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MLB 15 더쇼 편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게임은 아니지만, 야구 마니아들에게서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게임이 있다. MLB The Show 시리즈가 그 주인공으로 최근 PS3, PS4, PS비타로 출시된 MLB 15 The Show(이하 더쇼15)는 이런 더쇼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올해로 시리즈가 시작된 지 10년째를 맞이하는 이 작품은 스포츠게임으로는 드물게 멀티플랫폼 전략을 택하지 않고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으로만 발매가 되고 있다. 덕분에 골수 팬 사이에서는 ‘더쇼 하려고 플레이스테이션 샀다’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기자의 지인 중에도 이 게임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최근 한 친구는 더쇼15를 구매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에서 신도림까지 15km 정도의 거리를 미세먼지를 뚫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기도 했다.
조광민 기자(이하 말리는 놈): 굉장한 열정이네요. 어지간히 더쇼 시리즈 좋아하는 친구인 듯 한데요?
김한준 기자(이하 까는 놈): 그런데 그 친구 정작 그날 더쇼 못 샀어.
말리는 놈: 설마 매진 되서 그런 건가요?
까는 놈: 아니. 내가 출시일을 착각하고 잘못 알려줘서… 3월 28일인 줄 알고 그리 말했는데…
조영준 기자(이하 편드는 놈): 더쇼15는 3월 31일에 출시 됐잖아요;; 친구한테 사과하셔야 될 듯 합니다.
말리는 놈: 그러게요. 자전거 타고 그 정도 가기도 쉽지 않았을 건데… 허탈했겠네요. 그리고 자전거 많이 타면 전립선에 문제 생긴다구요.
까는 놈: 아아아… 나 때문에 내 친구 전립선에 문제가 생겼으면 어쩌지…
편드는 놈: 아이고; 게임 이야기 해요. 하라는 더쇼15 이야기는 안 하고 왜 친구 전립선 이야기만 하고 있어;;
모든 스포츠게임들이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낼 때마다 ‘전작과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따르는 편인데… 사실 더쇼15는 시각적인 면에서
상당히 많은 발전을 이뤘어요.
매년 프리젠테이션 부분에선 괄목할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쇼 시리즈의 매력인데요. 단순히 광원, 텍스쳐 같은 그래픽 요소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경기 중 비춰지는 경기장 곳곳의 광경, 덕아웃의 모습, 대기 중인 타자의 모습 등을 비춰주는 것이 제법 자연스러워서 좋아요. 이번에는 투수와 타자의 모습을 동시에 비춰주는 장면도 추가된 게 인상적이었네요.
말리는 놈: 그래픽도 좋아진 게 눈에 띄어요. 내야의 흙이 시간이 지날수록 말라가는 모습이나, 더욱 사실적인 잔디 묘사 같은 점들. 아. 방망이에 맞은 타구나 수비수가 던진 공이 회전을 먹어서 휘어져 날아가는 모습도 제법 사실적입니다.
편드는 놈: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야외에서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종목이다보니 경기 중에 날씨가 변하기도 하고, 해도 저물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간의 흐름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어요. 야구장에가면 승부를 가리는 와중에 전달되는 긴장감 이외에 특유의 느긋함이 느껴지는데 이런 느낌을 더쇼15는 잘 살리고 있습니다.
까는 놈: 어째 이 게임은 해가 갈수록 플레이 경험보다는 경기를 관람하는 입장에서 더 만족스러운 게임이 되어가는 느낌이야. 사실 지금 말한 모든 부분들이 게임 플레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아니잖아. 물론 보는 재미를 강조한 것은 마음에 들어.
하지만 관중 입장에서 바라보기에도 마냥 만족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야. 시각적인 묘사와는 별개로 이 게임에서는 이상하게 박진감이 느껴지지가 않아.
편드는 놈: 투수가 공을 던지는 모션이 힘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긴 하지요.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작년에 더쇼14 설명하면서도 언급했던 부분이잖습니까?
까는 놈: 그런 요소 말고도… 연출적인 면에서 아쉽다는 이야기야. 아무려면 작년에 한 이야기를 또 하겠냐?
말리는 놈: 한화 이야기는 야구게임 다룰 때마다 하고 있잖습니까?
까는 놈: …그러네. 미안.
편드는 놈: 와;; 여기서 사과해버리면 우리만 나쁜 사람 되는데;;
까는 놈: 더쇼 시리즈가 유난히 박진감이 없는 건 경기 상황에 걸맞는 음향효과와 연출이 더해지지 않기 때문이야. 특히 NBA나 피파 같은 타
종목 스포츠게임과 비교했을 때 이런 단점은 더욱 도드라져. 더쇼15에서는 경기장에 자리한 관중들의 리액션이나 함성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지가
않아.
결정적인 삼진을 잡거나 극적인 득점이 이뤄졌을 때는 경기장이 터져나갈 것 같은 함성이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 게임에선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 물론 이번에는 삼진쇼를 펼치고 있는 투수에게 ‘K’마크를 들어올리며 삼진을 기대하는 관중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하지만 이런 요소가 부각되고 있진 않아.
말리는 놈: 미국 야구 응원문화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얌전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까는 놈: 걔들도 사람인데… 극적인 홈런이나 삼진 장면에선 기립박수도 치고 그런다고. 잘 던진 투수가 강판될 때는 모두 일어서서 환호하고
말이야. 심지어 이 게임은 프랜차이즈나 시즌모드를 진행 중에 특정 타자의 3,000안타, 500홈런 같은 마일스톤이 얼마 남았다고 표기까지
해 주면서, 정작 그런 기록을 달성하면 이렇다 할 세레모니나 관중들의 환호를 그려내지를 않아.
매년 지적 받는 맥 빠진 해설도 이런 더쇼 특유의 ‘고요함’을 부각시키는 요소야. 매년 지적되는 이야기지만…
편드는 놈: 해설 멘트의 질 자체는 문제가 없지 않나요? 실제로 MLB 중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구요.
까는 놈: 예전에 쓰던 멘트에서 달라진 게 거의 없으니 문제라는 거야. 다른 스포츠게임들이 해설의 다양함을 강조하고 여러 상황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거든? 최근에는 시합 중에 벌어지는 일 외적인 정보도 제공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말이지. 하지만 이 게임은 ‘작년에 듣던
멘트를 올해도 듣는’ 일을 매년 반복시켜.
게다가 해설진들의 목소리에 ‘영혼’이 없어. 극적인 장면에서 경기에 열기를 불어넣는 감정이 전혀 없이 ‘나는 내 할일 하고 집에 갈래’ 같은 태도로 경기를 중계한다고. 전반적으로 사운드적인 측면에선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어.
편드는 놈: 그래도 한 경기가 끝나면 누가 뭘 어떻게 했고, 인상적인 장면은 뭐였다… 정도의 정보는 제공하는 음성이 추가됐어요. 그리고 게임 플레이 중에 나타난 장면은 비교적 정확하게 짚어줘요. 다양성이 부족하고 신선함이 부족한거지 멘트 자체가 틀린 건 아니에요.
까는 놈: 그래도 그렇지… 코멘터리는 좀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더쇼 해설진은 왜 매년 같은 말을 반복해? 그리고 해설 말투가 왜
그래?
편드는 놈: 선배. 더쇼15 해설 마음에 안 들죠?
말리는 놈: 인게임 요소는 어떤가요? 사실 그래픽이 어떻고 사운드고 어떻고 이야기를 해도 가장 중요한 건 게임 플레이가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아니겠어요?
까는 놈: 재미는 있어. 사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어. 야구라는 스포츠가 타 종목에 비해 상당히 정적이다보니 게임으로
구현됐을 때 게이머가 할 일이 구분되거든. 공이 날아오면 타이밍에 맞춰서 버튼을 눌러 치고, 던질 구종과 위치를 정하고 타이밍에 맞춰서
버튼을 눌러 공을 던지는 식이야.
난 가끔은 이게 리듬액션게임이랑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다. 노트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앞에서 나에게로 날아오는 것 정도의 차이?
편드는 놈: 그런 면 때문에 야구게임들은 조작방법을 조금씩 바꾸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려고 해요. 더쇼15에는 새롭게 디렉셔널 타격이 추가됐습니다. 타이밍만 맞춰서 버튼을 누르거나 아날로그 스틱을 움직여서 스윙을 하던 것에 더해서 당겨칠 것인지 밀어칠 것인지 띄울 것인지 땅볼을 만들 것인지를 게이머가 선택할 수 있어요. 노리는 대로 공이 날아가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전술적으로 타격을 진행할 수 있죠.
말리는 놈: 현대 야구에서 수비 쉬프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런 걸 게임 요소로 녹여내려고 한 것 같네요. 수비에선 쉬프트로 상대의 타격을 제한하고, 타자는 그런 쉬프트를 넘어서기 위해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노력을 하는데, 게임에서도 이런 공방이 재현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까는 놈: 예전에도 수비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야구게임이 없던 것은 아니고, 타구의 방향을 결정하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시스템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야구를 좀 더 게임에 사실적으로 담으려는 이러한 시도는 높게 평가할만 하지.
인게임 요소는 전반적으로 굉장히 쾌적해. 특히 난이도 시스템이 인상적이야. 게이머의 실력을 시스템이 체크해서 조금씩 난이도를 올리고 내리는 요소가 도입됐거든. 덕분에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게 자신의 실력에 맞춰 게임을 즐길 수 있어.
편드는 놈: 게임 밸런스 자체가 기존 작품에 비해 상당히 잘 맞아요. 예전에는 슬라이더 수치를 조절해야 게임을 좀 더 사실적으로 즐길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제법 사실적인 경기 흐름이 이어져요.
까는 놈: 정말 마음에 안 들었던 특정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갑자기 날뛰는 경우도 많이 사라졌어. 예전엔 흐름을 한 번 타면 뭐를 던져도 안타를 만들고, 상대의 득점을 막을 수 없거나, 내가 치는 모든 공을 땅볼이 되서 병살이 됐는데 이제는 그런 게 안 보이네.
편드는 놈: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과관계도 상당히 뚜렷하게 드러나요.
말리는 놈: 무슨 소리에요 그게.
편드는 놈: 보통 떡밥을 던진다 그러죠? 높은 직구를 던지기 위해 떨어지는 느린 변화구를 계속 보여주거나, 바깥 쪽으로 직구만 던지다가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던진다거나 혹은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투구 패턴이 확실하게 드러나요.
게다가 전 타자와의 승부를 어떻게 했냐에 따라 다음 타자와의 승부에도 영향이 이어져요. 제가 겪었던 플레이를 예로 들어보죠. 8번 타자로 15구까지 커트하다가 아웃됐고, 다음 타석에는 9번 타자로 투수가 등장했죠. 그런데 전 타석의 영향인지 투수가 한 가운데로 몰리는 밋밋한 커브를 던졌고, 이게 홈런으로 이어졌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 타석에 오른 1번 타자에게 투수가 연속 볼넷을 주면서 출루를 시키더라구요.
이런 장면은 실제 야구에서도 종종 보여지는 장면이에요. 이러한 흐름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야구를 자주 보는 이들에게는 ‘오. 사실적이다’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까는 놈: 삼진을 잡는 과정도 제법 다양해졌더라. 예전과 같은 볼배합만 갖고는 승부하기가 어려워. 이게 패턴이 다양해진 것인지 아니면 아직 플레이를 전작만큼 못 해봐서 단순히 달라진 것을 몰라보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편드는 놈: 타격 시스템에도 변화가 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디렉셔널 타격이 타이밍 타격을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새롭게 등장했어요. 그 이외의 시스템은 여전하구요.
까는 놈: 그런데 아날로그 스틱 스윙이 좀 밋밋해져서 아쉬워. 스틱을 움직여서 방망이를 휘두르면 예전에는 스트라이드 동작에서 타격이 시작됐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스트라이드 동작이 사라졌어. 상대의 투구 타이밍에 맞춰 정확하게 스트라이드를 하고 힘을 실어서 공을 멀리 날리는 타격 특유의 재미가 사라졌다는 이야기지.
‘타격은 타이밍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흐트리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타격에 있어서 타이밍은 굉장히 중요해. 존 타격을 하지 않고 타이밍 타격을 하는 이들 대부분은 이런 타이밍 맞추는 재미를 중요시 하기 때문일 것인데, 그런 게이머들의 취향이 상당히 무시됐다고 느껴진다.
편드는 놈: 하지만 전술적인 타격을 할 수 있는 디렉셔널 타격이 있잖아요.
까는 놈: 새로운 거 추가하는 건 좋은데 왜 굳이 기존 기능을 제외하면서 새로운 걸 넣냐는 의미지. 선택지를 넓혀주면 되는 건데 왜 선택지를
제한하는 거야.
새로운 거 추가하면서 기존 기능을 삭제하는 만행은 스포츠게임들이 자주 하는 짓인데, 더쇼15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다니… 그러고보니 경기 장면을 편집해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리플레이 편집 기능이 추가되면서 기존에 볼 수 있던 경기 하이라이트가 사라졌지.
영상 편집에 공을 들이는 게이머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경기 후에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면서 ‘크으… 여기서 내가 기가 막혔지’, ‘아오! 뭐 이런 실수를 해!’ 같이 복기하는 재미까지 빼앗아 갈 필요는 없잖아?
말리는 놈: 게임이 전반적으로 발전한 듯 하지만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닌가보네요.
편드는 놈: 게임은 분명 발전했어요. 입버릇처럼 전작과 달라진 게 없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더쇼15하다가 더쇼14를 하면 ‘더쇼15가 훨씬
낫구나’라고 느끼게 될 겁니다.
까는 놈: 그 말은 어떤 의미로는 괄목할만한 발전은 없이 소소한 부분만 개선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해. 가만 봐도 느껴지는 변화가 아니라 변경된 점을 찾으려고 해야 찾아지는 변화만 했다는 이야기지. 뭐 그럼에도 무척 재미있는 야구게임인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커다란 변화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에… 드디어 야구 시즌이 개막했다! 그 시즌에 맞춰서 더쇼15도 나왔어! 야구팬들의 가슴이 설레는 시간이 됐다! ‘타임 투 야구!’
말리는 놈: 묘하게 격앙됐네요. 원래 그런 성격 아니잖아요.
까는 놈: 한화가 얼마나 잘 할지 기대가 되니까! 솔직히 올해는 한화가 우승할 듯!
편드는 놈: 선배 그 얘기 도대체 몇 년째 하는 겁니까; 작년에 MLB 14 더쇼 소개할 때도 똑 같은 말 하더니.
까는 놈: 맨날 약체 취급 받던 캔자스시티도 작년에 월드시리즈까지 갔다고. 야구는 모르는 거야.
말리는 놈: 아오! 작년에 우승 했어야 했는데!
편드는 놈: 뭐야? 광민 기자는 캔자스시티 팬이에요?;; 이거 회사에 왜 이렇게 비인기 팀 팬들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