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분야별 최초의 국산 게임은?- 1부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이자 가장 오랜 기간 서비스를 이어온 넥슨의 ‘바람의 나라’가 다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바로 게임이 최초로 서비스됐던 1996년 그때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초기버전이 다시 복원되어 서비스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바람의나라 1996’으로 새롭게 서비스 될 예정인 이번 버전은 18년이라는 적지 않은 역사를 지닌 ‘바람의 나라’의 과거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과 온라인게임을 복원한 최초로 사례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약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게임산업은 지난 2012년 수출액 2조 7백억에 이를 정도로 국가의 중추적인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모든 나무에는 먼저 싹을 틔운 ‘새싹’이 존재하듯, 지금의 높은 성장에는 많은 열정과 노력으로 게임이라는 불모지를 개척해나간 임들의 노력이 밑바탕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장 역시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 부분별 최초로 등장한 게임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 최초의 PC RPG 신검의 전설
프로그래머 남인환과 우현철이 1987년 '애플 2'를 통해 공동으로 개발한 '신검의 전설'은 국내 최초의 롤플레잉 장르를 선보인 게임으로 꼽힌다. 당시에 출시된 게임 대다수가 그랬듯 '신검의 전설' 역시 소수의 인원이 게임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래픽, 사운드, 프로그래밍 등 게임의 핵심 시스템을 만든 남인환은 당시 고등학생 신분이었다는 것.
비록 현재는 구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일종의 '구전설화' 식으로 전해져 오고 있지만 '신검의 전설'은 리차드 개리엇의 대표 롤플레잉 게임 울티마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전형적인 용사가 세계를 구하는 '용사 이야기'를 다룬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RPG였지만,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마추어 개발자의 한계도 있었지만,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90년대 말에 출시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온갖 방식으로 불법 유통되며, 게임의 수명이 금세 끝나 버린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게임을 개발한 이후 보여준 남인환의 행보인데, 게임 개발을 잠시 접어둔 그는 유명 영화감독의 독립영화 데뷔작에 출연하여 잠시 배우의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후 다시 게임업계에 복귀하여 '신검의 전설2', '에어리언 슬레이어' 등의 게임을 개발했고, 이후 2002년 이온소프트를 설립해 최초의 비행 MMORPG 프리프를 선보이며 활발한 개발활동을 이어나가 자신의 이름을 높였다.
- 최초의 슈팅 게임 폭스레인저
폭스레인저는 국내 최초의 슈팅 게임으로 알려진 게임이자 국내 게임산업의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게임으로 평가 받고 있는 작품이다. 1992년 소프트액션에서 개발한 폭스레인저는 총 6개의 스테이지가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횡스크롤 액션 슈팅으로 진행되며, 지구에서부터 우주까지 다양한 연출을 보여준 게임이었다.
비록 코나미의 명작 슈팅게임 '그라디우스'에서 강한 영향을 받은 폭스레인저 였지만 국내 게임 산업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국내에서 개발한 게임이 판매되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당시 국내 게임시장에서 약 1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게임 제작 붐을 일으킨 것이다. 외산 게임이 점령한 90년대에 국산 게임 중 최초의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 게임 시장의 본격적인 시작을 폭스레인저 전 후로 나누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또한, 폭스레인저는 최초의 상용화 PC게임 즉 상업적으로 판매된 게임으로 손꼽히는 작품었으며,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특수코드를 삽입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불법복제와의 전쟁을 펼친 게임이기도 했다. 이후 1편의 큰 성공에 힘입은 덕에 속편이 연달아 출시되어 시리즈의 모습을 갖춘 폭스레인저는 시점의 다양화를 꾀한 스테이지가 등장하는 2편과 전투기가 아닌 로봇이 등장하는 3편 등 각 시리즈별로 독창적인 시스템을 선보여 전작과 차별화를 두기도 했다.
- 최초의 음성 지원게임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국내 게임역사에 한획을 그은 미리내 소프트에서 개발한 슈팅게임이다. 이 게임은 다양한 스테이지와 더불어 당시 게임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해 타 게임과 차별화를 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데, 그 중의 하나가 디스크의 삽입 순서에 따른 난이도 변화와 빠른 다중스크롤 플레이였다.
'그날이 오면'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운드 카드의 활용이다. 사운드 카드 시장이 서서히 성장해 나가던 시장 분위기에 발맞춰 FM 음원의 입체 배경음악을 선보여 게임의 현실성을 더했고, 당시 판매되던 인기 사운드 카드을 사용할 경우 더욱 수려한 배경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마니아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더욱이 유명 유통사들이 제공하는 번들게임(당시 컴퓨터 부품을 사면 번들 게임을 줬다.)로 이름값을 알리기도 하여 높은 수익을 거두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게임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PC게임 산업의 중심이 RPG로 넘어간데 이어, 이후 선보인 후속작들이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두며 그날이 오면은 한 동안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던 2014년 미리네 게임즈는 '그날이 오면3: 드래곤포스'를 모바일로 깜짝 출시,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20년 만에 등장한 정식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얻었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3D로 제작된 게임의 배경이 전작과 큰 공통점이 없었을 뿐더러, 모바일 슈팅게임이 높은 인기를 얻는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
하지만 '고전 게임'이 다시 제작된 기념비적인 게임이라는 점과 과거의 콘텐츠가 리메이크 된 드문 케이스라는 점은 높이 살만해 '용기 있는 도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새롭게 등장한 '그날이 오면'은 업계의 귀중한 사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