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해적무쌍2 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성공하면 그를 활용한 게임이 나오는 것은 수도꼭지 틀면 물 나오는 것 만큼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일이 됐다. 원작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게임에 어떤 식으로 그려지는가를 보고 싶어하고, 게이머들은 인기 만화의 캐릭터를 자신이 직접 움직이고 싶어하니 어떤 측면에서는 윈-윈에 가까운 일이라 하겠다. 심지어 게임의 퀄리티와는 상관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흥행이 보장되어 있으니 개발사와 퍼블리셔 입장에서도 이렇게 ‘노나는’ 장사도 없지 싶을 것이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원피스가 게임으로 나온 것은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당연한 일이다. 원피스를 소재로 한 게임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게이머들이 원하는 ‘무쌍’ 장르의 게임은 2011년에 해적무쌍이 발매되면서야 현실이 됐다. 해적무쌍2는 이런 해적무쌍의 대를 잇는 작품으로, 전작보다는 좀 더 ‘무쌍스러운’ 게임성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원피스해적무쌍2
스크린샷
원피스해적무쌍2 스크린샷

조영준 기자(모르는 놈): 한준 선배는 이 게임을 엄청나게 기대하지 않았습니까?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전작을 엄청나게 기대했던 건 맞아. 난 원피스 빠돌이니까. 하지만 해적무쌍2는 기대한 적 없어. 걱정이 더 컸지.
김형근 기자(이하 달래는 놈): 그러고보니까 너 1편은 예약구매까지 했으면서 해적무쌍2는 ‘게임 나온 거 좀 보고…’ 라고 한 걸음 물러섰었지. 그래도 결국은 샀잖아?
까는 놈: 응. 하루 보고 샀었지 -_-; 1편보다는 내가 원하는 형태로 나왔으니까. 1편은… ‘무쌍’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면 안되는 게임이었어.

<게임성: 전편의 아쉬움을 달래는 액션 vs 해적무쌍이 아니라 삼대장무쌍인 줄 알았다>

모르는 놈: ‘무쌍’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면 안되는 게임이었다니요?
까는 놈: 각 개체의 행동패턴은 단순하지만,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숫자를 자랑하며 덤벼드는 적들을 청소하듯이 싹싹 쓸어내면서, 구역을 점령하고 보스와 대결을 펼치는 게임이었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적들을 쓸어버리는 즐거움이고 말이야.

모르는 놈: 1편에도 전투가 없었던 것은 아니잖아요?
까는 놈: 있었지. 있었는데 사람들이 기대했던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야. 적들이 많이 등장하지도 않았고, 전투를 좀 진행하나 싶으면 길찾기 퍼즐 파트가 나와서 흐름을 끊었거든. 골뱅이 먹으려고 골뱅이무침을 시켰더니 파하고 오이만 잔뜩 들어있을 때의 실망감과 비슷한 느낌을 전해준 게임이 해적무쌍 1편이었단다.

원피스해적무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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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는 놈: 그럼 이번 작품은 만족했겠네? 길찾기 퍼즐은 아예 없고, 무쌍류의 본질에 충실한 전투로만 가득한 게임이 나왔잖아? 한 화면에 등장하는 적의 수도 많고, PS비타 버전도 휴대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많은 적이 나오고 말이지.

까는 놈: 나도 PS비타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그 말은 진짜 맞는 말이야. 고스트 현상 때문에 적들이 종종 사라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말이지. 이런 점과 살짝 부족한 그래픽만 제외한다면 해적무쌍2는 과장을 조금만 보태자면 PS3 버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여줘.
모르는 놈: 정말입니까?
까는 놈: 물론 후반부에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 현상까지 포함한다면 차이가 제법 벌어지겠지만 -_-;

달래는 놈: 원작에 나왔던 각 캐릭터들의 기술도 재현을 잘 했고, 게다가 원작에서 주인공 루피 일행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는 칠무해, 삼대장들도 플레이 할 수 있어서 평이 괜찮아. 이 캐릭터들의 성능도 좋은 편이고.
까는 놈: 그렇지. 나는 개인적으로 ‘크로코다일’을 좋아하는데, 게임에서도 상당히 강력하게 나와서 만족했어. 얘 뿐만 아니라 삼대장들은 하나 같이 사기 캐릭터 수준이어서 맵을 간단하게 청소할 수 있지. 그런데 이게 문제야 이게. 캐릭터 밸런스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쳐지는 바람에 얘들로만 게임을 하게 된다는 게 문제라고.
달래는 놈: 솔직히 그건 무쌍 시리즈에서 항상 있던 일 아니야? 그걸 갖고 해적무쌍의 문제라고 하기엔 좀 억지 같은데?

까는 놈: 진삼국무쌍에서도 버려지는 캐릭터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서도, 체감상 느껴지는 캐릭터 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아. 성능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거든. 특히 루피 일행은 ‘이래가지고 해적왕 되겠냐?’ 싶을 정도로 성능이 좋은 편이 아니야. 가뜩이나 캐릭터의 수가 기존 무쌍 시리즈에 비해 적은 편인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쉬움이 더 커진다고. 게다가 어지간한 애정이 없으면 다른 캐릭터를 해야 할 당위성도 부족하고 말이다.

원피스해적무쌍2
스크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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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놈: 애정이 없으면 키울 맛도 안 든다는 건가요?
까는 놈: 뭐래. 어떤 캐릭터를 선택해도 똑 같은 스토리가 진행되고, 똑 같은 이벤트 장면이 나오는데, 굳이 다른 캐릭터를 할 이유가 없지. 오로지 적을 많이 빨리 쓸어서, 수집요소를 채우는 게 어찌보면 이 게임의 주요한 목적인데, 이를 위해서 굳이 성능이 나쁜 캐릭터를 쓸 필요가 어디있냐. 애정이 있다면야 ‘난 무조건 얘 아니면 안돼!’ 하면서 게임을 할런지도 모르겠다.

원작에서도 칠무해와 삼대장이 강하게 나왔다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 게임에서 이 녀석들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해. 이걸 원작을 충실히 구현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흰수염은 그다지 성능이 좋은 편이 아니고 -_-

<원작과의 연계: 원작의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들 vs IF 스토리는 흥미없다>
달래는 놈: 그래도 이 게임이 캐릭터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대부분이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은 갖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까는 놈: 이 게임은 원피스가 아니라 원피스를 소재로 차용한 무쌍이야. 원작 팬 뿐만 아니라 무쌍 시리즈의 팬들도 많이 즐기는 게임이라고. 그렇다면 무쌍장르의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요소도 갖추고 있어야지. 가뜩이나 진삼국무쌍 시리즈가 오랜 기간 출시되면서 평가 기준이 높아질대로 높아졌는데?

원피스해적무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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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놈: 그래도 원작 팬들은 좋아할만한 게임인가 보네요?
달래는 놈: 원작 팬이라면 좋아할 요소가 많지. 좋아하는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는 캐릭터 게임 특유의 재미요소는 물론이고,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대사가 게임 내에 깨알 같이 펼쳐지거든. 특히 ‘동료 스트라이크’를 사용할 때 이런 대사를 많이 들을 수 있어. 캐릭터 조합에 따라 대사가 달라지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원작 팬들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지.

까는 놈: 하지만 원작을 사랑하기에 생기는 아쉬움도 갖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 특히 스토리 말야. 아무리 액션이 주가 되는 게임이고 스토리는 부가적인 것이라지만, 원작을 소재로 했다면 원작에서 느꼈던 명장면을 게임 내에서 그려내는 것은 캐릭터 게임의 의무라고 생각해. 하지만 네가 말한 ‘동료 스트라이크’ 발동 시에 나오는 대사 말고는 그런 즐거움이 부족해.

차라리 이러한 부분에선 전작이 좋았어. 원작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 원피스 팬들이 흔히 말하는 명장면인 ‘닥터 히루루크의 벚꽃’이나 ‘고잉메리호의 최후’ 같은 에피소드를 보여줬거든. 이번 작품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인 ‘IF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데, 이 스토리 자체가 그다지 매력이 없어. 원작보다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많아.

원피스해적무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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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IF 스토리’를 쓰고 싶었다면, 적어도 원작의 장면을 볼 수 있는 모드를 준비해뒀어야 한다고 봐. 그동안의 코에이테크모의 작태를 생각하면 ‘이번에 너무 많은 걸 보여주면 다음 번에 보여줄 게 없어지겠지? 후후후. 이건 다음 번에 보여줄래~’ 라는 생각을 했을 거 같기도 하다.

<마무리: 3편은 해적무쌍 1, 2를 합친 게임이 되길>
모르는 놈: 그렇다면 해적무쌍 3편은 1편과 2편을 합치면 되겠네요?
까는 놈: 진삼국무쌍도 3편이 개념이었으니까. 해적무쌍도 3편이 나오면 훨씬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실제로 많아.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루고, 더 많은 캐릭터를 활용해 적을 쓸어버릴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지. 나는 해적무쌍 1편과 2편을 코에이테크모가 시장 반응을 엿보기 위한 준비작이었다고 생각해. 아니. 내 바람이 그래. 어차피 출시하면 판매량은 보장이 되는 게임이고, 그렇다면 더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 그러지 않고서야 정확히 1편과 2편의 장단점을 교차하도록 게임성을 구축하지는 않았을 거야.

- 해적무쌍2는?
- 과일 하나 잘 먹으면 인생이 바뀐다는 먹거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원작 만화 원피스와 다수의 적을 날려버리는 무쌍 장르가 결합한 게임. 원작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워낙에 무쌍난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덕에, 원작과 게임의 이질감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PS3와 함께 발매된 PS비타 버전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으며, 두 기종의 세이브파일 연동이 되는 덕분에 발매 초기에는 PS비타 버전을 구매하지 못 해 발을 동동 구르는 게이머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원피스해적무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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