘위쳐’나 ‘헤일로’, ‘라스트오브어스’ 등 게임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들이 적극적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사이버펑크2077 엣지 러너’,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 등 게임 기반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평가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실패는 학습 과정이었으니, 이제는 한국산 게임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흥행 작품이 탄생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게임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