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용자 다 빠져나가도 페미 직원만 보호하라? 현실을 모르는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지난 2018년 초, 나딕게임즈는 자사가 개발한 '클로저스'의 게임 이용자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것을 두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했다.

'클로저스'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이 트위터를 통해 남혐 커뮤니티에서 쓰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이용자들에게 발견되어 문제를 제기했으나 개발사인 나딕게임즈 측에서 이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가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이에 격분한 이용자들은 대거 '클로저스'에서 이탈했고, '클로저스'의 동시접속자와 매출은 곤두박질 쳤다. 이용자들은 대체 게임인 '소울 워커'로 옮겨갔고, 당시 '소울워커' 공식 카페는 평소의 10배가 넘는 글이 작성되었으며 PC 게임 검색어 순위도 100위권에서 28위까지 올라갔다.

이용자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남혐 직원을 옹호하던 나딕게임즈는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충고와 비판을 수용하고 깊이 반성한다'라며 사과문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딕게임즈의 사과문
나딕게임즈의 사과문

이것이 불과 5년 전 게임업계에서 일어난 '클로저스' 사태다. 이 사건은 이후 게임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남혐 용어를 SNS에 퍼뜨리는 직원들에 대한 경계경보가 울렸고, 일제히 관련 내용을 지우도록 했다.

게임사들은 각 직원들의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꼭 그런 표현을 하고 싶은 경우 아예 회사와 분리가 되어 추적되지 않도록 별도의 계정을 이용하도록 했다. 또 새로운 입사자의 경우에도 이를 강제토록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10~20대 여성들이 많이 찾는 화장품 회사 직원이 SNS로 여성혐오 단어를 써왔다고 가정하고, 이것이 이슈가 되었을 때 그 화장품 회사가 온전히 그 직원 편만 들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된다.

결국 핵심은 '고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말라'이다. 페미든 메갈이든 남혐이든 여혐이든 상관없이, 직원이 사적인 SNS로 회사에 피해를 주지 말라는 회사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직원이 그 사실을 받아들였음에도 만약 회사에 피해를 줬다면 직원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게임업계를 압박한 우원식 의원 / 출처: 공식 블로그
게임업계를 압박한 우원식 의원 / 출처: 공식 블로그

하지만, 지난 10월 17일 국정감사에서 청년유니온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주장에서는 이러한 상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에게 회사의 피해는 관심 밖이었고, 오로지 '사이버불링'으로 인한 '페미' 여성을 보호하라는 발언만 쏟아냈다. 자극적으로 '사상검증'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무조건 게임업계의 잘못이라고 탓하는 그 모습에 '이렇게 현실을 모르나?'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저런 주장을 할수록 '여성 직원을 뽑는 것을 더 기피하게 되는 걸 정말 모를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보다 확실하게 관철시킬 수 있는 묘수가 있다. 만약 페미 직원이 문제를 일으켜서 회사에 손해가 갈 경우, 그 직원은 철저히 보호하되 이를 주장한 청년유니온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신 책임을 져주면 된다.

대량의 이용자 이탈 사태가 나고 매출이 빠질 경우 청년 유니온과 우원식 의원이 자신들의 돈으로 이를 보전해 주면 되는 것이다. 게임사도 문제없고 페미 보호도 되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만약 이러한 해법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으로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이 정도가 맞춤형 답변이라는 대답을 돌려주고 싶다.

고용노동부 로고
고용노동부 로고

더욱 씁쓸한 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청년유니온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으로 고용노동부는 게임업계를 편파적으로 살펴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게임업계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남아있다면 철저하게 수정되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혹여 고용노동부가 '사상검증' 같은 자극적인 문구에 몰입되어 비상식적으로 게임업계를 압박하게 될까 우려가 앞선다. 고용노동부는 직원의 SNS상의 남혐 용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가 나머지 직원들을 전부 실업자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게임업계의 특수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성계에서도 이러한 혐오 행위를 하는 이들에 대한 자정 작용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 '느개비(아버지를 지칭하는 말) 독살해라', '한남(한국남자) 재기(자살)', '소추', '자릉내' 등 온라인에는 남혐 용어나 의견이 넘친다. 그리고 그러한 남혐 용어나 표현을 싫어하는 이들이 주로 돈을 내고 플레이하는 대표적인 콘텐츠가 게임이다. 당연히 극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혼란하다. 안 그래도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게임 매출 하락과 임금 상승 등으로 적자 상태에 빠져있는데, 이런 고용노동부 악재까지 더해지니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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