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영전' 마니아에 대한 긍정적 자극 될까
질문부터 해보자. 과연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게임이 많은 시기에 특정 게임의 성공 여부를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되지만, 2008년 지스타 등장 이후 줄곧 기대작 자리를 놓지 않은 게임이라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한 번쯤은 짚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프라이프'를 비롯해 '레프트4데드' 시리즈 등 많은 게임들로 잘 알려진 소스 엔진을 사용해 개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마영전'은 온라인 게임에서 보기 힘든 손맛과 시원한 액션성, 그리고 서바이벌이라는 컨셉이 어울리는 거친 전투로 게이머들을 매료 시켜왔다.
하지만 너무 큰 관심이 화가 됐을까. '마영전'은 예상과 달리 순항은 커녕 난항을 벗어나지 못했다. 엔진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서버와 클라이언트는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를 일으켰으며, 이는 곧 많은 게이머들에게 실망감으로 표출됐다. 덕분에 게시판은 시끄러웠고, 출시일은 2010년으로 연기됐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최근 진행 중인 프리미어 오픈에서 여러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문제로 인해 '마영전'에 대한 근본적인 게임성에 대한 평가가 뒷전이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지금이라면 1월 경 있을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마영전'에 대한 사실적인 평가를 내려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일단 '마영전'에 대한 각계의 시선은 어떨까. 현재까지는 게임을 접한 게이머들 사이에서 꽤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고, 언론의 움직임도 호의적이다. 프리미어 오픈이 동시 접속자 1만 명을 넘긴 것만 봐도, 2년 넘게 기대작 반열에서 내려오지 않은 부분만 봐도 '마영전'은 긍정적인 평가 속에서 그랜드 오픈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좋은 외부의 분위기에 비해 일반적인 게이머들의 평가는 조금 부정적이다. 많은 게이머들은 게임 자체가 너무 난해하고 어렵다는, 그리고 지겹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액션 게임을 즐겨하는 사람에게도 벅찬 높은 난이도는 '마영전'의 성공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마영전' 게임 속 대중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 그동안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성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마영전'은 이와 반대되는 노선으로 가고 있다. '마영전' 속에는 비디오 게임처럼 탄탄하면서도 난해하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런 기후는 '마영전'이 어떤 시장, 타겟층을 목표로 하고 개발됐는지에 대해 알면 완전히 달라진다. 이미 '마영전'의 개발자들은 비디오 게임 게이머들을 온라인 쪽으로 흡수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대중성보다는 마니아성을 높여 시장 내에서 성공을 거두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즉 대중적인 인기는 고려하지 않은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영전'은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게임으로 변모한다. 틈새 시장에 어울리는 까다로운 게임성과 비디오 게이머들조차 주목하는 액션성, 그리고 오랜 시간 즐기면서 다양한 게임 내 요소를 체험할 수 있게 한 점은 온라인 게임보다는 한 편의 뛰어난 비디오 게임을 접한 기분을 들게 한다.
이 같은 게임성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큰 성공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미 일본 및 북미 시장에서는 난이도가 있는 마니아성 게임 시장이 충분히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몬스터헌터' 시리즈나 PS3용으로 나온 '데몬즈 소울' 등의 게임은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특히 '데몬즈 소울'의 경우 2009년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될 정도로 북미 시장 내 탄탄한 입지를 올렸다.
'마영전'의 가치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대중성으로 볼 경우 자칫 실망스러울 수 있는 게임성이지만 틈새 시장에서는 빛을 발한다. PC방을 대상으로 했던 프리미어 오픈 역시 마니아들을 찾기 위한 넥슨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넥슨의 시도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순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 '마영전'은 정말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까. 하지만 아직은 변수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마니아성이 짙은 게임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인 '과연 새로운 게이머가 유입될 것인가?'다. 마니아 게임들은 항상 시장 내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를 형성하지만 항상 새로운 입장객에게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한다.
마니아 게임들은 스스로가 어떤 문화를 형성하고 암묵적으로 지켜가는 과정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이를 즐기고 싶은 새로운 게이머들은 참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거나 아니면 포기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포기를 선택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제한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일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쉽게 비교하면 한게임에서 서비스 중인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을 들 수 있다. 이미 PS2, PSP용으로 다수의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이 게임은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 될 때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난해한 조작과 마니아층의 기득권 덕분에 시장 내 어필하지 못했고 지금은 마니아층만 즐기는 게임이 돼 버렸다.
'마영전'도 이런 문제를 겪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이미 프리미어 오픈 중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영전'에서 할 수 있는 팀 플레이 중 신규 게이머는 기존 게이머들과 적지 않은 마찰을 경험한다. 사소한 실수가 팀 전체의 패배로 연결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그리고 이는 신규 게이머의 이탈에 가속도를 높여줄 것이다.
또한 온라인 게임의 특성 때문에 혼자보다는 팀이 즐기는 요소가 많다는 것도 '마영전'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들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을 준비해 놓는다. 온라인이 지원된다고 해도 혼자서 즐길 요소가 부족해지는 경우는 없다. '몬스터헌터' 시리즈도 그랬고, '데몬즈 소울'도 그랬다.
하지만 '마영전'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요소는 적다. 이미 준비되고 있는 콘텐츠도 다수의 인원이 함께 하는 '레이드 몬스터 사냥' 등의 멀티플레이 요소들이다. 즉 혼자서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요소는 초반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이미 해외 게임 사례만 봐도 마니아성이 강한 게임이 싱글 플레이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승부해서 좋은 결과는 얻은 경우는 보기 힘들다.
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마영전'의 시장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 것인가? 만약 지금의 모습이 '마영전'이 보여줄 게임성의 전부라면 시장 내 입지를 다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물론 틈새 시장 공략이라는 포부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시장 전체가 이런 생각을 인정할 것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하지만 '마영전'이 가진 탄탄한 게임성과 마니아를 겨냥한 다채로운 시스템은 분명히 충성 게이머들을 다수 만들어낼 것이고, 그들의 이탈율을 최소화 시킬 것이다. 문제는 앞에서 언급했던 기존 게이머들이 까다로운 입장 조건을 내미는 것이다. 이 문제가 최소화 될수록 이 게임의 성공 가능성은 커지지 않을까.
게이머들이 어떤 평가를 '마영전'에 내릴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잘 되길 바란다. 이런 게임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시장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