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일본 게임시장이 변하고 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전체 면적 37만 7835㎢, 인구 약 1억2천만명, GNP 2만7200달러의 나라다. 한국과는 여러모로 질긴 인연을 간직한 국가이며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게임의 왕국이기도 하다.

근래에 들어 휴대폰과 휴대용 게임시장 덕분에 비디오 게임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거리 곳곳에 있는 비디오 게임 전문점과 그곳에서 복작거리는 일본 게이머들을 보면 비디오 게임시장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일본 게임시장 현황

일본의 게임역사는 상당히 복잡하다. 국내처럼 PC기반의 게임이 발전한 게 아닌 여러 종류의 게임기 게임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일본의 게임시장은 게임개발사인 아타리가 '아타리'라는 게임기와 전용게임으로 잠시 일본시장을 장악했었다. 하지만 낮은 퀄리티 게임의 남발로 게이머들에게 외면당했고 이를 틈타 시장에 진입한 닌텐도가 '페미컴'을 출시하며 현재까지 혁혁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후 세가의 '세가세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엑스박스'까지 다양한 콘솔 게임기가 등장해, 일본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설로만 남아있는 아타리 게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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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패미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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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X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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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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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3년 전부터 일본 게임시장은 콘솔이 지배했던 시기와는 확연히 다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바로 휴대폰 게임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과 온라인 게임의 등장이 굳건한 콘솔 게임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이중 최근 가장 놀라운 성장을 보인 건 재미있게도 PC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게임이다.

현재 일본 게임시장의 매출은 가정용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일본의 게임시장 규모는 약 4,058억엔(한화 4조580억원, 아케이드와 모바일 게임시장 제외), 이중 가정용 게임이 약 3,480억엔(한화 3조4800억원), 콘솔용 온라인 게임이 약 211억엔(한화 2110억원), PC 온라인게임 및 기타가 367억엔(한화 3670억원)이다. 모바일과 아케이드의 경우에는 정확한 매출규모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주요 이동 통신사인 i모드의 매출액에 근거하면 약 600억엔(한화 6000억원) 정도가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인 것으로 추정되며,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경우는 작년 일본 게임백서에 따르면 약 7700억엔(한화 7조7000억원)으로 추정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가장 급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PC 온라인 게임시장이다. 가정용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PC온라인 게임시장은 작년 대비 200%정도가 올랐으며 올 한해는 300~400%가 더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모바일 게임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인터넷 사용자 현황

최근 일본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포함한 인터넷 사용 보급률은 전체 가구의 약 78.1%, 물론 여기서 휴대전화를 제외하면 인터넷 사용자가 52.1%정도 밖에 않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점근하면 인터넷 사용자는 6천2백8십4만4천명 이중 광대역(BroadBand) 사용자는 2천2백1십4만5천명, 협대역(NarrowBand) 사용자는 2천1백2십3만7천명이다. 이중 나머지는 기타에 포함된다.

국내와 같이 VDSL정도는 보기 힘들고 대부분 ADSL을 사용하며 비용은 1개월에 약 4000엔정도, 한화로 약 4만원인 셈이다. 위의 자료를 보면 마치 국내의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던 2000년대의 초반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국내의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사들이 일본에 진출하려고 노력하고 이미 진출한 회사들도 상당수 있다.

이렇게 국내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이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의 현재 인터넷 상황이 마치 국내의 2000년대의 인터넷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초기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진출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 게임시장을 확실한 황금어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일본 게이머들의 특성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PC는 게임을 위한 도구로 생각되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PC는 사무용으로 사용되는 도구이며 채팅이나 인터넷을 휴대폰으로 하는 일본인들이 월등하게 많다. PC온라인 게임이 일본에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인들의 이 괴리감을 얼마나 해소시키느냐가 큰 관건으로 보여진다.

일본 온라인 게임시장

현재 일본에서의 온라인 게임시장은 정확하게 구분되기가 어렵다. 콘솔과 모바일 그리고 PC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 일본에서 출시된 게임은 187개 타이틀 정도로 이중 롤플레잉 온라인 게임은 56개 타이틀이 출시됐다. 하지만 40여개의 타이틀은 미처 오픈해 보지도 못하고 사장되어 버리고 만다. 이유는 다양하다. 국내에서 진출한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일본 현지화의 실패와 개발사와 퍼블리싱사와의 갈등, 개발비용의 부족현상, 일본 게이머들의 냉담한 반응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중 가장 큰 요인은 개발사와 퍼블리싱사와의 갈등이다.

최근 일본 PC 온라인 게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게임은 '라그나로크' '리니지2' '신장의 야망 온라인' '파이널판타지 온라인' 등의 게임이다. 이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게임이 '대항해시대 온라인' '메이플 스토리' '몬스터헌터' '붉은보석' 등이 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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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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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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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의야망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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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언론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라그나로크' 동시접속자수는 10만명(2004년6월), '리니지2'(2004년12월)는 4만명, '파이널판타지'(2004년9월) 17만명(전세계 포함), '신장의 야망'(2004년11월) 2만3천명이다. 이중 '파이널판타지'의 경우는 전 세계 게이머들이 하나의 서버군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만의 동시접속자수를 알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붉은보석'이다. 이 게임은 부분유료화 게임이면서도 약 1만6천명의 동시접속자에 월 1억엔(한화 10억원)의 매출이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국이 온라인 게임 포화상태에서 게이머들에게 외면을 받았던 중소 게임이 부분유료화로 전환하면서 회생에 기회를 잡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

일본에서 'PC 온라인 게임시장의 성장이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라고 예측 되는 이유가 바로 이들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에서의 PC는 사무용이다. 그러다 보니 PC로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PC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만약 일본 게이머가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했다면 그 게이머는 아마도 평생 휴대폰으로만 인터넷을 사용할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성향중 하나인데 한 가지 방식에 마음을 주면 그 마음이 거의 신앙수준으로 평생을 간다.

이런 성향은 기존 일본에 출시된 온라인 게임들에게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미 일본에서 서비스 된지 10여년이 다되어가는 '울티마 온라인'의 경우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동시접속자수 1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일본판 '라그나로크'나 '리니지2' 등도 마찬가지로 지금의 접속자 수치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즉 이런 일본인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시장에 진입한다면 일본에서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초기 진입만 잘한다면 상당히 안정적인 수익을 고정적으로 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일본에서의 PC방 및 게임장 현황

일본에서는 PC방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PC방이 PC를 3~4대 정도 보유한 복합 상점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신 국내에서는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전자오락실이 일본에서는 게임센터란 이름으로 널리 퍼져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복합 상점 중 '코믹 카페'가 2300군대, 컨베니언스 스토어가 4만1000군대, 게임 센터가 2만8335군대, 기타 1만6801군대가 존재한다. 국내와 비슷한 환경의 영업 PC방은 1500개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이 일본에 설립한 PC방 프랜차이즈사인 게임온의 관계자에 따르면 엄밀히 말해서 그나마 PC방이라 불릴 수 있는 곳은 코믹카페와 영업 PC방이라고 한다. 그나마 1500여군대의 영업 PC방중 게임온이 차지한 PC방이 800군대가 넘는다고 하니 일본에서의 영업 PC방은 거의 없는 셈이다. 코믹카페의 경우는 국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만화방과 PC방의 결합 형태로 한쪽에는 만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PC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 돼 있다. 그나마 이곳을 통해 다양한 PC온라인 게임들이 게이머들을 통해 전파된다고 한다.


아키하바라 거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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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블럭에도 여럿 게임샵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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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보이는 코믹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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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카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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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일본의 PC방은 대부분 게임을 즐기러 가거나 만화책을 보라 간다는 개념보다는 잠간동안 누구를 기다리기 전에 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이용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PC방에는 15분 단위부터 가격이 정해져 있다. 비용은 15분에 108엔(한화 1080원), 1시간에 380엔(한화 3800원) 정도가 든다.

비정상적인 성장 PC 패키지 게임

일본에서의 PC 패키지는 그리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예외가 존재한다. 바로 성인용 PC게임이다.

대부분의 게임판매 매장을 보면 매장의 30%정도는 성인용 PC 게임들이 진열 돼 있다. 가격도 콘솔게임들에 비해 더 비싸며 노출 수위라든가 잔혹한 면에서는 거의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재미있는 건 이들 성인용 게임들이 너무나도 당당히 '철권'같은 콘솔 게임CD 옆에 진열 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용 PC 게임들은 3000엔(한화 3만원)에서 6000엔(한화 6만원)사이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게이머들이 진열대 앞에서 게임을 구매하곤 한다.


성인용 패키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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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할정도의 노출도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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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답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인 황금어장 일본시장

아직은 PC 온라인 게임이 일본 게이머들에게는 익숙지 못하고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 탓에 쉽게 접근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일본 PC 온라인 게임시장은 무조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금은 한창 시장 초입이라 매년 200%이상, 특히 올해는 작년에 비해 40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 하지만 일본 게이머들 성향과 시장의 치열한 경쟁 탓에 어느 정도 짦은 한계치를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인터넷 문화라는 점을 쉽게 접하지 않은 일본 게이머들이 일본 내에 본격적인 광통신망이 설치되어 VDSL 등의 초고속 라인을 이용할 경우 게임에 대한 시각이 바뀔 수도 잇다는 점과 한번 게임에 대해 신뢰를 주면 평생 그 게임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분명 탐나는 시장인 것은 사실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이 일본에 진출 하기 위해선 보다 치밀한 계획과 일본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는 현지화 작업 이와 더불어 일본인들의 심리를 잘 분석해서 체계적인 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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