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지스타는 어디로' 편

많은 관심을 모았던 2014년 지방선거가 끝났다.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이는 게임업계 종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라의 미래 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도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여러 지역구 가운데서도 게임업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지역은 부산이었을 것이다. 국내 최대의 게임쇼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은 근래 게이머들에게 있어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지역이었다. 통칭 '신의진법', '손인춘법'으로 알려진 게임 관련 규제안을 공동 발의한 인물이 당시 부산 해운대 기장갑 의원이자 이번 선거에서 부산 시장에 당선된 서병수 후보였기 때문이다.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다들 투표는 했냐?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당연히 했습죠. 민주주의 시민의 기본 소양 아니겠습니까.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투표를 걸러본 적이 없습니다.
까는 놈: 그래… 그래서 다들 누구 찍었는데?
편드는 놈: 그런 건 왜 물어보십니까. 비밀투표 모르시나요 비밀투표. 선거 4대 원칙인데.
까는 놈: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다니… 서운하구나.

말리는 놈: ...대꾸하고 싶지도 않으니 넘어가겠습니다. 개표까지 끝나고 나니까 또 한 번 시끌시끌한 느낌이에요. 특히 게임업계는 말이죠.
편드는 놈: 정확히 말하자면 지스타 관련 이슈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어요. 앞으로 지스타가 계속 부산에서 열려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많구요.

까는 놈: 그럴 수 밖에 없지. 게임업계와 서병수 당선자는 악연이라면 악연인데;; 게임사의 매출 1%를 징수하는 '손인춘법'의 공동 발의자였잖아. 당시 지스타가 자신의 지역구인 해운대구에서 열리고 있었음에도 이런 자세를 취한 것에 게임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고.
편드는 놈: 법안의 의도가 무엇이 됐건 간에,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달가워할 인물은 아니죠. 당장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에서 적대적 입장의 사람이니 -_-;

말리는 놈: 지스타를 계속 부산에서 하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상황 때문이겠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수장이 있는 곳에서 게임 관련 행사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으니까요.

지스타 3일차
사진
지스타 3일차 사진

까는 놈: 성격 급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스타를 부산이 아니라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으로 옮겨서 개최하는 게 맞지 않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편드는 놈: 어차피 지스타는 2016년까지 부산에서 진행하는 걸로 계약된 상황 아닙니까? 그리고 서병수 당선자가 마냥 게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만 견지했던 것은 아니에요. 게임물관리의원회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의원회를 부산으로 옮겨오기도 했거든요. 스스로도 이런 점을 강조하기도 했구요.

까는 놈: 그러니까 성격 급한 사람들이라는 거지. 그런데 서병수 당선자가 저런 조직들을 부산으로 옮겨왔다고 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인물' 이라는 이미지가 희석될 것 같지는 않은데? 저 조직들의 역할도 게임을 관리하는 것이잖아. 업계 입장에서는 그다지 '업계 친화적' 조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곳이라고. 이걸로 이미지 쇄신은 못할 것 같다.

말리는 놈: 서병수 당선자에 대한 평가보다는 지스타 개최지를 옮기는 게 타당한지,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그게 적절할 거 같아요.
까는 놈: 이번 선거 기간에 게임과 관련된 공약이 제법 많이 나왔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맞붙은 남경필 당선자는 K-IDEA 협회장이고 김진표 후보는 게임 관련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으니까. 아마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서울 혹은 경기도 지역으로의 개최지 이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나는 찬성이다. 부산, 경상도 지역 사람들에게는 욕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지역에 굳이 금전적인 이득을 안겨줄 필요는 없다고 봐. 부산 지역이 이런 금전적 이득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편드는 놈: 금전적 이득이요?
말리는 놈: 지스타 개최로 부산 지역이 매년 약 1천 억 가량의 경제효과를 본다는 분석이 있거든요. 이러한 경제효과를 노리는 지자체는 얼마든지 있겠죠.

그런데 도의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어요. '일산 킨텍스 시절에 주춤하던 지스타를 부산으로 옮겨와서 살려놨더니, 이제와서 가져가겠다?'는 식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구요.

지스타dota2
지스타dota2

까는 놈: 지스타 개최로 경제적인 이득을 보고 있으면서 게임을 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매출의 1%를 징수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한 것은 도의적인 행동이고?

그리고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던 시절에 불편함이 많았고 이에 따라 성적이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거울 삼아서 이번에는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 솔직히 그럴 자신 없으면 옮겨와서도 안될 노릇이기도 하고.

편드는 놈: 솔직히 부산에서 지스타가 개최되면서 질적으로 양적으로 발전한 공로는 인정해야 되지 않습니까? 관람객 수도 늘어났고 규모도 커졌고 말이죠. 관람 환경도 킨텍스 시절보다 더 좋아진 것도 인정해야 돼요. 그리고 몇 년 사이에 지스타 규모가 굉장히 커졌는데, 이를 수용할 공간이 수도권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까는 놈: 그래. 맞아. 잘 했어. 게임업계도 부산시의 그러한 노력을 인정하고 있기도 해. 그런데 그 좋은 이미지를 '공동 발의' 한 번에 날려버렸잖아. 야. 좋은 이미지 한 방에 날아가는 일 수두룩하다? 이미지 좋던 연예인들이 스캔들이나 범죄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거 못 봤어?

수도권에 지스타를 치를 수 있는 공간이 있겠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일산 킨텍스 이외에 판교나 성남 같은 곳에서 이러한 행사를 치를 수도 있지 않겠어? 뭐 지금 당장이야 기반 시설이 없기는 하지만.

말리는 놈: 성남이나 판교를 예로 든 이유가 있습니까?

까는 놈: 일단 성남시는 지속적으로 게임규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서적으로 게임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사실 성남시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만. 개최지 후보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릴만한 이유는 갖고 있다는 이야기지. 판교에 게임사들이 대거 이전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겠네.

사실 게임사들도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 비용 문제도 있고. 기왕이면 가까운 곳에서 진행하는 게 편할 수도 있어. 성남이나 판교 근처에 대규모 숙박시설이 없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당장 올해 개최하자는 것도 아니고 몇 년 후를 노리고 차근차근 준비를 한다면 문제 없을걸? 지자체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긴 하다만.

편드는 놈: 이 정도로 지스타를 성장시켰고, 잘 치르고 있는데 굳이 옮길 필요가 있을까요? 솔직히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데요.

까는 놈: 애초에 부산시가 지스타를 제대로 치르지 못 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잖아. 개최지가 게임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냐가 문제였던 것이고, 기왕이면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하는 곳보다는 긍정적인 시선을 가진 쪽에 이득을 안겨주는 것이 지자체와 게임업계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지스타 2013
지스타 2013

말리는 놈: 사실 각 지자체가 지스타 유치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하지만 당분간 지스타의 향방에 대해, 그리고 부산시의 행보에 대해 게임업계가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겠네요.

까는 놈: …그런데 결론이 너무 뻔한 거 아니냐?
말리는 놈: 선거 끝나자마자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단정 짓는 것보다는 뻔한 말이라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차근차근 생각하는 게 맞지 않나요? 그렇게 쉽게 판가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구요. 선배 말마따나 돈이 1천 억 원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잖아요.

까는 놈: 그렇긴 하다만… 그래. 경제적인 문제, 정책적인 문제, 도의적인 문제. 이런 거 다 떠나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너희들은 어디서 열리는 게 좋으냐? 난 우리집에서 가까운 데서 열리는 게 제일 좋다.

편드는 놈: 그런 말을 하면 지금까지 선배가 주장한 것의 의미가 완전히 퇴색되는데… 잘도 그런 소리를 하시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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