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계보 잇는 '블레스', '격변' 아닌 '기본' 택한 까닭
피파온라인2와 크로스파이어 재계약 문제로 계속된 위기설을 겪어온 네오위즈게임즈가 올해는 대작 MMORPG ‘블레스’로 반전을 노린다.
블레스는 그동안 대표 타이틀이 전부 퍼블리싱 게임이었던 네오위즈게임즈 입장에서는 최초의 자체 개발 대작이며, 한번도 성공해보지 못한 MMORPG 장르의 게임인 만큼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게임이다.
4년전부터 리니지2 개발자로 유명한 한재갑PD를 필두로 국내 최상급 개발진 150여명이 참여해 개발하고 있으며, 언리얼 엔진3로 만든 최상급 그래픽을 부각시키면서 블레이드&소울을 이어 국산 대작 MMORPG의 계보를 잇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부담감 때문인지 이전에 등장했던 다른 대작 게임들처럼 개발비를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400억 이상의 개발비가 투여된 테라, 아키에이지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됐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에 네오위즈게임즈가 블레스를 선보이면서 제일 강조하고 있는 정통MMORPG의 계승이다. 최근 몇년간 등장했던 대작 MMORPG들이 논타겟팅 전투의 도입(테라), 콘솔 게임을 보는 듯한 스토리와 격투 액션(블레이드&소울), 소셜 요소를 도입한 대규모 공성전(아키에이지) 등 기존에는 볼수 없었던 새로운 요소들을 집중 부각시킨데 반해 블레스는 MMORPG의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방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여러 종족을 육성하는 재미,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타겟팅 기반, 그리고 자신만의 (전술)스킬덱을 구성하는 전략적인 전투, 안정적인 경제 구조 등 지금까지 블레스의 특징이라고 소개된 요소들은 새로움보다는 익숙한 느낌이 강하다. 탱커, 딜러, 힐러로 구분되는 파티 중심의 인스턴스 던전 플레이와 스킬덱을 활용한 개성있는 캐릭터들의 PVP, 두개의 진영으로 구성된 RVR 등은 최근에 등장한 어떤 MMORPG보다 더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좀 더 정보가 공개된다면 세세한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고 게이머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아이온의 그래픽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인식한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된 인식이라고 얘기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블레스가 파격 대신 MMORPG의 기본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현재의 시장 상황이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온라인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의 급부상으로 인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인구수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모바일 게임에 비해 훨씬 리스크가 높은 온라인 게임 개발이 대폭 줄어든 상태다.
또한,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MMORPG 트렌드를 바꿔버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국내 PC방 순위 150주를 기록한 아이온 이후에 시장을 장악했다고 할만한 MMORPG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 뒤로도 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새로움이 진입장벽이 되거나, 콘텐츠 부족의 원인이 되면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대다수의 대중들은 그동안 익숙해진 시스템을 벗어난 새로움을 학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개발자들도 기존의 노하우를 버리고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만큼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몇백억 규모의 게임을 만드는 만큼 위험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대중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 상황 뿐만 아니라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했던 이전 게임들의 이력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네오위즈게임즈는 그동안 많은 성공작을 서비스했지만 대부분 FPS와 스포츠 장르에 편중됐으며,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형 MMORPG도 운영 미숙으로 인해 쓴맛을 봤다. 사실상 첫 대작 MMORPG이며, 첫 자체 개발 대작인 블레스에서 모험을 한다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다.
아직 첫번째 테스트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네오위즈게임즈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테스트 일정 공개 만으로 포털 검색어 순위 1위를 달성했으며, 1만명 모집에 벌써 18만명이 넘게 신청했을 정도로 관심이 폭발적이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인스턴스 던전 위주의 MORPG나, 힐러를 없애 파티 구성의 부담감을 줄이는 등 변화구를 택한 MMORPG들이 주로 등장했던 만큼, 예전보다 훨씬 향상된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아이온 스타일의 정통 MMORPG를 기대하는 게이머들의 갈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물론, 이제야 첫 테스트를 진행하는 입장인 만큼 이후에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부호다. 다시 게임시장의 중심을 MMORPG로 가져올 대박 게임이 될 수도 있지만, 이전에 높은 기대감만큼이나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게임들처럼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작이 될 수도 있는 기대작이 성장하는 과정을 놓친다는 것은 MMORPG 마니아 입장에서 너무 아까운 일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오는 20일부터 시작될 블레스의 첫번째 테스트를 관심가지고 지켜봐야 할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