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대적 인력 감축 속 AI 전환 승부수 던진 에픽게임즈 왜?
포트나이트’와 언리얼 엔진을 보유한 에픽게임즈가 회사 전반의 개발 방식을 AI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신작 제작에 AI 활용을 확대하는 데 이어, 언리얼 엔진 실행에도 사용되는 에픽게임즈 런처를 AI로 새롭게 제작하면서 게임 제작과 서비스 양쪽에서 변화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에픽이 내세운 목표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고 검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개발자가 AI에 작업을 맡기고 결과물의 방향과 품질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더 많은 시도와 수정이 이뤄지는 개발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기존의 에픽게임즈 런처에 AI를 탑재한 새로운 에픽게임즈 런처의 프리뷰 버전을 지난 14일 공개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책임자 마틴 킬리가 한 외신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프리뷰 버전은 AI에 자연어로 작업을 지시해 코드를 만드는 ‘바이브 코딩’을 활용했으며, 기존보다 실행 속도와 반응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에픽게임즈는 왜 이런 전환을 추진하는 것일까?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인 팀 스위니가 자신의 X 게시물과 이용자들에게 남긴 답글에서 그 이유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스위니는 AI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개발자를 재배치하는 대규모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 양의 업무를 더 적은 인원으로 처리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직원들이 만들어낼 결과물의 양과 품질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있기도 했지만, 팀 스위니는 직접 답변을 달아 “많은 사람들이 다시 2016년이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개발 환경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시선이 있지만, 업계에 도구와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으로서 다가올 미래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가장 큰 변화로 지목한 것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직접 플레이하며 시험하기까지의 시간이다. 최근 AAA급 게임의 실패에 대해서도 게임 시스템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발이 너무 오래 진행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AI의 생산성을 게임의 재미를 확인하는 과정과 연결한 설명이다. 기획 단계에서 흥미로웠던 전투나 성장 시스템도 직접 조작했을 때 같은 재미를 줄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문제를 늦게 발견할수록 이미 제작한 콘텐츠와 맞물려 수정의 부담도 커진다.
팀 스위니의 설명대로 초기 구현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개발진은 아이디어를 더 일찍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고 검증에 들어갈 수 있다. AI로 플레이 테스트를 대체하기보다, 사람이 실제로 플레이하며 판단하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은 개발비를 아끼는 형태로 이어지며, 빠른 시간에 반복적인 수정과 재검증에 활용한다면 개발 속도 개선이 완성도 향상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언리얼 엔진을 공급하는 에픽게임즈가 AI 개발 도구와 서비스의 확산까지 추진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 30% 이상의 기업이 사용하는 언리얼 엔진의 개발 툴(Tool)에 ‘바이브 코딩’ 기능이 반영되면 수많은 개발사도 같은 변화를 접하게 된다. 팀 스위니 역시 이번 전환의 혜택을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팀들에 제공하겠다는 방향을 밝혔으며, 해당 기능을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개발자가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AI로 코드나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활용해 개발사가 게임 개발 과정의 방향을 정하고 결과물을 관리하는 제작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반발도 적지 않다. AI가 만든 코드의 오류를 사람이 수정해야 한다면 실제로 얼마나 시간을 아낄 수 있느냐는 의문부터, 창작자의 작업물을 학습한 이미지 생성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비판까지 쟁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AI 가속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발자를 비롯한 회사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에픽게임즈의 시도에 좋지 못한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빠른 제작과 반복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AI로 개발된 게임에 대해 높은 반감을 보이고 있는 게임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결국 에픽게임즈가 입증해야 할 것은 AI를 사용했다는 사실 이상의 결과물이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한 뒤 충분히 시험하고, 문제를 발견해 고치는 과정이 단축되는 것은 좋으나, 결국은 좋은 게임,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대형 흥행작이 출시되어야 에픽게임즈가 내세운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에픽게임즈의 이러한 시도가 효과를 발휘한다면 다른 게임사들의 공개적인 AI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게임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제작 효율을 앞세워 진행한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둘러싼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게임부터 런처, 개발 도구까지 AI 전환을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에픽게임즈의 이 새로운 승부수가 게임사들이 AI를 어디에 쓰고, 그 선택을 이용자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