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후속작이 등장하다. 디스가이아 D2
10년 전 PS2로 첫 발매되었던 니폰이치 소프트의 RPG 게임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이 게임은 상당히 파격적인 설정으로 유명했다. 주인공이 용자가 아닌 마왕의 아들이었고, 평범한 세상이 아닌 마계를 무대로 세계평화는 안중에도 없는 주인공이 마왕의 자리에 올라서는 내용을 다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작이었던 라퓌셀에서 호평받은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해 SRPG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이 같은 인기는 후속작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1편처럼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매번 독특한 시나리오를 선보이고, 시스템도 계속 발전시켜 시리즈의 팬이라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게임성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첫 작품의 주역들은 중간에 불쑥 나오는 덤 캐릭터 수준에 머물고, 항상 다른 곳,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만 나왔다는 점.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2013년 디스가이아 D2(이하 D2)가 나왔다.

D2는 1편 이후에 나왔던 후속작에서 중간이나 특정 이벤트로 잠깐 나왔던 라하르가 다시 주인공으로 복귀했고 시기도 1 엔딩 이 후의 시점으로 잡혀서 스토리가 전개 된다. 다시 말해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의 진짜 후속작이 등장한 셈이다.
스토리는 위에서 쓴 대로 1편의 엔딩 이후 라하르가 마왕이 된 후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마왕이 되었지만 마계는 넓은지라 아직 라하르가 마왕이 된 것을 모르는 마족들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다가 꽃이 피지 않는다는 마계에 꽃이 피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을 빌미로 여기저기서 마족들이 라하르에게 마왕 자격이 없다고 하면서 압박을 가하게 된다. 때문에 마왕다운 성격을 자랑하는 라하르가 꽃이 피어난 이유도 알아보고 겸사겸사 반기를 든 마족들을 제압해주고 자신이 진정한 마왕임을 보여주기 위해 나서게 되는 흐름이다.

기본 스토리는 이렇지만 역시나 디스가이아 시리즈 답게 별별 황당한 전개로 흘러가기도 하거나와 특정 전투에서 지면 갑작스럽게 엔딩 영상이 흘러나오는 당황스러움도 여전하다. 또한 전작에서는 그다지 집중적으로 언급되지 않거나 어영부영 넘어갔던 의문점도 밝혀지는 등 확실히 이번 D2는 마계전기 디스가이아의 후속작 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 시스템은 지금까지 등장했던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완성판이라고 할만하다. 일단 이 D2로 처음 디스가이아를 접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튜토리얼 모드가 잘 갖춰져 있다. 초반의 전투부터 시작해서 작중 기본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왕성의 모든 기능도 돌아다니다 보면 전부 사용법을 설명해주면서 진행이 되는지라 D2로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금방 익숙해질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주고 있다.

위에도 설명한 튜토리얼 기능이라던가 예전에는 조금 머리를 싸매야 했던 계적선이라던가 거점 같은 것의 축소나 삭제, 의회 기능의 간소화, 크게 튀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 자체의 특정 부분의 치트 기능 제공 등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전작들의 세세한 복잡함에 손댈 엄두를 못 낸 사람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게 조정이 되어졌다.
물론 이런 몇몇 기능의 삭제나 축소는 과거 초대 디스가이아부터 게임을 해 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금 불만이나 반발이 있겠지만 다른 의미로 생각하면 그만큼 접근성이 용이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플레이 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새로운 시스템도 다수 추가됐다. 몬스터 계열 동료는 인간형 동료를 등에 태울 수 있는 어부바 시스템이 있는데 몬스터와 인간형 동료의 호감도가 높다면 평상시 이상으로 강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악마도장이라는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여기서 캐릭터를 수행시키면 수행 후 전투에서 레벨 업으로 상승되는 능력치나 경험치같은 것이 수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벨 업으로 상승되는 수치 보다 상당히 많이 오르게 되는지라 캐릭터의 빠른 레벨 업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기능중 하나이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드문 경우이지만 치트 기능도 도입됐다. 소위 액션 리플레이 수준의 대단한 치트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능을 활성화 시키면 전투 후 들어오는 자금이나 경험치를 안 쓸 때 보다 조금이나마 상승시킬 수 있다. 역으로 어려운 플레이를 원하면 역시 이 기능을 이용해서 명령 선택 변경 불가나 경험치가 안들어온다던가 등 일종의 제약 플레이를 외부 에디트 도구 없이도 소소하게나마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다.
시리즈 대대로 내려오는 의회 시스템은 여전하지만 이쪽도 상당수 가지치기가 되어서 소위 말하는 금전 만능주의가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돈만 쥐어주면 안된다고 하던 것도 된다고 하는 소위 성인의 교섭 방법...이라고 해야 할 듯.
즉, 이번 D2 는 전작들을 해 온 사람들만이 아닌 D2로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나온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전작들의 판매량 부진 탓인지는 몰라도 한글화는 되지 못하고 패키지 한글화로만 발매가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게임 자체가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간단한 일어만 할 수 있거나 비슷한 류의 게임을 접해 봤다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듯 하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초기작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를 플레이 해봤던 사람들에게는 과거 작의 간만의 뒷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접근성을.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잡은 게임이 이번 디스가이아 D2 라고 할 수 있겠다.
장수 시리즈 일수록 열성팬 위주로 게임 시스템이 구성되다보니 초보자들의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D2는 적절한 시점에서 초보자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 높이를 낮춘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