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는 다르다, 그러나 파괴의 본질은 같다 '매드맥스'
게임명: 매드맥스(MAD MAX)
개발사: 아발란체 스튜디오
유통사: 워너브라더스
사용기기: 플레이스테이션4(PS4)
필자명: 구석지기
끝없는 모래, 뼛속까지 매 말라버린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는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다. 오직 본능에 의존해 삶을 연명할 뿐이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게이머는 무자비한 생존 환경에 놓이게 된다. PS4용 게임 '매드맥스'(MAD MAX)의 시작은 사막처럼 건조했다.
지난 9월2일 출시된 PS4용 액션 게임 매드맥스는 우리에게 친숙한 '샌드박스' 개념의 장르를 가진 신작으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맞춰 개발됐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화 기반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은 원작의 세계관만 사용했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로 진행된다.
게이머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시작과 함께 인터셉터와 연료를 모두 도둑 맞은 채 황무지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게이머가 맡게 된 인물은 '맥스 로카탄스키'(Max Rockatansky)로 모든 걸 빼앗기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처지다.
이 인물은 말 그대로 생존법칙에 입각,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나 조연들과 달리 매드맥스 게임 속 인물들은 철저하게 생존이라는 목표에 최적화 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게임은 짧은 시간 내 재미라는 키워드에 근접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이 같은 특성은 비단 이야기 탓만은 아니다. 매드맥스 속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샌드박스 게임, 특히 워너브라더스사에서 출시된 최근의 게임들(배트맨 아캄나이트,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느낌을 비슷하게 녹아 들어가 있다.
덕분에 어느 정도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은 매우 쉽게 적응할 수 있으며, 게임이 주는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PS4용 매드맥스의 첫 번째 장점이다. 게임 내 미션들은 직관적이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서브미션들로 인해 탄탄하면서도 충실한 재미를 게이머에게 안겨준다.
이 과정은 지루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복잡하지도 않다. 사실 이 중간의 재미는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에서 느꼈다. 워너브라더스사가 추구했던 방향성은 매드맥스 게임 속에 잘 녹아 들어 있으며, 원작에서 기대했던 생존의 본능과 파괴의 재미 역시 잘 구현돼 있다.
근접 전투와 차량 추격신 부분도 장점이다.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자면 많은 사람들이 웅장한 차량 추격신을 생각하는데 이 게임에서는 영화의 화려한 수준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심도 있고 즐거운 형태로 액션 부분을 재현했다.
특히 차량 추격신의 자유도는 매우 높은 편이며, 블렛타임 시스템을 활용, 운전자만 총으로 저격한 후 차량을 빼앗거나 아니면 바퀴 등을 공략해 여러 대의 차량이 함께 뒤엉켜 폭발하도록 만드는 등 타 게임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다.
근접 액션은 '배트맨 아캄' 시리즈의 방식과 동일하다. 타이밍에 맞춰 반격을 하고 흔들리는 적에게 '카운터'를 넣어 마무리하는 이 방식은 조금 단순하긴 하지만 직관적이면서도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근접 전투 도중에 사용 가능한 '분노 모드'는 아주 호쾌한 타격감과 함께 전투의 시원함을 몇 배로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때는 모든 판정이 '강타'로 인정되고 자동으로 마무리 공격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위기에 빠졌을 때나 점령지 공격 시에 사용하면 매우 좋다.
세 번째 재미 요소는 차량 튜닝 및 캐릭터 성장 부분이다. 워낙 전투, 차량 추격 등에 집중이 돼 있다보니 놓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게임 내에 차량 튜닝 기능은 웬만큼 유명한 레이싱 게임 수준으로 자신의 전투 스타일이나 플레이 방식에 따라 수백 가지 형태로 고칠 수 있다.
캐릭터 역시 10가지 능력치 성장에 맞춰 강해진다. 이 능력들은 단순히 전투나 차량 추격신에만 맞춰진 형태가 아닌 생존 등 여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가령 군수물자(Munition) 같은 경우는 맥스가 아이템 수색 시 더 많은 또는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깨끗한 물 추출(Essence) 같은 경우는 더 많은 물을 얻게 해주며, 신진대사(Metabolism)는 음식을 먹었을 때 회복량 높아지고 허기짐을 덜 느끼게 만든다. 덕분에 게이머는 전투와 차량 추격신 등만 아닌 이 게임의 목표이기도 한 생존을 성장 시키며 원작의 세계관을 더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멋진 배경과 디테일한 캐릭터들, 차량의 모습, 다양한 NPC와 방대한 맵 등은 샌드박스 게임이 가진 전통적인 재미를 극대화 시켜주며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느낌을 한층 높여준다. 부드러운 프레임과 짧은 로딩 등 역시 재미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러나 매드맥스 역시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가장 눈에 띄는 단점을 하나 꼽자면 이야기 진행이 약하고 무의미한 반복 콘텐츠가 많다는 점이다. 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한 단점은 '저스트 코즈' 시리즈가 가진 아발란체식 샌드박스 방식이었다.
‘아발란체식’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한 번에 게이머에게 제공하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게임의 흥미를 잃거나 목적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실제로 ‘저스트 코즈’ 시리즈의 경우 목적이 약한 이야기와 너무나도 많은 파괴, 서브미션 등으로 게이머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매드맥스가 저스트 코즈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이 게임 역시 이와 흡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를 가장 부추기는 건 너무 약한 이야기 진행이다. 실제 게임을 하면서도 맥스의 목표가 생존에 집중돼 있고 NPC 등과의 상관 관계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판단 된다.
그리고 영화에서 카리스마를 폭발 시킨 임모탄 조와 대립하는 형태가 아닌 그의 광기 어린 셋째 아들 '스카브로스 스크로투스'를 상대하는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 부분은 영화와 게임이 연결되는 유일한 접점이다) 또한, 영화에서 각종 기괴한 모습으로 사정없이 주인공들을 괴롭히며, 강렬한 인상을 줬던 악당들 역시 게임 속에서 의외로 색이 약해 큰 매력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가진 매력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이 게임은 근본적으로 마초 근성을 발휘하고 싶거나 가진 게이머들에게는 최적화된 재미를 제공한다. 어떻게 보면 충실할 정도로 근본적인 재미에 집중하고 있고, 원작의 느낌을 게임으로 전하고 싶어 보인다.
수많은 차량 사이에서 맥스의 여러 생존 기술을 활용, 거대한 차량 폭발과 함께 살아 남는 장면을 한 번이라도 연출한다면 이미 그 게이머는 이 게임의 포로가 됐을 것으로 본다. 액션과 차와 관련된 콘텐츠, 그리고 파괴 본능 자체를 즐긴다면 이 게임은 꼭 즐겨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게임 내 있는 '포토 모드'를 활용해 자신만의 매드맥스 영화 스냅샷이나 연출 장면을 기록해보는 것도 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함께 나온 AA급 대작의 그늘에 가려 넘기기엔 아까운 수작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즐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