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의 공존하는 오묘한 세계.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

blue sky

필자가 게임 리뷰를 그만둔지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즐긴 게임이 많긴 하였으나, 굳이 필자가 나서서 리뷰를 해야 할 게임은 많지 않았다. 다른 리뷰어들이 좋은 리뷰를 해 주고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굳이 리뷰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11년만에 돌아온 그녀가 봉인을 해제했다. Alice,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많은 리뷰를 하였는데 굳이 필자가 나서서 다시 리뷰를, 그것도 게임이 발매된 지 한 참 후에 다시 리뷰를 하려는 데에는 일단 대부분의 리뷰가 게임을 제대로 안 해 본 상태에서 한 리뷰라는 느낌이 들었고, 일부 잘못된 리뷰를 정정하고 싶기 때문이다(이 게임을 호러 액션이라고 한 리뷰도 있고 그래픽이 칙칙하고 어둡다는 리뷰도 있다.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전작 American McGee's Alice를 리뷰하면서 필자는 당시 게임의 예술성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인터랙티브한 예술 장르가 부족한 현실에서 게임만큼 인터랙티브 아트를 구현하기 좋은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과 풍부한 텍스트를 갖춘 American McGee's Alice는 그 요건을 충족하는 시발점으로 보였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게임계에 뛰어든 아티스트는 거의 없다. 아마도, 게임 제작비용과 제작기간, 그리고 게임 비즈니스의 특성상 예술성을 담기는 어려운 환경때문이리라. 하지만, 게임이 예술 장르로 영화보다 훨씬 우월한 매체라는 필자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인터랙티브라는 매력적인 요소 때문이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보면, 11년만에 돌아온 Alice : Madness Returns(광기의 귀환)은 전작을 충실히 계승 발전시킨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텍스트가 빈약한 MMORPG 장르가 인기를 얻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작품들이 좀 더 선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나라에서 MMORPG를 잘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나라 게임개발사들이 기획력이 없고, 인공지능 개발 능력이 부족한데다가 불법 복제가 많은 환경 때문에 MMORPG 밖에 만들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를 비꼬아서 김치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수긍이 가기도 한다). 이 게임은 XBOX, PS3 및 PC 버전으로 발매되었고 필자가 플레이한 것은 오리진에서 다운받는 PC 다운로드판 버전이다. 퍼블리셔는 EA. 개발사는 Spicy Horse이다. 사용한 그래픽 엔진은 언리얼 엔진. 피직스를 지원하며 16:9 와이드 화면으로 개발되었다.

루이스 캐롤의 원작과 이 작품의 관계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작품의 모태가 된 중요한 작품이다. 루이스 캐롤의 원작이 없었다면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게임의 히로인의 이름은 앨리스 리델인데, 앨리스 리델은 실존인물이다. 루이스 캐롤이 좋아하던 나이차가 20살이나 나는 어린 소녀였다고 한다. 루이스 캐롤은 소녀를 위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것이다(사실, 루이스 캐롤은 출판사 직원이 권유하기 전까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출판할 생각도 없었다고 한다). 루이스 캐롤의 작품에 나오는 거의 모든 캐릭터, 해터(모자장수), 채셔 고양이, 카드 병사, 하트 여왕, 가짜 거북이, 애벌레 등이 모두 게임 속에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인터넷 상의 어떤 글에는 게임의 줄거리가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스토리와 이어지는 관계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게임의 설정상 앨리스가 원더랜드에 다녀온 얼마 후에 화재 사건이 났고, 그래서 앨리스는 다시 원더랜드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게임의 공식적인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전작인 American McGee's Alice는 원작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원작에서 주요 갈등구도인 여왕과 앨리스가 게임 속에서도 갈등의 원천으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Alice : Madness Returns에서는 원작과의 거리가 1편 보다는 멀어졌다. 특히, 새로운 갈등구도(현실 세계에서의 갈등구도)가 원더랜드 안에 반영되는 2편의 설정 때문에 더욱 그렇다. 거기에, 현실 세계에서의 인물들인 범비 박사나 라드클리프, 유모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좀 더 게임만의 새로운 스토리가 개발되었다. 물론 2편에서도 채셔 고양이를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은 다 등장한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려면?
일단 이번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전작 American McGee's Alice를 플레이해 보는 것이 좋다. PC판 컴플리트 에디션에는 전작이 포함되어 있다. 전작이 워낙 오래된 게임이라 XP에서 구동이 안돼서 플레이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신작에 포함된 전작 에디션은 XP는 물론 비스타나 윈도우7에서도 잘 돌아간다. 전작을 꼭 플레이해 봐야 이번 작품에 나오는 각종 캐릭터들, 예를 들어 해터, 캐터필러, 여왕 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작을 플레이 해 보기 바란다(전작에서는 캐셔 고양이가 여왕한테 잔인하게 목이 잘려 죽는다). 또한 게임 이외의 콘텐츠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좋다. 전작을 정품으로 즐겼던 사람이라면 패키지 안에 CD와 함께 작은 팜플렛이 동봉되어 있었을 것이다. 게임에서는 주로 앨리스의 무의식과 환상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 이 팜플렛에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 주어 전체적인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팜플렛에서 보여지는 현실이 게임엔딩(살짝 보일까 말까 하는 러트리지의 간판을 파악한 게이머는 몇이나 될까?)에서 앨리스의 환상과 통합이 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내용이 신작의 Extra Contents 메뉴에 Past Matters라는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꼭 읽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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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발생했던 사건을 의사의 일지 형식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


이번 신작에서는 전작을 팜플렛과 같은 역할을 하는 콘텐츠가 웹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제공된다. 페이스북이나 공식 홈페이지(www.ea.com/alice)에 가면 스토리 앱을 볼 수 있다.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도 앱스토어에 올라와 있다. 스토리앱은 간단하게 인터액티브 형식의 E-book 또는(게임이라 하긴 뭐한)미니게임으로 이루어져 있고 게임의 배경 스토리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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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는 스토리앱. iPhone/iPad용 앱도 있다


게임의 배경 줄거리
가장 좋은 것은 전작도 플레이해 보고 이것 저것 자료도 수집해 보고 하는 것이지만 게임 하나 즐기기 위해 이런 수고를 하기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해 일단 게임의 간단한 배경과 줄거리를 설명한다.
영국의 한 집안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가족이 모두 죽고 어린 소녀(앨리스)혼자만 살아 남은 사건이 발생한다. 앨리스는 화재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러트리지라는 곳에 수용되어 정신치료를 받게 된다. 1년이 넘도록 치료를 받지만 앨리스는 외부 세계에 대해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있던 앨리스가 병원의 쌍둥이 직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다.(게임 내에서 이 쌍동이는 악역으로 나온다. 이 쌍동이는 앨리스의 환상 속에서 나쁜 역할로 등장하는데 현실과 환상을 구별 못한 앨리스가 현실에서 이들을 공격한 것이다)어느 날 갑자기(앨리스게 게임 속에서 자신의 환영과 싸워 승리한 날 이후)앨리스는 완전치는 않지만 그런대로 의식을 회복하여 러트리지를 떠나게 된다(여기까지가 1편의 줄거리).
2편에서 앨리스는 범비 박사의 정신치료를 받게 된다. 범비 박사는 앨리스에게 기억을 지우도록 강요한다. 기억이라는 것은 비생산적이므로 필요 없는 기억을 지워 앨리스의 광기를 없애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앨리스는 범비 박사와의 세션에서 점점 혼란이 커질 뿐이다. 결국 앨리스는 자신의 기억과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원더랜드로 떠난다(자신의 환상 속으로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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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묘한 세계가 잘 표현되었다


이번 작품의 테마
전작의 주요 테마는 죄의식이었다. 이러한 죄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앨리스의 무의식이 환상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번작의 주요 테마는 정의(justice)이다. 어찌 보면 뜬금없는 비약이기도 한데, 내면으로 침착했던 것이 전작이라면, 내면에서 현실로의 탈출과 정의의 구현이 이번작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작에서는 현실상황이 전작에 비해 훨씬 많이 나온다. 각 챕터는 현실 세계에서 시작되며, 현실과 환상이 모호해지는 시점에서 앨리스는 환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러면서, 각 세계에서 앨리스가 해야 할 일들이 주어진다. 두 작품의 관통하는 공통적인 모티브는 진실(truth)이다. 정신분석학이나 정신의학을 공부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진실을 대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상당히 많은 정신질환은 진실을 회피하려는 기피기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전작에서는 내면의 진실을 추구했다면, 이번작에서는 기억(Memory)의 회복을 통한 현실 세계의 진실을 추구하게 된다. 자기 자신의 뒤틀린 기억과 끊임없이 싸워 나가며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 게임으로 구현된 것이다.
전작에서는 게임에서 현실세계가 거의 그려지지 않고 있었다면, 이번작에서는 현실과의 끊임없는 교감이 이뤄진다. 매 스테이지는 현실 세계에서 시작되어 원더랜드로 다가서게 되며, 원더랜드에서도 각종 기억을 수집하면서 현실세계를 끊임없이 연상하게 된다. 각 챕터별로 하나씩 있는 기억의 문에서는 현실에서 벌어진 일을 하나 하나 되새겨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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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문에 들어서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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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기억을 조금씩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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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구성
이 작품은 총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의 시작은 현실 세계에서 시작되며, 어떤 기회로 인해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모호해 지면서 원더랜드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현실 세계를 그리는 부분에서는 앨리스의 현재 상황이 잘 나타난다. 범비 박사에게 정신 치료를 받고 있으며, 비열한 전직 간호사에게 돈을 뜯기고 있고, 항구나 술집의 사내들에게는 쉽게 넘볼 수 있을 것 같은 성적 대상이 되고, 아이들에게는 무시당하는 혈혈단신에다가 살짝 맛이 간 고아 소녀가 바로 앨리스인 것이다. 그나마 앨리스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유모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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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현실세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제1장을 시작하면 앨리스는 현실의 모순을 맞게 되고, 모순과 부조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원더랜드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앨리스는 지옥열차(Infernal Train)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지옥열차가 지나간 자리는 모두 황폐화되고 만다. 앨리스는 지옥열차를 멈추기 위해 지옥열차의 목적지를 알고자 한다. 앨리스는 모자장수를 찾아 가게 되는데 전편에서 앨리스의 적이었던 모자장수가 이번 작품에서는 그다지 악의적이지 않다. 모자장수는 앨리스에게 모든 해답을 주진 못한다.
제2장에서 앨리스는 가짜 거북을 찾아 바닷속으로 떠난다. 목수(카핀터)가 약속을 어기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많긴 하지만 결국 광기의 지옥열차가 앨리스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카핀터는 애벌레(캐터필러)가 뭔가 알 수도 있다는 힌트를 준다.
제3장에서 드디어 라드클리프가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이 인물은 앨리스 가족의 화재사건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 앨리스의 토끼인형을 보관하고 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사람의 동양 문화에 심취해 있어서, 앨리스는 원더랜드로 떠날 때 동양적 분위기의 원더랜드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 앨리스는 진실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애벌레를 찾아 간다. 애벌레는 여왕을 만나보라고 한다.
제4장에서 드디어 앨리스는 여왕의 궁전으로 향한다. 전작에서 자신이 죽였던 여왕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여왕을 만나 대화를 나눈 앨리스. 이전에 믿어왔던 것들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제5장에서는 인형의 집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기서 앨리스는 드디어 진실을 찾아 낸다. 그리고 제6장 지옥열차에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싸우게 되는 것이다. 4,5,6장의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확률이 있으므로 생략토록 하겠다.

게임 시스템
게임은 전투와 길찾기라는 두 가지 주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액션 어드벤쳐 게임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다른 독특한 요소들이 많이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이 두 가지 메인 요소에 군데 군데 퍼즐과 미니게임들이 배치되어 있다.

전투
전투는 근접공격과 원거리 공격, 스플래시 대미지, 회피, 방어 등 여타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방식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 내고 있다. 무기의 획득과 업그레이드도 제공된다. 물론 적을 제압하면 보상도 있다. 근접 공격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보팔 블레이드다. 보팔 블레이드는 소위 말하는 식칼로 빠르고 정확한 공격을 할 수 있다. 장난감 말은 스턴 효과와 스플래시 대미지가 있는 근접 공격 무기인데, 공속이 좀 느리다. 원거리 공격은 페퍼 그라인드와 티포트가 있다. 페퍼 그라인드는 직선형 공격으로 공속이 빠르며 티포트는 포물선 공격으로 스플래시 대미지를 주고 살상력도 크지만 공속이 느리고 사정거리가 비교적 짧다. 탄약의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무제한 사용할 수 있지만 쿨타임이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 사용하고 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한다. 이것 때문에 원거리 공격의 경우에는 두 무기를 번갈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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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 그라인드는 기본적인 원거리 공격 무기이다


그리고, 토끼 폭탄이 주어지는데, 이 아이템은 공격용으로 쓰기 보다는 길찾기에서 많이 쓰지만,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경우에 공격용으로 유용할 때도 있다. 우산은 방어구인데, 우산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적으로부터 받는 대미지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우산을 펴면 적의 원거리 공격을 반사해서 적에게 대미지를 입히기도 한다. 또한 이 게임에는 공격과 방어 이외에 대쉬, 포커스, 히스테리아의 3가지 주요 시스템이 있다.
대쉬는 회피기술의 일종인데 대쉬 키를 누르게 되면 적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대쉬는 점프중에도 가능하며 다수의 적을 상대하거나 강한 적을 상대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 자주 사용하게 되는 기술이다. 포커스는 록온이라고 보면 된다. 포커스 모드를 발동하면 적을 자동으로 조준하게 되면서 이속이 감소한다. 조준된 적을 바꿀 수도 있다. 장거리 공격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히스테리아는 체력이 아주 떨어졌을 때 발동할 수 있다. 이 때 앨리스는 적의 대미지를 받지 않고 쿨타임 없이 포탄을 무한 발사할 수 있다. 전투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히스테리아 모드에서 적을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고 체력을 회복하지 못했다면 전투에서 거의 실패한 거라고 보면 된다.
히스테리아 모드 말고는 통상적인 액션 어드벤쳐 게임에 있는 시스템들이라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전투만 놓고 본다면 Alice: Madness returns는 다른 게임과 다를 바 없다. 전략의 다양성이나 전투 스킬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무기 밸런스나 난이도 같은 것이 잘 배분된 것이 아니다. 게임에서 전투 요소를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타격감 자체는 그런대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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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적의 히스테리아 모드


길찾기
이 작품을 독특하게 하는 것은 길찾기이다. 특히 안보이는 요소들을 잘 배치하고, 이것을 보기 위해서는 몸을 작게 해서 시각을 바꿔줘야 한다는 설정은 무척이나 독특하다. 작아지는 쉬링크 모드로 진입하게 되면 숨겨 졌던 길이나 기호들이 보인다. 이를 토대로 해서 길을 찾거나, 막힌 길을 뚫어 내게 된다. 앨리스의 길찾기는 아주 어려운 난이도는 아니지만 점프에 익숙하지 못한 게이머라면 조금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점프가 한 번 실수 하면 바로 캐릭터가 죽게 되어 있기 때문에, 초기에 점프에 익숙하지 않으면 같은 지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도전하게 된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점프를 하면서 스크린 샷도 찍고 주변 경치를 감상할 정도로 여유가 생긴다. 안보이는 길을 찾는 데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안보이는 길 옆에는 바이올렛을 배치하거나 이빨을 배치해서 길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단, 게임 진행에 필수적인 길이 아닌 다른 아이템이나 달팽이관 혹은 돼지코를 찾아 가는 길은 이런 힌트가 없는 경우가 있어 못 보고 지나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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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타기 액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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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게 되면 숨겨졌던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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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품
게임 중에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이빨과 장미다. 이빨을 모으면 무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장미는 체력을 회복시켜 준다. 이빨을 모으면서 갈 경우, 1회를 모두 클리어하기 전에 모든 무기를 최대치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이빨 모으기 귀찮은 사람이라도 2회 플레이면 충분히 업그레이드하고도 남을 것이다. 돼지코는 챕터 별로 10여개 정도 존재 하는데, 돼지코에 후추를 먹이면 새로운 길을 열어 주어 아이템을 얻게 해 준다. 몇몇 돼지코는 상당히 찾기 어려운 지점에 위치해 있다.
기억물을 획득하게 되면 과거에 벌어졌던 사실들을 단편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다. 또한 병 아이템이 있는데, 획득하는 데 있어 게임 내 효과는 없다. 그러나, 병을 모으게 되면 특전으로 캐릭터 설명이나 화보 등이 풀리게 되는 것들이 있어서 은근히 수집벽을 자극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수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달팽이관을 찾아서 들어가게 되면 체력의 최대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달팽이관 안에 들어가면 퀴즈나 전투를 하게 되는 데 4회 성공하면 최대 체력치가 장미꽃 한 송이 만큼 늘어난다. 처음과 마지막 챕터를 제외하고 각 챕터 별로 4개 씩 배치되어 있다.

미니게임
게임 내 미니 게임은 횡스크롤 슈팅 게임, 변형된 체스 게임, 그림 맞추기, 리듬 액션, 횡스크롤 액션, 공굴리기 등등 다양하게 제공된다. 전체적인 난이도는 그다지 어렵지 않으나, 미니 게임들이 모두 스토리에 연계되어 있어서 클리어 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다.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게임들이니, 미니 게임 때문에 게임의 진행을 못하겠다는 말은 안 나올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3장의 동양화 풍의 횡스크롤 게임이 좋았으나, 전체적인 평을 보면 제5장 인형의 집에 나오는 머리굴리기가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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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가장 즐겼던 미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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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가면 동양화 풍의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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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게임 진행과 상관 없는 달팽이관 게임이 처음과 마지막을 제외한 각 챕터마다 4개씩 존재한다. 여기에 들어서면 퀴즈 또는 전투를 하게 되는데, 성공할 경우, 장미꽃 4분의 1송이를 보상으로 받는다. 장미꽃 1송이를 채우게 되면 최대 체력치를 장미꽃 1송이 만큼 늘릴 수 있다. 무기 업그레이드가 잘 안되어 있으면 전투 중에 애를 먹을 수도 있긴 하나, 난이도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그래픽과 사운드
몽환적인 상상과 무의식의 세계를 잘 표현했다. 게임 배경은 메카닉 부터 시작해서 오리엔탈, 하늘, 인체 내부, 유럽식 성, 카드여왕의 성, 툰드라의 얼음, 바다 속 등 매우 다양하게 구현되었다. 같은 지역이라도 낮, 밤, 석양 등을 구분해서 진행하고 있고 오리엔탈의 경우는 군데 군데 수묵화 적인 배경을 삽입하는 등, 이 게임의 그래픽에는 구석구석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어 각 챕터마다 조금씩 등장하는 현실 세계는 맑은 날, 눈오는 날, 비오는 날, 밤, 낮, 안개낀 날 등 그 짧은 시간에 모든 날씨를 다 보여준다.
이 게임은 그래픽적인 상상력이 풍부하고 색채도 아름답다. 다만, 다소 시니컬한 구석이 많이 잔인한 부분도 많다. 피를 튀기고 머리를 잘라 내는 것 정도는 쉽게 한다. 아름답고 동화적인 세상과 엽기적이고 잔인한 세상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요소가 이 게임의 마니아를 양산해 내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피직스 효과도 좋다. 빛의 반사나 파티클, 끈적 끈적한 젤의 느낌 등이 아주 잘 표현되었다. 단. 피직스 효과를 즐기려면 컴퓨터의 사양이 좋아야 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물, 바람, 사람인데 모두 다 잘 표현 되었다. 특히 바람의 표현은 발군이다. 앨리스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이나 나풀대는 스커트, 그리고 점프나 플로트할 때의 공간감을 바람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아주 훌륭하다.
이번 작품에는 동양적인 취향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한 챕터를 할애해서 동양의 문화를 배경으로 삼았다. 게임 설정상 주요 캐릭터 중의 하나인 라드클리프가 동양 문화에 심취해 있기 때문인데, 아마도 유럽의 동양문화 붐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양 사람들이 아는 동양은 중국과 일본의 짬뽕인데(우리가 미국적인 것과 프랑스적인 것을 구분 못하듯 서양사람들도 중국, 한국, 일본의 문화를 구분 못한다)아쉽게도 한국적인 테마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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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중국이 짬뽕된 서양의 시각으로 본
동양의 문화가 구현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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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서는 바람의 표현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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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사운드도 A급이다. 테마음악부터 각종 효과음까지 사운드 연출이 아주 잘 되었다. 이 게임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성우들의 연기도 매우 훌륭하다. 적당히 시니컬하면서 튕기는 듯한 영국식 영어의 맛이 아주 잘 살아 있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도, 메인 테마의 멜로디가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한 때 괴혼의 OST를 즐겨 들었는데, 이 작품의 OST가 나온다면 한동안 듣게 될 것 같다. 단, 괴혼처럼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음악은 없다.

엔딩을 보고 나면
필자의 경우는 타임어택을 즐긴다. 바이오 하자드 4 같은 경우에는 PS2 버전 기준으로 2시간 8분대라는 상당히 괜찮은 타임어택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타임 어택을 즐기기에는 플레이 타임이 좀 길다. 처음부터 끝까지 죽 가기에도 하루 종일 걸리니까, 잠시 두세시간 타임어택을 즐기기는 좀 무리가 있다. 도전은 안해봤지만 최소 5시간 이상은 걸릴 것 같다. 따라서 타임 어택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결국, 엔딩을 보고 나서 반복 플레이를 하려는 사람들은 난이도를 높여서 하던지(Easy, Normal, Hard, Nightmare 총 4가지 난이도를 지원한다), 1회차 플레이에서 수집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수집품들을 100%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게임을 할 수 있다. 수집할 수 있는 것들은 돼지코, 병, 기억 그리고 달팽이관이다. 그나마 수집품들을 100% 다 수집하고 나면 게임을 반복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는 않다. 시네마틱이나 기억들도 다 모았을테니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볼 수 있고, 무기 업글을 잘하고 의상을 갖춰 입으면 난이도가 높아도 게임공략에 그닥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이 게임의 수명은 길지 않을 것이다.
1회차 공략이 끝나면 여러 가지 모드가 언락 되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의상과 무기이다. 의상과 무기에는 각각의 속성이 부여되는데, 오리지날 스토리모드보다 더 좋은 속성이 붙기 때문에 2회차부터는 게임 공략이 한결 쉬워진다. 필자가 선호하는 애벌레 의상의 경우에는 쉬링크 모드가 아니어도 숨겨진 기호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점프할 때 아주 유용하다. 레이디 가가가 보여 주었던 생고기 드레드도 있다. 예쁘기로 치면 스토리 모드의 의상이 더 예쁜 것 같다. 필자는 오리엔탈에 나오는 실크 의상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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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나 돼지코, 병, 달팽이 스테이지 등을
100%까지 모아보는 것도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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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을 보면 의상과 무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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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문제
이 게임은 한글화가 안되어 있다.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글화가 안 되어 있는 것은 영어를 잘 못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앨리스의 귀여우면서도 냉소적인 영국식 액센트를 즐기면서 게임을 하는 사람과 스토리 모드를 스킵하면서 액션과 길찾기만을 즐기는 사람은 이 게임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다를 것이다. 일본어로는 발매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나라는 불법 복제가 너무 많아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한글화가 100% 해결책도 아니다. 이 게임은 한글화 자체가 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영어 말장난이나 영국식 액센트가 전달하는 뉘앙스 등은 뜻만 번역해서는 잘 알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어를 해야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 이 작품이 진가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컴퓨터 사양의 문제
PC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컴퓨터가 필수다. 필자는 샌디브릿지 i5-2500에 GTX 450을 쓰는데, 프레임 드랍이 가끔 생긴다. 이 게임은 피직스를 풀옵으로 켜고 해야 제맛이기 때문에 컴사양이 낮은 게이머라면 다소 투자가 필요할 듯 하다. 사양이 다소 부족하다면 낮은 해상도에 피직스를 최소한으로 하고 플레이해야 하는데 이는 그다지 권장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수많은 버그
이 게임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수많은 버그다. 개발은 중국의 Spicy Horse에서 했다. 다시 말해 Made in China라는 것이다. 가끔씩 튕기는 것은 기본. 그래픽의 경우에는 프레임 드랍, 프레임 정지 등 온갖 버그가 난무한다. 적을 처치해야 진행되는 스테이지에서 적이 나오지 않아 그 스테이지에 갖혀버리는 경우도 있고 사운드가 정지되지 않아 어떤 사운드가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는 메인메뉴까지 계속 특정 사운드가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우산은 중요한 방어수단인데, 우산이 안펴지는 버그도 있다. 가끔 키 버그도 생기는데, 키가 전혀 안먹는 경우도 있고, 키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멋대로 전진해 버리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자잘한 버그들이 많이 있다. 심하면 1시간에 1번 정도는 게임을 껐다 켜야 할 정도다. 상용 게임중에 이렇게 버그가 많은 게임은 처음인 듯 하다. PS3 버전은 조금 나은 편이라고 하긴 하는데 이 버그가 게임의 리뷰 평점을 깎아 먹는 주범이다. 해외 리뷰에서 평점이 낮다면 게임의 작품성이 문제가 아니라 버그가 문제라고 보면 된다. 게임의 컨셉과 그래픽은 유럽의 수준 높은 디자이너들이 담당했고, 구현은 낮은 임금의 중국인 기술자들이 하는 과정에서 마찰도 많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하던데 아무튼 충분한 버그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게임을 그냥 발매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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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사인가 버그 공장인가? 중국의 개발 스튜디오 스파이시 호스


마치며
Alice: Madness Returns는 지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하면서도 아름답고 기괴한 게임이다. 선혈이 낭자하고 잘려진 머리가 바닥에 나뒹구는 가운데 동화처럼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지고,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가 펼쳐질 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뒤틀린 무서운 아이들이 피를 흘리며 공격을 펼쳐온다. 현실과 환상이 얽혀 있고, 과거의 원죄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진실을 찾아 나가는 앨리스의 모험(이번 작품에서는 환상 속에서만의 모험이 아닌 현실에서의 모험도 포함되어 있다)에 빠져들게 된다. 좋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A라는 평점에서 영어에 자신이 있다면 +를 자신이 없다면 –를 하고, 버그에 관대하다면 그냥 그대로 두고, 버그를 참을 수 없다면 –를 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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