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 흐르는 비매너 게이머, 캠페인이 아닌 제재가 필요하다

음주운전을 저지른 이에 대한 처벌 수위는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약해 음주운전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단 음주운전 뿐만 아니라 각종 성범죄, 성추행 등 범죄의 죄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받는 경우에는 이러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처벌이 약해 문제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할 때의 사례로 이제는 음주운전과 성범죄 이외에 온라인게임 내 매너도 꼽아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물론 게임 내 비매너가 음주운전과 성범죄만큼의 중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는 ‘가해자’들의 심리는 서로 너무나도 닮아있다.

<욕쟁이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비매너 플레이어, 특히 욕설을 일삼는 이들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각급 초, 중, 고등학교가 방학에 돌입하며 이러한 문제가 더욱 대두되고 있다. 특히나 근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경우는 인게임 코멘터리인 ‘소환사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를 빗대어 ‘욕쟁이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을 맞이했다.

꼭 욕을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이들을 방해하거나, 정신적으로 상처를 주는 플레이를 하는 이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방법도 가지가지다. 일부러 상대에게 도움을 준다거나, 자신의 생각대로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고 게임에서 나가는 경우는 양반이다. 상대의 부모를 욕하거나,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명예훼손에 버금가는 행위도 서슴치 않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악플러가 자신의 악플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을 즐기듯이, 게임 내에서 자신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고 사람들이 짜증을 내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이들이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혼자 즐기는 게임에서라면 이러한 행동을 했을 시의 불이익을 자신이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팀 단위로 진행되는 게임에서는 이러한 ‘이상한 사람’의 존재는 다른 이들에게 커다란 심적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흔히들 말하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온통 흐리는’ 상황이 자꾸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그 미꾸라지가 물만 흐리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상처도 남긴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LOL
LOL

<원래 LOL은 그렇게 하는 겁니다. 정말로?>

LOL 관련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게임을 하다가 온갖 종류의 비매너 플레이어들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내 ‘나만 당한 게 아니었구나’하며 공감하는 이들의 댓글이 달리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피해자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게임 속 세상의 가해자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는 걸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욕설이 심한 경우에는 정식으로 고소를 해서 처벌할 수 있으며 (관련기사: 도 넘은 게임 내 욕설, 이렇게 신고하자 / http://game.donga.com/66231/), 게임 내 비매너 플레이 역시도 이를 신고할 수 있는 장치가 LOL에는 마련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절차가 쉽지 않거나 그 효력이 의심스럽다는 것에 있다.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은 증거를 확보기도 어렵고,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진정서를 접수하는 부담도 있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경찰서와 인연이 없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라이엇게임즈 측에서 운영 중인 배심원 제도와 계도 프로그램의 경우는 그 효력이 의심스럽다. 라이엇게임즈는 게이머들의 신고를 접수해 사람들이 직접 해당 사안에 대한 처벌여부를 정할 수 있는 배심원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적지 않은 효력을 냈다.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각종 비매너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꺼내어 사람들에게 ‘이런 일들이 진짜로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했으며, 가해자들에게는 ‘내가 저지른 비매너 플레이가 나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겠다’는 경각심을 일으켰다.

여기에 라이엇게임즈는 인게임에서 수시로 비매너 플레이에 대한 경고문구를 노출해 사람들이 비매너 플레이를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캠페인도 진행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충분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앞서 언급한대로 비매너 플레이어는 줄어들지 않았고, ‘짜증나서 못 하겠다’는 게이머들의 불평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모 자동차 광고문구처럼 ‘LOL은 원래 그렇게 하는 겁니다’라는 말을 해도 될 정도로 ‘LOL=비매너’라는 인식이 생겨날 지경이다.

<노력은 인정하지만... 피해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게임 내에서 발생한 이러한 문제를 온전히 라이엇게임즈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다소 가혹한 일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사태의 심각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그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구상하고 적용시켰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됨에도 왜 이렇게 미온적인 해결 태도를 보이는가’에 있다.

게이머를 상대로 게임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라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으로 선별된 비매너 게이머들에게 적어도 지금보다 강력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LOL을 하면서 만나는 비매너 게이머들에게 ‘신고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경우 이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태도는 ‘비웃음’이다. “하려면 해보던가”, “그거 해봤자 내가 손해볼 거 없다”는 식의 배짱있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실제로 이런 게임 내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 않는다.

신고를 했다는 이들은 많고, 배심원들이 유죄 판결을 내린 사례도 많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로 인해 제재를 받았다는 결과는 알 길이 없다. 이미 처벌을 받은 이들도 있겠지만, 이들이 굳이 자신들이 처벌을 받았다는 것을 알리고 다닐 이유는 없다. ‘비매너를 하면 모진 꼴을 당하는구나’하고 느끼게 할만한 사례가 없다는 뜻이다.

LOL
LOL

처벌 자체도 솜방망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LOL 내의 비매너 게이머들에 대한 조치로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채널의 분리다. 비매너 게이머를 가르는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 이들끼리 매칭이 되도록 만들라는 주문을 게이머들은 하고는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미 경쟁작이라 할 수 있는 도타2에 적용되어 있으며, 도타2는 이러한 시스템의 효과를 적잖이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매너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비슷한 부류끼리 하도록 하면 될 일이다. 일반적인 게이머들이 이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계도를 할 것인가? 아니면 보호를 할 것인가?>

라이엇게임즈는 마치 성선설과 성악설 중에 성선설을 믿고 있는 모습이다. “게이머들은 모두 착한 사람들인데 무언가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로 이런 비매너를 하고 있으니, 우리가 이들을 계도해서 모두 착한 게이머로 만들어야겠어”라는 식의 집념마저 느껴진다.

훌륭한 태도인 것은 분명하지만 라이엇게임즈가 챙겨야 하는 것은 이러한 비매너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그들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게임 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선량한 게이머들이다. 비율로 따지면 LOL 내의 비매너 게이머는 전체의 1% 가량에도 미치지 못 한다고 이야기한다. 1%를 계도하기 위해 99%를 외면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교육기관이 아닌 게임을 서비스하는 서비스 업체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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