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출구’, ‘리썰 컴퍼니’... 요즘은 ‘갑툭튀’ 대신 심리적 공포가 대세?
최근 ‘8번 출구’, ‘리썰 컴퍼니’와 같은 공포 게임이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팀 최고 인기 순위와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페이커를 비롯한 각종 셀럽들이 공포 게임을 즐긴 영상을 올리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공포 게임이라 함은 귀신이나 괴물이 확 튀어나오는 점프스케어, 일명 ‘갑툭튀’ 요소를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최근 유행하는 게임은 다른 모습으로 이용자를 사로잡으며 트렌드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직접적으로 이용자를 놀라게 하는 대신 주변 환경을 잘 배치에 심리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거나, 같이 할 수 있는 ‘협력’의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8번 출구’의 경우 익숙한 공간인 ‘지하철 지하통로’에 ‘이변’을 통해 괴리감을 줘 공포심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게임은 상황에 맞춰 긴 복도를 걸어가거나 되돌아가는 간단한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아무 이상이 없으면 걸어가고, ‘이변’을 감지하면 돌아가는 식이다.
여기서 ‘이변’이란 포스터에 그려져 있던 눈이 갑자기 나를 바라보거나, 이상한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등 ‘평소와 다른’ 이상한 현상을 말한다. ‘분명 어디선가 본 공간’에 ‘위협이 될 것만 같은’ 상황을 조성해 분위기를 내고, 이용자가 몰입하도록 유도한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또, 공식적으로는 1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이지만 게임을 ‘보는’ 사람들도 ‘이변’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실제로 ‘8번 출구’를 플레이한 스트리머의 시청자는 “다른 공포 게임은 스트리머 놀라는 거 보는 맛밖에 없었는데, ‘8번 출구’는 우리(시청자)도 이변을 찾아서 스트리머에게 공유하는 식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까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다”라고 감상을 남겼다. 점프스케어 요소는 덜어내 시청 진입 장벽은 낮추되, 이야깃거리는 늘려 협력과 소통의 즐거움은 잡은 것이다.
‘리썰 컴퍼니’도 비슷하다. 게임은 처음부터 다인 플레이를 지원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용자는 최대 4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우주 각지에 버려진 고물들을 줍는 일을 하게 된다.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덜 무섭고 진입장벽도 낮지만, ‘함께’였기에 무서워지는 일도 다수 발생한다.
예를 들어 ‘무전기’로 대화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비명과 함께 뚝 끊기거나, 고물을 잘못 건드려 친구가 아닌 괴물로 변한 생명체를 마주치는 등 여럿이서 함께하는 만큼 ‘단절’이나 ‘배신’과 관련된 공포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 방식이나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에 따라 게임의 분위기가 빠르게 변하지만, 확실한 건 점프스케어가 많지 않고, 심리적인 공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요즘 게임들은 왜 이런 방식이 됐을까? 점프스케어는 호불호가 강하지만, 직접적으로 대상에 대한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여전히 공포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요소다. 게임이라고 요즘 트렌드가 달라질 이유가 있었을까?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런 형상에 대해 “기본적인 몰입도가 높은 게임인 만큼 점프스케어 요소가 많을 때 피로도 역시 올라가게 된다.”, “눈 질끈 감고 있으면 지나가는 영화나 드라마와 다르게 게임은 스스로 현상이나 환경을 벗어나야 하지 않는가? 이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가 많고, 이는 단단한 진입장벽으로 자리 잡게 된다.”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조작을 통해 점프스케어 상황을 벗어나야 하다 보니, 타 매체보다 피로도가 높을 수 있다는 것.
이어서 관계자는 “이 때문에 공포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하던 사람만 한다’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변화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풀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유입이 생기는 만큼, 비슷한 계열의 게임도 늘어나며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8번 출구’와 유사한 ‘에스컬레이터’, ‘펄스드림’ 등의 게임이 나오기도 했다.”라며 앞으로도 이런 공포게임 트렌드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