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RTS 부활을 외치다! 16년 만에 돌아온 에이지오브엠파이어4
20년 만에 레저렉션으로 다시 돌아온 디아블로2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추억이 다시 돌아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때 스타크래프트, C&C(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를 주도했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는 MS(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앙상블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문명과 스타크래프트의 장점을 합쳐놓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 시리즈다. 1편의 경우 임나일본부설을 채택한 캠페인 때문에 논란이 있기는 했으나, 2편에는 한국 문명이 정식 추가되고,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그린 캠페인 모드도 추가되는 등 한국 이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요소 덕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다만 지난 2005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3’를 끝으로 앙상블 스튜디오가 없어지면서, 시리즈의 명맥이 끊길뻔했으나, 지난 2017년 MS(마이크로소프트)가 시리즈를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한 뒤 1, 2, 3편의 결정판을 다시 출시하고, 이번에는 정식 후속작인 4편을 출시하면서, 다시 팬들에게 돌아왔다.
무려 16년 만에 돌아온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에서 가장 큰 변화는 개발사가 변경된 것이다. 이전까지 개발을 담당하던 앙상블 스튜디오가 없어졌기 때문에, 4편의 개발은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워해머40K’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RTS 명가 렐릭엔터테인먼트(이하 렐릭)가 맡았다.
원래 개발진들이 다시 돌아올 수도 없고, 이제는 RTS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개발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렐릭이 만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를 보면 시리즈 최고 인기작인 2편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정통 역사물이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3편이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블랙 가문과 영생을 꿈꾸며 젊음의 샘을 찾으려는 오수스라는 조직의 대결이라는 판타지 소설로 등장하면서 호불호가 갈렸던 만큼, 4편은 다시 중세 무대로 돌아갔다. 영국 정복왕 윌리암이 등장하는 ‘노르만 왕조’부터, 잔다르크가 등장하는 ‘백년전쟁’, ‘몽골 제국’, ‘모스크바의 성장’ 캠페인을 통해 중세 유럽의 역사를 다시 체험해볼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영상 연출이다. 각 캠페인이 시작할 때 당시 정세를 보여주는데, 1000년이 넘는 세월로 인해 엄청나게 변화한 현재 시점의 도시 모습과 당시 부대의 움직임을 합성해서 보여주는 연출이 매우 감각적이다. 또한 중세 시대 때 최강의 병기였던 트리뷰셋의 실제 모습과 당시에 사용됐던 갑옷과 석궁 등을 설명한 풍부한 영상 자료는 캠페인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언뜻 보기에는 이전 작품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이는 그래픽 때문에, 게임 플레이도 달라진 게 없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세세한 부분에서 많이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와 크기 비율이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건물 크기가 커지고, 건물이 파괴되면 잔해가 남는 연출이 생기는 등 전장이 더욱 실감나게 변했으며, 성벽 위에 병사를 배치할 수 있고, 수풀에 잠복할 수 있게 되는 등 전략적인 요소도 강화됐다.
또한 장궁병의 ‘말뚝 설치’, 창병의 ‘창벽’ 등 일반 병사들에게도 다양한 스킬이 추가됐으며, 단축키가 최적화됐기 때문에,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느리긴 하지만, 이전 작품들보다는 게임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다.
멀티 플레이에서도 고증이 중요한 게임답게 장궁병이 강한 영국 문명, 집을 짓지 않아도 최대 인구수가 확보되는 몽골 문명, 화약이 강점인 중국 문명 등 문명들의 개성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다양한 전략, 전술이 나올 수 있다. 타 게임에 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재 멀티플레이 매칭창을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멀티 플레이를 즐기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4’는 정말 오랜만에 부활하는 것에 부담감 때문인지, 혁신이 아니라 가장 인기가 많았던 2편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안전한 선택을 했다. 16년 만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작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발전했다고 느껴지지 않은 그래픽이 다소 아쉽기는 하나,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여러모로 전작보다 나아진 부분들이 만족감을 준다. 현재 스팀에서도 “오랜만에 괜찮은 RTS 신작이 나왔다.”며, 대부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RTS 장르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시리즈 특성상 타 게임에 비해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멀티 플레이 때문에, ‘스타크래프트’처럼 대중적인 인기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RTS 장르의 부활은 어렵겠지만,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의 전성기를 추억하는 이들에게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