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아이디어가 게임에”... 이용자들의 흔적 가득한 추론 게임 ‘귀귀살전’

신승원 sw@gamedonga.co.kr

게임을 즐기다 보면 ‘이런 기능과 캐릭터도 추가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제안하거나 불편했던 부분을 개선해 달라고 의견을 보내기도 하지만, 바라는 내용이 실제 게임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귀귀살전
귀귀살전

하지만 국내 인디 개발사 저승협회의 ‘귀귀살전’은 이런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귀귀살전은 한국 전통 저승을 배경으로 귀신과 요괴들이 경쟁하는 사회적 추론 게임이다. 기본이 되는 개인전 꼬리잡기에서는 각자 처치해야 할 목표를 추리하면서 자신을 노리는 상대에게서 살아남아야 한다. 대화로 정보를 얻고, 단서를 모으고, 영혼별 능력을 활용하며 서로를 속이거나 쫓는 작품이다.

추리와 심리전을 느낄 수 있는 꼬리잡기 게임이다
추리와 심리전을 느낄 수 있는 꼬리잡기 게임이다

개발진은 이용자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게임을 다듬어 왔다. 공개된 개발일지와 업데이트 공지에서도 이용자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술을 사용하는 영혼 ‘우치’다. 저승협회가 2024년 12월 공개한 개발일지에 따르면, 우치는 같은 해 진행한 텀블벅 펀딩의 후원 보상인 ‘영혼 탄생권’을 통해 만들어졌다. 후원자는 홍길동 등과 같은 도사 콘셉트의 영혼을 원했다.

영혼 탄생권
영혼 탄생권
귀귀살전의 '우치'가 탄생했다 / 분신을 소환하는 모습
귀귀살전의 '우치'가 탄생했다 / 분신을 소환하는 모습

개발진은 도사라는 방향을 받아들이되, 게임의 세계관에 어울리는 인물로 다듬었다. 의로운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홍길동은 악귀들이 돌아다니는 지옥과 거리가 있다고 판단해 전우치를 모티브로 선택했다. 여기에 도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던 도사가 도술을 남용한 끝에 요괴가 됐다는 창작 설정을 더했다.

능력에도 장난꾸러기 요괴라는 성격을 담았다. 당시 개발일지에서는 다른 위치로 이동하거나 분신으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도술을 소개했다. 후원자가 제안한 도사라는 콘셉트에 개발진이 배경 이야기와 능력을 붙이면서, 귀귀살전의 영혼 ‘우치’가 완성된 것이다.

이용자의 의견으로 탄생한 뱀술
이용자의 의견으로 탄생한 뱀술

평소 게임을 즐기며 전달한 의견도 개발에 반영됐다. 도구 ‘뱀술’에는 이용자 ‘퍼런요마’가 아이디어를 보탰다. 공개 당시 설명에 따르면 뱀술은 지니고 있으면 대시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대시가 자동으로 발동하는 도구다. 원하는 순간에만 사용하기는 어려워지지만, 직접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더 자주 내달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추격과 도주가 중요한 게임에서 이동 방식에 변화를 주는 아이디어인 셈이다.

연습모드에도 이용자의 손길이 닿았다
연습모드에도 이용자의 손길이 닿았다

연습모드의 익명 설정 역시 이용자 ‘민 아’의 의견에서 비롯됐다. 해당 설정을 켜면 연습모드에 등장하는 영혼들의 이름이 무작위로 표시된다.

특히 개발진은 실제 적용된 아이디어에 기여자의 이름을 표시하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제안이 게임에 들어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변화에 참여한 사람으로 이름까지 남는 셈이다. 개발진에게 건넨 의견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이처럼 이용자 의견을 구체적인 콘텐츠와 기능으로 옮겨 온 귀귀살전은 게임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확인된 스팀 상점 페이지의 전체 평가 등급은 ‘매우 긍정적’이며, 집계된 평가 125개 가운데 87%가 긍정적이다.

앞으로 귀귀살전에 어떤 이용자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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