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IP가 필요해! 엔터 산업 주목하는 대형 게임사들
최근 넥슨 재팬에서 미국 영화, 드라마 제작사 AGBO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넥슨 공시에 따르면 AGBO에 4억 달러(약 4800억원)를 투자하며, AGBO가 요청할 경우 최대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넥슨은 이번 투자로 AGBO 지분의 38%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
AGBO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루소 형제가 설립한 회사로, 그동안 영화 ‘21 브릿지:테러 셧다운’ ‘익스트랙션’ 등을 제작했고, 넷플릭스, NBC유니버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과 협업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AGBO이 넥슨의 게임 타이틀을 활용해 영화나 TV 시리즈를 제작하거나, 넥슨이 AGBO 작품을 기반으로 게임과 가상세계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사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투자는 넥슨만이 아니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BTS)로 유명한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를 진행해 관심을 모았으며, 크래프톤은 드라마 ‘미생’, ‘시그널’ 등으로 유명한 이재문 대표가 설립한 히든시퀀스에 투자를 진행했다.
컴투스는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됐던 SF 영화 ‘승리호’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위지윅스튜디오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위지윅스튜디오와 공동으로 이정재, 정우성이 소속된 아티스트컴퍼니의 경영권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엔씨소프트는 자회사 클렙을 설립하고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를 선보였으며, CJ ENM과 콘텐츠, 디지털 플랫폼 분야의 협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여준 곳은 많지 않지만, 하이브에 2014억을 투자한 넷마블은 하이브의 주가 상승 덕분에 이미 2조 이상의 투자 수익을 올린 상태이며, 나머지 기업들도 향후 사업 확대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게임사들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투자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새로운 IP(지식 재산)가 필요한 게임업계와 자사 콘텐츠의 영역 확대를 노리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인기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 게임로 만들면서 IP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강력하고, 새로운 IP가 필요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자사의 콘텐츠를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BTS나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으로 인해 K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니,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NFT, 메타버스에서도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만남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이 무조건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원소스멀티유즈라는 개념으로 영화의 게임화, 게임의 영화화 등 협업 사례가 많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만 봐도 전 세계를 사로잡은 마블 어벤져스 영화가 게임화됐지만, 영화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특성 차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IP가 좋으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만 가지고 어설프게 접근한 결과다.
실제로 아타리쇼크의 주인공인 ‘ET’나 007의 명성에 먹칠을 한 ‘007 레전드’처럼 특정 시기에 맞춰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개발 일정을 앞당겨서 망한 사례도 많다.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매력이 아니라, 홍보 효과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인 생각이 독이 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협업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각각의 장점을 더욱 더 부각시키는 형태로 준비되고 있는 만큼, 이전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팝, K-영화, K-드라마에 이어 K-게임까지 전 세계의 트렌드를 장악하는 날이 오게 될지 결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