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즐기는 홍콩 느와르. 슬리핑독스

일단 게임 자체를 이야기하기 전에 홍콩 느와르물 영화에 대해 몇 마디 써 볼까 한다. 적어도 20대~30대 중반이라면 영웅 본색, 첩혈 쌍웅 등의 제목이나 주윤발, 장국영, 유덕화 등의 배우 이름을 과거 비디오 대여점이건 영화관이건 아니면 친구들의 입소문으로라도 접해보거나 들어 보기는 했을 것이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멋져 보이는 스타일과 의리나 우정을 위해 자신의 몸들 던지는 주역들의 모습에 많은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감동을 받기도 했었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인 슬리핑 독스는 바로 이런 홍콩 느와르 물에 가까운 컨셉으로 나온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다. 사실 이 게임은 원래 트루 크라임이라는 제목의 게임의 세 번째 신작으로 기획되어서 발표 되었다가 말 그대로인 업체의 사정으로 제작이 중단, 그대로 묻히게 될 뻔 했지만 스퀘어 에닉스에서 이 게임을 인수해서 제목을 변경, 결국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한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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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단 이런 내용은 게임에는 별 관계는 없으니까 일단 이정도로 하고 게임 본편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만 게임 자체는 이 장르로 유명한 GTA처럼 게임의 무대가 되는 홍콩의 도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미션을 수행하고 그 미션을 수행하면서 능력치를 올리고 다른 미션을 수행하는 식의 진행방식을 가지고 있다.

물론 오픈월드 게임인 만큼 꼭 미션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주어진 상황 내에서 마음대로 도시를 돌아다니고 필수 미션이 아닌 서브 미션을 플레이하면서 별도로 능력치를 올리거나 아이템, 돈 등을 모으거나 할 수도 있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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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이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다른 점은 총기가 그렇게 중요한 무기로 등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까지의 오픈월드 게임은 무대가 미국 같은 총기 휴대가 어느 정도 허용된 곳이라서 아무나 총기를 들고 다니고 진행하다 귀찮으면 총으로 두루루룩 쏘고 하는 식의 패턴이 많았다. 하지만 이 슬리핑 독스는 무대가 총기 휴대가 제한된 동양권이 무대인 만큼 총기보다는 주먹다짐이나 둔기, 도검 같은 무기로 싸우는 상황이 자주 발생된다(참고로 무기가 아예 안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을 일부러 공격해서 빼앗거나 특정 미션에서만 잠깐 나오는 수준이라 게임진행상 비중이 낮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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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먹다짐이 펼쳐지는 상황은 보통 일대 다수의 전개가 많아서 단순히 두들겨 패는 것 만으로는 순식간에 적에게 둘러 쌓여서 집단구타로 뻗어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이다. 현실에서야 당연한 일이지만 게임에서조차도 그랬다가는 진행을 할 수 없으니 문제. 그래서 게임 상에선 반격기라는 기능이 있어서 적이 붉은색으로 반짝일 때 타이밍 맞춰서 패드 버튼을 누르면 앞의 적을 패는 상황에서 마치 영화처럼 물 흐르듯 공격을 낚아채서 꺾거나 엎어버리고, 아니면 후려갈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션도 기본적으로 스토리 진행을 위한 미션과 능력치나 돈, 아이템을 얻기 위한 서브 미션이 있는데 어느 미션이건 게임진행에 필요한 기술의 해금에 필요한 경험치를 주는 만큼 너무 미션을 무시하고 딴 짓만 하는 것은 그렇게 추천하지 않는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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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게임 진행 방식은 이 정도로 하고 스토리로 넘어가면 무간도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일단 무간도라는 영화중 일부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주인공중 한 명은 경찰이고 범죄조직의 수사를 위해 일부러 조직에 투신해서 조직의 정보를 얻기 위해 시키는 일을 하는데, 이게 이 슬리핑 독스의 주인공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전체 스토리는 완전히 다른 만큼 일종의 오마주나 클리셰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의 주인공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고생이 참 많다. 일단 신뢰를 쌓기 위해서 맨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조직에 접근해야 하는지라 시장터 같은데서 수금하기, 다른 조직원 여러 명과 혼자내지는 둘이서 맞짱 뜨기, 차를 몰고 가서 다른 조직의 차를 받아버리기에 이외에 경찰 임무로 마약사범 체포를 위해 접선지역에 혼자 가서 싸워야 하는 등 온갖 고생은 다하게 된다. 게다가 지금 하는 일이 극비 임무인지라 주인공의 진짜 동료라고 할 수 있는 경찰 말단들은 당연히 주인공의 정체를 모르고 미션 진행이나 기타 행동을 할 때 방해를 하니 초반에는 진짜 말단의 설움과 비밀 임무의 고생을 여러모로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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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스토리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요소도 재미있는게 참 많다. 자주 사용하게 될 둔기나 도검류 중에서는 물고기(!) 같은 것도 있는데다가, 이 물고기로 적을 쓰러트리는 도전과제도 있다. 그리고 차량을 타고 다니면 자동적으로 배경음악이 나오는데 설정 상 라디오 방송의 개념이고 실제 있는 곡을 사용해서 외국 팝송을 자주 들어본 사람이라면 듣다보면 익숙한 음악이 나올 때도 있다. 또한 길을 걸어다가보면 노점상들이 막 부르면서 호객행위를 하거나 싸움이 나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치는 등 NPC들의 여러 가지 반응을 보는 것도 즐겁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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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음 해보는 사람이나 언어의 장벽을 넘기 어려운 문제를 감안한 것인지는 몰라도 미션 실행 시 자동적으로 화면에 가야할 곳의 위치와 거리와 아이콘으로 뜨고 미니맵에서도 미션을 받으러나 실행하러 가야하는 길을 라인으로 그어줘서 보여주는지라 적어도 미션이 어디에서 발동하는지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게 되는 상황은 확실히 방지해 주고 있다. 또 미션이 있는 위치를 맵에서 찍으면 최단 루트, 위치 화살표, 아이콘이 게임 화면, 맵, 미니맵에 모두 표시되며, 길에 자주 보이는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먹으면 능력 버프 효과나 체력 회복 효과를 얻는 등 편의 기능이 잘 만들어져 있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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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용 뿐만 아니라 게임 제작에 참여한 성우들도 대단하다. 주인공의 성우는 한국계 배우인 월 윤리이며, 루시 리우, 엠마 스톤, 린제이 프라이스 등 영화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베테랑 배우들이 성우로 참가 했다. 말 그대로 성우만으로도 드라마나 영화 하나 찍어도 될 정도. 그리고 한국인 성우로 김윤진 이라는 배우가 참가했는데 외화 LOST에서 백선화 라는 인물로 등장해서 아는 사람도 있을 듯 하다. 참고로 LOST에서 맡은 역할인 백선화 라는 인물은 초반과 후반의 내용 진행 동안의 이미지가 점점 변하는 모습이 특징 이다.

김윤진 이라는 배우는 슬리핑 독스 에서는 게임 진행 중 만나는 티파니 라는 여성의 성우로 등장하는데 티파니는 게임 진행을 하다보면 얻는 싸움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게 해주는 아이템의 위치를 맵 상에 표시하게 해주는 만큼 중요하다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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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게임의 전반적인 퀄리티는 뛰어난 편이지만, 역시나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몇 가지 짚어보겠다.

일단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조작감이 영 묘하다. 이건 개인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이동을 왼쪽 아날로그 버튼으로만 해야 하는데 너무 민감해서 문제다. 특히 자동차 조작 관련에선 조금만 실수해도 벽이나 다른 차를 들이받거나 이상한데 끼어서 못 빠져나오는 등의 시간 낭비를 하게 만들어서 어쩔 때는 다 된 미션을 이런 식으로 날려버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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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엇보다도 이 게임은 자막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막이 나오는 상황이 중국어로 이야기 할 때 밑에 영어로 나오는 정도고 이 외에는 전부 무자막으로 대화하는지라 히어링이 안되면 결국에는 중간 데모신 같은 건 즉시 스킵, 스킵, 스킵이라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나마 시스템 상으로는 상당히 친절해서 영어를 몰라도 몇 마디 단어만 알고 있다면 진행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지만 확실히 좀 껄끄러운 것은 사실.

슬리핑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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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몇 행동에서 분명 화면에서 뜨는 패드 버튼을 눌렀는데도 그게 인식이 안되어서 미션 실패나 사망을 자주 겪었는데 이건 별도로 찾아본 바로는 일종의 버그라고 한다. 다른 것 보다도 이건 상당히 게임에 지장을 주는 문제였기도 하다. 하지만 이 단점이라고 쓴 것도 사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낀 단점인데다가 오픈월드 타입 게임을 달리 접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글을 쓴 만큼 이런 계열의 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이 단점은 그렇게 큰 문제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 슬리핑 독스는 이때까지의 오픈월드와는 달리 문화적 배경이나 법규가 다른 동양권을 무대로 전개되는 만큼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는 다른 느낌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게임성 자체는 넘어가고서라도 스토리가 홍콩 느와르물의 전개인지라 꼭 미션이나 수집요소에 매달리지 않고 스토리 자체만을 즐기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리와 임무, 그 두 가지에서 갈등하는 홍콩 느와르물과 같은 삶을 체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이 슬리핑 독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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