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위기보고서] 한국은 외산 게임사들의 전쟁터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2부: 안방 내준 게임 한류]
6화. 한국은 외산 게임사들의 전쟁터

[본지에서는, 대형 기획 '대한민국 게임산업 위기보고서 : 그래도 희망은 있다'를 통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기획이 한국 게임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게임사들에게 진정한 위기를 타파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제 국내 게임시장은 해외 게임사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온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모바일 시장도 이제 서서히 주도권을 내주고 있는 형편이니까요”

국내 게임시장에 ‘外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은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은 그 판도가 완전히 다르다. 바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 거대 게임사들 간의 알력 싸움이 ‘게임 강국’이라 불리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중국 거대 게임사들의 삼국지, 주 무대는 한국?>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에서 들리는 소식 중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중국 거대 게임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다.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로고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로고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엄청난 인구와 정부의 지원 속에 지난 2013년 112억 4,000만 위안(1조 8,574억 원)의 수익을 기록해 전년대비 246.9% 성장을 기록했으며, 오는 2017년까지 약 700억 위안(한화 11조 5,675억 원)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세계 모바일게임을 주도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렇듯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격히 성장한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거대 기업으로 떠오른 기업이 바로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다. 이들 3개사는 저마다의 장점과 영향력을 앞세워 모바일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듯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꾀하는 이들 거대 게임사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텐센트의 경우 카카오톡을 서비스 중인 주식회사 카카오에 720억 원을 투자해 13.8% 지분을 확보, 김범수 의장에 이은 2대 주주로 떠오른 것을 비롯해, CJ 게임즈에 5,330억 원의 투자를 진행해 국내 게임 업계는 물론 IT 업계를 통틀어 역대 최대 수준의 빅딜에 성공해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내 스타트업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수십 억대의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국내 게임시장에 텐센트에서 투자한 금액이 7,000억 대로 추산될 만큼 게임업계의 ‘큰손’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연이은 IT 기업의 M&A로 화제를 불러온 알리바바도 국내 게임시장에 적극적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텐센트에 맞서 수준 높은 모바일게임을 공급하기 위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 4월 설립한 한국 지사에 최대 경쟁사 텐센트 출신의 인물인 황매영을 지사장으로 임명할 만큼 국내 게임사들의 비중을 높게 보고 있으며, 현재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하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약 7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자 상거래 서비스 ‘타오바오’의 서브파티 마켓에 네시삼십삼분의 ‘활’과 파티게임즈의 ‘무한돌파 삼국지’의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는 등 국내에서 인정 받는 수준 높은 게임들을 자사의 게임 라인업에 포함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의 포털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두의 경우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해외 진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난 1월 자사의 서브파티 마켓 ‘두오쿠게임’을 출범시킴과 동시에 본의 코나미와 DeNA, 미국의 게임로프트, EA 등 약 200여 개의 해외 유수의 모바일게임 개발사들과 합작을 통해 1,300개가 넘는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개발사들에게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개발 초기 비용을 양분하여 더욱 활성화된 게임 개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서서히 게임 시장에도 그 발을 들여놓고 있는 상황. 특히, 경쟁사인 텐센트, 알리바바가 적극적으로 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자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국내 게임기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텐센트와 후발주자로써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알리바바 그리고 이제 막 게임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바이두까지, 중국 IT 기업의 3마리 용이라고 불리는 이들 기업의 태풍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 게임으로 우뚝 선 텐센트, 이에 주목하는 중국 게임사들>

이처럼 중국 게임사들의 시선이 유독 한국의 게임시장에 쏠리는 이유는 바로 텐센트의 급격한 성장 때문이다. 게임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던 2000년대 중국 게임시장에서 텐센트는 샨다, 거인네트워크, 공중망, 완미(현 퍼펙트월드), 나인유, 더나인 등의 게임사들과 경쟁을 하던 시기였다.

크로스파이어 이미지
크로스파이어 이미지

하지만 2008년 텐센트가 스마일게이트에서 개발한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퍼블리싱을 시작하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크로스파이어는 서비스 3년 만인 2011년 54.6억 위안(9,958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대 매출에 진입했으며, 이후 퍼블리싱을 진행한 던전앤파이터가 29.5억 위안(한화 약 5,3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룩한 텐센트 이후 중국 게임시장의 강자로 떠올랐으며, 중국 게임시장이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개편되자 적극적으로 한국의 모바일게임사들의 IP를 확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텐센트가 한국의 게임을 통해 강자로 떠오르자 중국의 게임사들 역시 기획력과 개발력을 갖춘 국내 모바일게임사들을 상대로 앞다투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약 120억 달러(한화 약 12조 2,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이 미국, 일본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자 추콩, 쿤룬, 이펀컴퍼니, 4399게임즈 등 중국의 모바일게임사들이 앞다투어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강력한 규제에 허덕이는 게임사들 유혹하는 해외 정부>

이처럼 국내 게임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곳은 비단 중국의 게임사들 뿐만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클래시오브클랜의 개발사 슈퍼셀의 경우 최근 100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구글 마켓 매출 상위권에 올랐으며,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 역시 ‘피파온라인3’, ‘프로야구 2K 14’를 앞세워 국내 온라인게임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해외
이전
해외 이전

더욱이 강력한 규제에 허덕이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해외 이전을 권하는 해외 정부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퀘벡 주 정부에서는 게임 업체에게 급여로 지불되는 금액의 37.5%를 세금 환급 형식으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지원 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며, 독일의 경우 독일 NRW 연방 주에 법인을 설립할 경우 최대 10만 유로(한화 약 1억 4,3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울러 공개적으로 한국의 게임규제법을 비판한 영국 정부의 경우 영국에서 게임을 개발할 경우 '엔터테인먼트산업 감세 원칙'을 적용. 판매수익 규모에 따른 차등감세를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게임시장은 나날이 그 규모를 넓혀가는 중국 거대 게임사들의 자본 경쟁과 해외 유명 게임들의 침공, 그리고 해외 정부의 러브콜 등 수 많은 국가와 기업들의 진출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게임사들 중 어지간한 회사들은 모두 외국 자본이 섞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해외 게임사들의 시장 진출과 동시에 알짜배기 게임사들의 이전을 고민하게 하는 해외 정부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한국에서 만들었지만 로열티로 연간 180억을 내야 하는 ‘청양고추’처럼 국내 게임시장도 해외 게임사들의 각축전에 휘말려 그 주도권을 모두 내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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