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DONGA

[칼럼] 게임산업의 평가는 극과극, 체계적인 문화교육이 절실하다

조학동

약 3주 쯤 전, 대전 KT 연수원에 '게임의 순기능'을 다루는 강의를 진행하고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강의는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나 중소기업청 등의 요청을 받아 제2의 직업을 찾는 노년층 대상이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나 중학교 오지에 있는 학생들의 직업교육, 특성화 고등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 형태 등의 강의를 해왔습니다만 이번 대상은 특이하게도 '가족 상담사' 어머니들이었습니다. 가정사를 다루는 상담사분들이며 대부분 자녀가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구성된 분들이더군요.

이번에 강의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 상담사분들은 온갖 가정의 불화를 상담해주는 위치에 있으신 분들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각자의 자녀들이 게임을 빠져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분들이 많았던 거죠. 다른 사람들의 가정 상담을 해주고 해결 해줘도 정작 게임과 관련된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게임중독

그래서 그런지 강의 도중에 한 분이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자꾸 게임이 좋은 거라고 하니까 부아가 치민다." "대학교 1학년인데 애가 게임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린다. 어떻게 해야 하냐."

질문이 나오자 또 어떤 상담사 분이 "게임을 10시간 넘게 계속 하고..게임 못하게 하면 막 자해하려하고 난리치는 아이가 주변에 있다. 정상은 아니지 않냐." 등등 여러 질문을 해주시더군요. 그후 둑이 터지듯 질문이 쏟아져서 강의는 잠시 중단되었고, 나머지 시간은 Q&A 시간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거의 30분 넘게 Q&A 시간이 이어졌는데, 몇몇 질문의 답변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게임을 10시간 이상 하는 아이. 일단 전 궁금하더군요. 세상에 어느 집의 부모가 아이가 10시간 동안 게임하는데 그대로 둘까 싶었던 거죠.

답변을 들으니 아니나다를까, 부모님 두 분 다 바빠서 매일 저녁 10시 넘게 집에 들어오더군요. 애 혼자 날마다 5시간 가까이 집에 혼자 있던 겁니다.

그런 과정에 게임에 몰입한 아이는, 주말에도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낯선 거죠. 부모가 있든 없든 계속 게임만 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부모는 아이가 게임에 빠져서 난리라고 하고 있는 거구요.

그래서 만약 매일 그 5시간의 시간 동안 게임이 없으면 아이가 무엇을 했을까. 라고 오히려 질문하시는 상담사님께 질문해보았습니다. 상담사분들도 딱히 대답을 못하더군요.

저는 얘기했습니다. 게임이 없다면 인터넷 중독? 티비 중독? 등등 뭔가의 중독이 있지 않았을까. 라고요.

심지어 감옥에서도 독방에 혼자 6시간 이상 매일 있으면 자폐 증세가 오는데. 오히려 게임이 그런 외로움이나 허전함을 달래준 모양새가 아니냐는 대답을 했습니다. 결국 아이가 건전한 취미를 가지게 해주기 위해 부모들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했지요. 최소한 주말에라도 부모님들이 주무시지만 말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같이 배드민턴이라도 치시는 게 어떻냐고 했습니다.

게임을 그만두게 하면 자해를 하는 아이에 대한 대답도 이어졌습니다. 보니까 MMORPG를 하고 있더군요. 상담사분께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만큼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는, 게임 내의 커뮤니티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그 아이에게 그냥 못하게 하는 건 답이 아니라고요.

저 같으면 부모님이 아이가 빠진 게임에 일단 같이 들어가서 함께 길드를 꾸며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가 해당 게임 내 커뮤니티에서 어떤 위치인지, 또 어떤 부분에서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전부 체크를 한 후 조금씩 멀어질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가 이번 시즌이나 공성전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면, 그때까지는 함께 플레이하면서 지켜 보고 다음 시즌에 요직을 좀 줄이겠다고 길드원들에게 밝히고 조금씩 게임에서 벗어나도록 힘써주라고 설명했죠.

무엇보다 그만두는 방법에 있어 반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정부에서도 집값이 오른다고 하루 아침에 '각자 2억씩 내리시오' 이런 정책은 세우지 못하지 않냐, 과도한 제재는 후폭풍이 있는 법이니 아이가 게임 내에서 어떤 상황인지 선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질문들이 있었는데, 비슷한 식으로 답변이 되었습니다.

게임중독 사건

여튼, 강의도 강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 교육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게임에 골머리를 앓는 부모님의 답답한 입장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이지만 저처럼 게임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모를까, 사실 일반 학부모님들이 게임에 빠진 아이를 제어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이 게임을 싫어하는 이유도 충분히 알 것 같았고...여성부나 복지부가 왜 일방적으로 게임산업을 못살게 구는데 힘을 얻고 있는지도 좀 더 새길 수 있게 되었네요.

하아.. 실제로 한국의 게임산업은 각 분야에 따라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요. 마약처럼 완전히 박멸해야할 산업군이라는 평가도 있고, 수출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덕분에 정부 입장도 진흥이냐 규제냐 뒤죽박죽이지요.

이런 한국 사회에서 게임산업에 있어 가장 절실하게 보이는 것은 '문화 교육' 입니다. 게임에 빠진 자녀들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그리고 순기능과 역기능을 명확히 알려주는 식의 교육 말입니다. 소위 인터넷 예방 교육처럼, 무조건 '인터넷을 끊어라!' 식의 교육은 아무 도움이 못된다는 걸 누구나 상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콘텐츠진흥원 등 진흥기관에서도 그러한 점을 깨닫고 '게임리터러시'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더군요. 이러한 진흥기관의 행보에, 나아가 게임업계에서도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발벗고 나설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돈 버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더 많은 사회공헌과 함께 게임 문화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잡아 실행해나가는 것. 장기적으로 건전한 게임문화 육성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올림픽 영상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가 마리오로 변신하며 자국의 게임 문화를 세계로 알렸지요. 한국은 마약 취급인데, 옆나라인 일본은 국가적 대표 문화로 인식하는구나.. 정말 부럽고 한 편으로 씁쓸한 느낌이 들었었네요. 한국도 한 걸음씩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게임 마리오 게임중독 콘텐츠진흥원 리터러시 아베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