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의 재미,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의 복병 '차구차구'
피파온라인2가 서비스 된 이후 사실상 '피파온라인2로 대동단결'하자는 분위기였던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에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 것은 작년 후반기부터였다. 넥슨에서 피파온라인3를 공개하고, 네오위즈게임즈가 피파온라인2의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데다가, 한게임 측에서도 새로운 축구 온라인게임인 위닝일레븐 온라인을 출시하면서 한 순간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신작 축구게임' 열풍에 휩싸였다.
이 와중에 살짝 잊혀진 게임이 있다. 애니파크에서 개발하고 넷마블에서 서비스 예정인 축구 온라인게임 '차구차구'가 그 주인공이다. 잊혀졌다는 표현이 자칫 이 작품과 관련있는 이들에게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이 피파온라인3와 위닝일레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작품이라고 보는 이는 드문 것이 사실이었다.
스포츠게임이 득세를 하고 있는 비디오게임 시장의 경우, 과장된 움직임을 보이는 캐주얼 스포츠게임보다는 사실적인 움직임을 추구하는 스포츠게임이 더욱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피파 스트리트 시리즈보다 피파 시리즈가 훨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NBA 라이브 시리즈보다 상대적으로 더 사실적인 장면을 구현하는 NBA2K 시리즈가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 이런한 시장 흐름을 증명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모든 게임들은 갈수록 실제 스포츠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면을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그려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차구차구'의 첫인상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게임이다. SD캐릭터로 구현된 게임의 스크린샷만 봐도 '이 게임은 캐주얼게임이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니까. 나날이 사실적으로 발전되는 스포츠게임 시장에서 캐주얼게임의 느낌을 간직한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과소평가를 '차구차구'는 지난 1월 5일 진행된 게릴라테스트를 통해 멋지게 반박했다. 캐주얼 스포츠게임이 여전히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 흥행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반증을 스스로 해낸 것이다. 본 기자 역시 게릴라테스트 이전까지만 해도 이 작품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테스트 이후에는 "어쩌면 이 게임이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의 복병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이런 기대를 갖게 된 이유는 자명하다.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이렇고, 저 부분은 저렇다라고 분석하기 이전에 게임이 주는 재미가 확실하다. 게다가 그 재미는 현존하는 다른 축구 온라인게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재미이다. 게이머들이 차구차구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확실히 제공한다는 이야기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골에 공을 넣어서 득점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스포츠다. 그렇다면 축구 온라인게임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과연 이 과정을 어떻게 재미있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점일 것이다. '차구차구'는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을 갖고 있다. 간단한 조작으로 아주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적절히 자연스러운 동작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게이머들이 원하는 '팀'의 전술을 인공지능을 통해 보조하고 있다.
덕분에 게이머들은 아주 편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캐릭터마다 다르게 보유하고 있는 특수스킬을 통해 실제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을 적절하게 펼칠 수 있다는 것도 게이머들을 빠져들게 한다. 피구왕 통키의 불꽃슛 같은 말도 안되는 장면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과장된 액션을 양념처럼 게임 곳곳에 뿌려놓은 셈이다. 과다한 조미료는 부담스러운 맛을 내지만 적절한 조미료는 입맛을 돋구는 것처럼 차구차구는 '오버스러운' 액션을 간간히 사용해 게임의 맛을 살리고 있다. 마구마구를 통해 이러한 현실과 캐주얼의 경계선에 걸쳐있는 게임을 만드는 법을 익힌 애니파크의 노하우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이러한 오버스러운 액션은 차구차구의 SD 캐릭터 때문에 더욱 타당성을 갖게 된다. 캐릭터 자체가 캐주얼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자연스럽게 이 작품에서 사실적인 즐거움보다는 캐주얼적인 요소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차구차구가 조금 더 오버스러운 연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테크모에서 개발한 월드컵98처럼 말도 안 되는 스루패스가 날아가고, 속도가 2배가 되는 것처럼 '성능'에서 차이를 주면 게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겠지만, 시각적인 부분에서 좀 더 힘을 준다면 이 역시도 이 게임의 또 다른 아이덴티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마구마구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발휘된 카드시스템과 예상보다 꼼꼼하게 설정할 수 있는 전술 시스템도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게이머가 원하는 방향으로 팀을 육성할 수 있다는 점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은 게이머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차구차구가 '복병' 수준이 아니라 진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분명히 존재한다. 라이선스 문제와 엉성한 해설 그리고 유료화 모델을 어느 정도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피파 시리즈가 위닝일레븐 시리즈보다 절대우위에 있는 부분은 라이선스에 있다. 인기 선수들이 가명으로만 등장하는 것은 게임의 몰입도를 낮추는 요소이다. 차구차구 역시 K리그와 해외파 한국 선수들을 실명으로 등장시키고 있다는 것은 이 작품 역시 라이선스의 중요성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실명으로 등장하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다루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의 의지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 것인지는 애니파크와 넷마블, 그리고 공동 서비스를 하게 될 네오위즈게임즈가 분명히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어느 정도 선에서 캐쉬 아이템을 도입할 것인지 역시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애니파크는 마구마구에서 캐쉬 아이템으로 적지 않은 불만을 산 바 있다. 이는 마구마구를 즐기는 이들의 폭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 바 있기에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의 차구차구의 부분유료화 모델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차구차구는 축구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확실히 피파온라인3와 위닝일레븐과는 다른 재미를 전달하는 축구 온라인게임이다. 개발진에서는 이 작품의 기치를 '리얼사커'로 두고 있다지만, 사실성을 내세워 피파온라인3나 위닝일레븐과 경쟁하기에는 차구차구와 이들 작품간의 사실성 요소의 크기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어설프게 상대했다가는 힘싸움에서 그대로 밀려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캐주얼 게임에서 전달할 수 있는 재미, 차구차구가 갖고 있는 자신만의 재미요소를 더욱 강화한다면 이 작품은 축구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분명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1월 17일부터 진행되는 차구차구의 프리오픈베타서비스에서는 어떤 모습이 공개될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