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는 개 나가신다, 바오밥넷의 ‘러닝독’

iOS로 스타일리쉬 스프린트가 출시되어 큰 인기를 얻은 이후 ‘달리기’ 게임은 어느 사이에 모바일게임 시장의 주요 장르로 자리 잡았다. 2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가로방향으로 달리느냐, 3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Z축을 향해 달리느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달린다는 행동과 거기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속도감은 대중들을 ‘달리기’의 매력 속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장르의 게임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유사한 게임이 쏟아지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특성상, 시장에는 곧 대단히 많은 달리기 게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들은 대부분 스타일리쉬 스프린트 혹은 윈드러너나 템플런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여 ‘표절’ 논란을 불러왔다.

게이머들 역시 기존 작품과 다를 것이 없는 작품을 즐기느니 자신이 공들여 키워놓은 캐릭터가 있는 기존 작품을 계속해서 즐기는 방향을 택하는 바람에 ‘달리기 게임’들의 후예들은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 한 것도 사실이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바오밥넷의 ‘러닝독’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출시된 또 하나의 달리기 게임이다. 윈드러너 스타일의 가로방향 달리기 게임이 아닌 템플런을 연상시키는 3D 달리기 게임이지만 어찌됐든 장애물을 넘어가며 캐릭터를 최대한 멀리까지 이동시킨다는 기본 개념에서 벗어난 게임은 아니다.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또 그저 그런 달리기 게임이 나왔구나’라는 생각을 할런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귀여운 강아지들이 등장한다는 점 때문에 애견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러닝독’의 구조는 여타 달리기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면을 좌우로 드래그를 해 코너를 돌고, 위, 아래 드래그를 통해 점프와 슬라이딩으로 장애물을 통과하고, 기기를 좌우로 기울여 캐릭터를 좌우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또한 멀리 달릴수록 게임의 난이도가 높아지며, 게임 사이사이에는 게임 진행을 돕는 아이템들이 불규칙하게 틈틈히 등장한다. 여기데 게이지를 가득 채우면 고득점을 노릴 수 있는 피버모드도 발동된다. 인기를 얻고 있는 기존의 달리기 게임들의 게임 진행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이쯤되면 ‘러닝독’ 역시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카피캣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게임에 도입된 ‘도둑잡기’라는 요소 덕분에 ‘러닝독’은 기존 게임과는 또 다른 형태의 달리기 게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템플런을 위시한 여타 3D 달리기 게임들이 자신을 추적하는 무엇인가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달린다면, ‘러닝독’은 도망가는 도둑을 잡기 위해서 달리게 된다. 때문에 캐릭터의 앞에는 항상 도망가는 도둑이 위치하게 되며, 이 도둑의 존재가 게임의 난이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도둑이 시야를 가려 다가오는 장애물을 못 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다보면 순간적인 상황판단을 못 해서 충돌, 추락 경우보다, 도둑에 가려진 장애물을 보지 못 한 채로 도둑을 잡으려다가 장애물과 충돌하거나 추락하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도둑을 빨리 잡아서 시야를 확보하면 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도둑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잡히지 않는다. 도둑들의 머리 위에는 난이도를 나타내는 별이 표시된다. 별이 한 개밖에 없는 도둑은 한 번에 잡을 수 있지만, 별이 많은 도둑은 수 차례 시도를 해야만 잡을 수 있다.

게임의 스크롤이 빨라지고 장애물이 많이 등장하는 후반으로 갈수록 별이 더욱 많은 도둑이 나타나기에, 결국 도둑을 얼마나 빨리 잡느냐가 게임의 점수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된다. 또한 강아지를 육성함에 있어 안정성을 택할 것인지, 도둑 잡는 확률을 올릴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유도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도둑이라는 요소가 달리기 게임의 판국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요소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적어도 다른 달리기 게임에서는 찾을 수 없는 또 다른 긴장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마냥 달리기만 하는 달리기 게임이 지루한 이들이라면 귀여운 강아지들과 함께 도둑을 잡기 위해 달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