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2023] 급격한 변화를 마주한 엔씨, '포스트 리니지 전략' 성공할까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한 후 '리니지M', '리니지W', '리니지2M' 등을 통해 '리니지' 왕국을 천명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NC))는 지난 2022년에 총매출 2조 5718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하며 또 한 번 건재함을 과시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은 2021년에 비해 20% 늘어난 1조 9343억 원을 기록했고, PC 게임의 지난해 매출은 390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아시아 매출은 6252억 원, 북미·유럽 매출은 1650억 원을 기록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이렇게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 중인 엔씨(NC)이지만, 올해는 유독 방향타를 급격히 선회하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3매칭 퍼즐 게임에 콘솔 캐주얼 게임까지, 나아가 차기 주력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에 새로운 BM(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기존의 엔씨(NC)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행보가 계속되면서 엔씨(NC)가 본질적인 변화를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줄어드는 '린저씨'들.. 불확실한 미래가 엔씨(NC)를 바꾸다
엔씨(NC)를 긴장케 만드는 것은 다양한 미래 지표다. 지금 당장은 '리니지' 아재(린저씨)들을 통해 충분히 매출을 끌어올 수 있지만, 한계가 명확한 시장이라는 점이 문제다.
우선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절대적인 모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청소년 층을 비롯해 20대 젊은 층의 게이머들에게 '리니지'류 국산 게임의 인식이 극도로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리니지' 이용자들이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데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어 향후 낙관적인 분석이 어렵다는 점도 엔씨(NC)의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게임 시장이 완전히 개편되고 있는 것 또한 엔씨(NC)에겐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만 해도 충분하다는 분위기였지만, 어느 순간 게임 시장이 완전히 글로벌 멀티 플랫폼으로 통합되어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만 고집할 수 없게 됐다.
PC와 모바일과 콘솔이 동일시되는 과정에서 '리니지' 특유의 부분 유료화 정책을 고집할 수 없고, 반대로 그런 동일 시장에서 이미 '원신' 같은 중국산 게임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다 보니 어느새 후속주자가 된 느낌도 없지 않다.
결국 엔씨(NC)는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제왕'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미래를 도모하기 어려워졌고, 또 한 번 도전자의 자세로 글로벌 통합 플랫폼 시장에 대한 항해를 막 시작하게 된 셈이다.
MZ세대와의 교감 강조한 엔씨(NC) 라인업
올해 엔씨(NC)의 변화를 주도한 것은 '엔씽(NCing)'이다. '엔씽'은 게임의 개발단계부터 소통하며 이용자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오픈형 R&D (연구 개발) 문화로, 엔씨(NC)의 차기작은 '엔씽'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그렇게 엔씽을 통해 공개된 엔씨(NC)의 올해 출시작은 PC와 콘솔을 대응하는 멀티 플랫폼 MMORPG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이하 TL)와 'PUZZUP: AMITOI', '배틀크러쉬', 'BSS', '프로젝트G' 라는 4개의 추가 라인업이다.
먼저 'TL'은 트리플 A급 PC·콘솔 MMORPG로 시간의 경계가 없는 심리스(Seamless) 월드와 던전, 자유자재로 역할을 바꿀 수 있는 프리 클래스, 이용자 주도의 참여형 PvP(이용가 간 대결) 등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PS5와 엑스박스 등의 콘솔과 연계되는 만큼 BM도 '탈 리니지' 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TL'은 아마존게임즈와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마친 상황으로, 이에 대해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스팀에서만 약 100만 명 수준의 초기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회사 가치의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PUZZUP: AMITOI'은 과거에 '아라미퍼즈벤처'의 후속작 격인 게임으로 3매치(3-Match) 캐주얼 퍼즐 게임이다. 대중적인 3매치 방식에 이용자가 직접 블록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방향키' 요소가 최대 차별화 점이다.
또 닌텐도 스위치 및 모바일과 PC 스팀으로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배틀 크러쉬'는 엔씨소프트가 처음 공개하는 난투형 대전 액션 장르로 30명의 이용자가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배틀 로열 형태의 게임이다. 전무 강형석 캡틴이 이끄는 '로켓 캠프'에서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블레이드&소울'의 후속작인 'BSS'도 착착 서비스를 위해 준비 중이며, MMO 요소가 결합된 하드코어 게임으로 알려진 '프로젝트G'도 올해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인공지능, 가상인간 등 차세대 기술로 시장 주도권 잡는다
이 같은 신작만으로 엔씨(NC)가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긴 이르다. 엔씨(NC)는 챗 GPT 등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기술과 가상 인간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게임 시대'를 예고하고 나섰다.
현재 엔씨(NC)는 국내 게임업체 중에 가장 AI에 오래 투자하고 공을 들인 회사로 인식된다. 12년 전 인공지능연구센터를 설립한 엔씨(NC)는 다년간의 연구 개발을 통해 이미 ▲언어 처리 기술 ▲지식 기술 ▲컴퓨터 비전 ▲음석인식 및 합성기술 ▲게임 AI 등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엔씨(NC)는 이러한 AI 기술과 가상인간과의 결합으로 새로운 게임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기선 제압을 위해 연내에 '디지털 휴먼'과 AI 기술이 결합된 파격적인 발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이러한 버추얼 휴먼 기술과 함께, 최근 엔씨(NC)는 3D 홀로그램 기술(솔리드라이트)을 보유한 LFL의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도 리드 투자자로 참여해 최소 수백만달러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월 9일,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챗 GPT와 같은 언어 모델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창작하고 인터랙티브 게임에서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3차원(3D) 캐릭터 제작 및 대규모 접속 게임 등 기술과 결합해 이용자에 차별화된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버추얼 휴먼 기술과 인공지능이 합쳐지면 각각의 플레이어들 마다 인공지능 NPC(논 플레이어)들이 다르게 대응하여, 누구나 서로 다르게 정말 모험을 떠나는 느낌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체절 개선이 끝날 때까지, '리니지' 형제에게 의존
다만, 이 같은 파격적인 변화가 엔씨(NC)에 높은 매출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시장 조사업체 센서타워는 기존의 '리니지' 형제인 '리니지M'과 '리니지W', '리니지2M'은 누적 매출이 70억 5천만 달러를 넘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화 약 9조가 넘는 돈이다.
이 같은 '리니지' 형제를 제외하고 올해 출시를 앞둔 'TL'이나 다른 차기작들은 BM 모델이 '리니지' 식 부분 유료화 모델에 의존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때문에 그만큼의 높은 매출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로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TL'의 매출에 대해 "연간 매출은 2710억 원으로 예상한다."라는 전망치를 밝혔는데, 이는 '리니지M'이나 '리니지W'의 1/3 정도에 그친 수치다.
또 '배틀 크러쉬' 등도 콘솔 연계 특화 게임인 만큼 높은 매출은 기대할 수 없고, 나아가 디지털 휴먼과 AI의 결합도 당장 매출이 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여기에 유력한 매출원으로 손꼽히는 '프로젝트 G' 등도 결국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으며, 배재현 부사장이 이끄는 MMORPG와 FPS(1인칭 슈팅) 융합 멀티 플랫폼 게임 'LLL'도 아직 전망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엔씨(NC)가 '리니지' IP(지식 재산) 형제들이 건재한 동안 이 같은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몇 년 내에 완전히 체질 개선을 하고 글로벌 통합 플랫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