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지의 제왕 전쟁의 시작. 대형 IP와 전략 장르의 만남은 어울렸나?
전 세계 판타지 영화의 판도를 바꾼 걸작이자, 앞으로 나올 대작 영화들의 거대한 장벽으로 남은 ‘반지의 제왕’이 모바일 전략 게임으로 등장했다.
중국 넷이즈게임즈가 최근 출시한 ‘반지의 제왕 전쟁의 시작’은 판권사인 워너 브라더스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선보인 게임으로,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왕국 중 하나를 골라 중간계를 통일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이전에 게임과 전혀 관련 없는 간달프를 연상시키는 광고와 제목으로 팬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반X’라는 게임과 달리 정식 계약을 맺고 개발했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을 모바일 게임으로 즐기고 싶은 팬들에게는 꽤 의미가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전략 게임이 등장해 관심을 받은 것처럼,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기 IP를 활용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다만 원작의 명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게임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면서, 게임만의 새로운 개성을 선보이지 못하면 팬들의 거센 반발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략 장르인 ‘반지의 제왕 전쟁의 시작’은 게임만의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원작에 등장하는 다양한 국가를 선택해서 중간계를 통일하는 재미를 선택했으며, 인간, 엘프, 드워프 등 선의 진영 뿐만 아니라 오크가 지배하는 앙그마르, 사루만의 요새 아이센가드, 사루온의 요새이자 악의 세력이 집결한 모르도르를 선택해 인간계 정복을 노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방대한 땅인 룬(Rhûn)과 ‘고귀한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가상의 북왕국 아르노르(Arnor)와 같은 신규 세력도 추가해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간달프와 프로도 등 반지원정대의 활약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던 이전의 ‘반지의 제왕’ 게임들과는 다른 접근이다.
게임 플레이는 전략 게임에 익숙한 이용자라면 시작하자마자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자신의 영토를 기반으로 인접한 주변 지역을 점령해 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확보된 자원을 활용해 부대를 만들고, 영토를 발전시키면 된다.
원작에 등장한 유명 영웅들은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영입할 수 있다. 레골라스와 아라곤, 김리, 간달프, 에오윈 등 주요 캐릭터들이 영웅 지휘관으로 등장하며, 타락한 마법사 사루만, 오크 대장으로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 러츠, 그리고 마술사왕으로 출연한 위치킹 등 악의 진영을 대표한 영웅도 출연한다. 이들은 해당 국가에 귀속되는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곤도르를 선택했어도 사루만을 지휘관으로 영입할 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영웅들을 영입하는 과정이 단순히 뽑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뽑기로 강력한 영웅을 한방에 뽑을 수도 있지만, 각종 임무를 해결하면서 획득하는 선물을 써서 존경심을 채워도 확정적으로 영입할 수 있다. 물론 유명 영웅일수록 선물 요구량이 많으며, 등급을 올리는 것도 더 어렵기 때문에, 낮은 등급의 영웅을 차근차근 성장시키는 게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전략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원작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요소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선의 진영과 악의 진영의 대결인 만큼, 자신이 선택한 왕국 소속만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맹 관계의 진영들이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왕국을 발전시키다 보면 동맹 관계에 있는 종족들의 주둔지도 건설할 수 있으며, 여기서 군사 시설을 발전시키면 그들의 강력한 전투 부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IP 계약을 맺고 출시하는 게임답게 각종 부대의 묘사가 꽤 훌륭한 편이라 대규모 부대가 전투를 치를 때 보는 맛이 있다.
또한, 모두 자신만의 반지를 하나 골라서 성장시킬 수 있으며, 반지를 성장시킬수록 전투와 성장에 유리한 버프 효과를 받을 수 있다. 반지의 형태를 고를 때도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부가 효과가 달라진다.
영웅들을 영입하는 선술집에서는 각종 임무를 받아 각종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영웅들의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서끝말의 붉은책에서는 원작의 중요 전투 장면에 참가해서 한정적인 부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적을 처치하고 다양한 보상을 획득할 수도 있다. RPG에 가까운 원작을 전략 장르로 바꾸다 보니 원작 스토리의 재미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콘텐츠로 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시즌제를 도입한 게임이기 때문에 절대 반지가 발견되어 혼돈이 시작되는 시즌1을 지나 악의 진영과의 본격적인 분쟁이 진행되는 새 시즌이 시작되면, 좀 더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반지의 제왕 전쟁의 시작’은 기본적으로 전략 팬들에게 익숙한 형태를 바탕으로, 원작 IP의 강점이 되는 부분을 더하는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대형 IP일수록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에 과감한 도전보다는 최대한 기존에 검증된 콘텐츠를 활용하는 안정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보수적인 접근 때문에 기존 전략 게임과 차별화된 재미를 주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반지의 제왕 IP 덕분에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에서 원작의 향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플레이 자체는 기존 게임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영지 발전이나 부대 관리, 지휘관 등은 전략 장르에서 어쩔 수 없는 필수 요소라고 하더라도, 나름 특색으로 내세운 반지 육성은 드래곤으로, 동맹 부대는 용병으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다.
원작은 악의 군주 사우론에 대항하기 위해 모든 종족들이 힘을 합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접한 주변 이용자들과 영역 다툼을 벌이게 되는 부분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시즌이 좀 더 진행되면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권을 위해 여러 국가들이 영역 다툼을 벌이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왕좌의 게임’이나 ‘삼국지’만큼 전략 장르에 최적화된 IP는 아니라는 얘기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작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요소들과 악의 진영을 선택할 수 있는 등 새로운 요소가 몇가지 추가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인상을 바꿔줄 만큼 비중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반지의 제왕’ 팬이지만 전략 장르는 많이 즐겨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꽤 안정적인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전략 장르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 ‘반지의 제왕 전쟁의 시작’은 기존 인기 게임에 ‘반지의 제왕’ 스킨을 씌운 게임이라고 인식될 확률이 높아보인다.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을 나쁜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판타지 영화에 새로운 이정표가 된 원작의 명성을 생각하면 좀 더 도전적인 변화를 보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