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심의제도 개선 토론회 '좀 알고, 합리적 규제를 하라'

"한국은 게임과 관련해서 굉장한 규제 선진국입니다. 이제 규제를 수출하는 단계에 까지 와 있습니다. 오죽하면 규제를 해도 좋으니 규제 부처를 한 곳으로 일원화만 해달라고 빌었겠습니까."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이 때 아닌 격론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김성식 국회의원과 강승규 국회의원이 주최한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심의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한 패널들이 일제히 현 상황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이들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하나같이 국내의 게임 규제 정책이 '현실적이지 않다'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개인 개발자로 최근 이슈가 되었던 바르시아 스튜디오의 정덕영 대표는 "내가 뭔가를 듣거나 만들려고 하는데, 왜 국가가 참견하고 태클을 거는가?"라며 "게임을 탓하지 말고 여성부는 애들이 게임에 빠지지 않고도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 노력을 더 해달라."고 주문했다.

천영진 게임개발커뮤니티 운영자도 "한국은 아마추어에게도 심의를 받는 유일한 나라"라며 "규제를 아예 철폐하라는 게 아니다. 합리적으로 규제해달라"고 말했다. 천영진 운영자는 "시장 판도를 예측해서 5~10년 뒤에도 효과적인 법을 미리 연구하고 고안해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 또한 "사전 심의제도 때문에 애플이나 구글의 게임 카테고리가 없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라며 "현재 논의 중인 게임 셧다운제 또한 문제다. 광범위하게 부가통신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언론사, 온라인 쇼핑몰, 심지어 스마트폰 영역까지도 포함한다. 이 모든 대상이 밤 12시 이후에 청소년을 차단시킬 장치를 도입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들이 규제 법을 만들어서 생긴 일"이라며 "모든 매체는 유해하다고 규정짓고 들어가는 것 부터 고쳐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전창준 게임물등급위원회 정책지원부장은 이런 논조와 달리하는 의견을 냈다. 전창준 부장은 "한국이 가장 강력하게 규제가 법제화 되어 있는 게 맞다."고 운을 뗀 뒤 "등급분류를 안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 전에 사행성 게임을 퍼뜨리는 일부 부류를 구분해내지 않으면 규제가 심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는 '사이클링'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전 부장은 "또 스마트폰 사전 심의제가 없어지더라도 없어지는 순간 어차피 청소년 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되어 있다"며 "사전 심의제 논의에 청소년 보호법 개정에 대한 이슈가 반드시 포함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학부모정보감시단의 이경화 단장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게임을 적정 수준으로만 즐기도록 하는데 정부가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며 "정부가 부처간 싸움 외에 청소년을 정말로 미래까지 보호할 수 있는 규제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특히 게임과 관련해서는 학부모들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도 내놓아 달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들 패널들은 대부분 게임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지만 현재처럼 묻지마 식 규제 정책 남발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또 정치권에서 이런 의사를 충분히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언론, 개발사, 기관 등 국내 게임 전문가 50여 명이 참석해 토론회를 경청했으며 이현주 곰TV 아나운서가 해설을 맡았고 김민규 아주대학교 인문대학 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또 고흥길 국회의원, 김소남 국회의원, 임동규 국회의원이 토론회가 열린 소회의실을 찾는 등 정치권에서의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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