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가시게 할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게임
동양적 공포
예전에는 호러영화라고 하면, 미친 살인자가 등장하여 사람들을 칼로 죽이며 희생자들의 피를 즐기는 장면이나, 드라큐라 또는 늑대인간이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왠지 서양적 정서

오빠를 찾아서
'령:제로'의 스토리는 1986년의 일본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귀신을 보는 능력(식스센스, 육감이라고 게임상에서는 얘기하고 있다.)을
가진 마후유가 이상한 분위기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후유는 평소 알고 지내던 소설가 일행이 한달전에 이 저택에서 실종되어 그
사건에 의심을 품고 조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후유마저 저택에서 행방불명이 된다. 그리고, 마후유가 사라진 9일 후 그의 여동생
미쿠(역시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가 오빠를 찾으러 저택안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우리의 미쿠는 과연 오빠를 찾을 수 있을까? 과연
저택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 같은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여기가 바로 그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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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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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긴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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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공포 속에 있다.
인트로와 튜토리얼 격인 서장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의혹은 증폭되고, 마후유의 뒤를 귀신이 따라오면서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라고 한다면 이 글을 읽는 게이머들이 믿을까?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장면이 바뀔 때마다 들려오는 괴이한 소리들. 그리고, 과거를 회상할 때 나오는 거친 흑백 톤의 동영상은
'블레어 위치'의 공포를 연상케 한다. 인물들의 그래픽은 단조로운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착 가라앉는 느낌도 같이 주어서 공포 어드벤처에 잘
어울리며, 표정 연출(특히 놀라서 질려있을 때의 모습들)은 상당히 잘 되어있다. 저택의 내부 그래픽과 디자인은 상당히 동양적 정서와 부합되며
게임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다녀온 적은 없지만, 왠지 우리 나라의 큰 기와집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음침한(?) 그래픽과 함께 게임 내 들려오는 소리들 역시 게이머가 공포 '속'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배경에 맞게 들려오는 소리들,
예를 들면 동굴이나 물고기의 방과 같은 넓지만 밀폐된 곳에서는 울리는 소리들이 들리며, 외부에서는 귀뚜라미 같은 곤충 소리들, 어떤 곳에서는
귀신이 우는 듯한 느낌의 소리들이 들린다. 이런 일련의 사운드는 게이머들에게 자신들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과거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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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는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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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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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보이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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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보이는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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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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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무서운 귀신들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의 주인공 미쿠의 무기! 서바이벌 호러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바이오하자드'나 '사일런트 힐'에서는 주인공이 총이나 샷건 혹은 전기톱 등을 들고 적이라 할 수 있는 좀비들을 박살 혹은 무력화
시킨다. 하지만, '령:제로'에서는 '바이오하자드'나 '사일런트 힐'에 등장하는 군대식 무기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 미쿠는 '클락타워'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도망만 다녀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무기는 바로 구식 사진기!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는 어떻게 구식 사진기로 좀비들을
때려 잡을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쿠가 상대하는 적은 좀비나 괴물 등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닌 떠다니는
원령들이다. 원령들은 흐릿흐릿하며, 붕붕 떠다니면서 벽도 통과하는 우리가 익히 옛날 얘기에서 많이 들었던 그런 귀신들이다. 이런 귀신들을
잡기 위해서는 총이나 전기톱 혹은 바주카들은 소용이 없다. 고스트 바스터에 나오는, 심령 과학이 집결된 귀신 잡는 총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령:제로'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총을 다룰 줄도 모르고, 특수 훈련을 받은 적도 없으며, 심령 과학에 능통한 사람도 아니다. 평범한(?)
여인이며, 다만 어머니가 물려주신 귀신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를 이용하여 귀신을 상대할 수 있을 뿐이다. 리뷰 첫 부분에서 동양 문화니 서양
호러니 하는 이야기를 한 이유도 이 게임의 특성 때문이다. 이전까지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좀비이야기도, 괴물이야기도 아닌, 동양 정서에
친숙한 목잘린 귀신이나 머리 늘어뜨린 처녀 귀신이야기, 또 그들을 상대하기 위한 것도 박살내기 위한 것이 아닌 카메라로 찍어서(아마도 카메라
플래시 때문인지)소멸시켜버리는 것이다. 좌우지간 이 카메라는 귀신을 찍어서 얻은 포인트로 파워업을 할 수가 있어, 후반에 등장하는 강한
귀신을 맞설 수 있게끔 배려하고 있다.

카메라를 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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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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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업 된 부가 기능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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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서운가?
그럼 무섭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무섭길래 자꾸 공포의 극대화 같은 수식어를 필자가 사용할까 하고 의심하는 게이머들이 있을
것이다. 자, 눈을 감고, 아니 눈을 감으면 글을 읽을 수는 없으니까, 감지는 말고 글을 읽으면서 장면을 상상하기 바란다. '아까 전에는
없던 핏자국이 바닥에 있다. 핏자국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핏자국은 볼 수 없다. 으스스한 정원을 거닐면서 핏자국이 어디로 이어졌는지
찾아보았다. 계단 복도를 통해 대문으로 가보니 피들이 고여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거친 과거의 동영상이 흐르며 긴장감은 고조된다.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필라멘트가 적색으로 변하며, 게임패드가 진동으로 손안에서 몸체를 부르르 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귀신이 어디있는지
모른다. 시간은 흐르고 귀신이 가까이 오는 것을 느끼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남아있는 체력은 얼마없고.. 결국 상대하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드는데...' 어떤가 손에 땀이 쥐어지는지.. 이외에도 제작사에서는 공포 연출을 위해 갖가지 장치들을 해 놓았다. 번개가 갑자기
친다든지, 복도를 지날 때 가만히 있던 밧줄이 주인공을 건드린다든지, 갑자기 부유령이 나와서 놀라게 한다든지.. 필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도대체 몇 번이나 놀라는지 셀 수조차 없다. 항상 긴장을 하며 복도 저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구석에서 회전을 하면 무엇이 나타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진에 피가 찍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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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고여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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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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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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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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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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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임새있는 구성
게임을 진행하면서 흩어진 단서들을 모으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게 된다. 전체적인 흐름은 저택이라는 한정된 곳에서
이루어지는데, 날이 지나면 같은 곳이라도 다른 이벤트나 샛길 등으로 스토리라인에 잘 부합되게 준비해두어서 한정된 공간을 300% 활용하는
느낌이 든다. 어드벤처를 하다보면 몰라서 헤매는 경우가 많은데, 길찾기도 나름대로 힌트(부유령이 다니는 곳이 힌트)를 준비해두어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다. 퍼즐의 경우도 몇 번하다 보면 풀리는 경우가 많아 그리 어렵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아이템이 일정하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도중에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으며, 이 때문에 등장하는 이벤트성 원령을 상대하기가 수월하지 않은 경우들이 보인다. (특히
셋째날 밤에는 신관령과 당주의 령에게 수없이 죽음을 당했다.) 한가지 제안하자면 경석(특수 회복 아이템)을 2개 이상 가질 수 있었다면
게임을 좀 더 수월하게 풀어 나가지 않을까 한다.

촛대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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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망성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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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등장하는 숫자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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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게임을 끝내고 나면 제공하는 보너스도 다양한데, 건슈팅 게임처럼 귀신과 싸울 수 있는 배틀 모드와 스토리 모드의 장을 선택할 수 있는
스토리 모드, 그리고 게임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운드 모드가 타이틀에 추가된다. 게임 내에서는 지금까지 찍은 고스트리스트를 볼 수 있는
기능과 주인공의 옷을 바꿀 수도 있으며, 특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름대로 많은 리플레이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모드 선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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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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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모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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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작품
'식스 센스' 이후 최근에는 일본 영화 '링'도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어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등 서양
사람들도 동양적 공포에 맛을 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게임계에도 반영이 된 듯 동양적 정서를 토대로 한 '령:제로'가 현재
서양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작사가 영어 음성(왠지 게임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어차피 우리말 음성이 아니라면 일본어
음성이나 영어 음성이나...)으로도 더빙한 것을 보면 애초에 서양 시장 공략을 위한 것으로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튼 '령:제로'는 동양식
공포를 잘 이끌어 낸 작품으로, '바이오하자드' 같은 좀비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게임 하나만을 놓고 본다면
상당히 완성도 높은 공포물이라 할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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