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친절을 베푼 '유다희'양과의 세 번째 데이트, '다크소울3'
[게임동아 조광민 기자] 게임을 진행하며 캐릭터가 수도 없이 죽을 때마다 등장하는 'YOU DIE' 메시지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다희'양이라 불리며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낸 '다크소울' 시리즈의 최신작 '다크소울3'가 지난 4월 12일 국내에도 정식으로 출시됐다.
지나가며 만나는 별 의미 없는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도 쉽게 캐릭터가 목숨을 잃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난이도를 자랑한 '다크소울 시리즈'는 기존의 화끈하고 시원하게 진행하는 액션 게임과는 정반대의 재미로 무장해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어 냈다. '다크소울 시리즈'와 유사한 콘셉트로 무장해 출시된 '블러드본'의 경우에는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 플랫폼에서만 1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올릴 정도로 게이머들은 프롬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낸 이 불친절하고 어려운 액션 게임에 빠져들었다.
'블러드본'의 대성공으로 '다크소울3'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던 가운데 게임이 출시됐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다크소울3'는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기에 충분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잡몹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는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전투는 물론, '블러드본'과 기존 시리즈의 장점과 단점을 적당히 버무린 게임 내 다양한 시스템, 계속해서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아슬아슬한 난이도 설계까지 역시 '다크소울3'은 '다크소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다크소울3'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 시리즈보다 친절함을 자랑하는 게임 시스템이다. 불론 여전히 다른 게임 비해서 불친절하긴 하지만, 이 게임이 '다크소울3'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인간 조각상'을 소모하지 않은 망자 상태일 때 죽으면 받는 HP 페널티의 삭제다. 전작에서는 '인간의 조각상'을 소모하지 않고 죽으면 HP의 10%, 계속 죽으면 50%까지 HP가 줄었다. 반면 이번 '다크소울3'에서는 '인간 조각상'이 아예 삭제돼 HP 페널티에 대한 걱정이 없다.
아울러 잠시라도 방심하면 코너를 돌아서 나가는 순간 적이 튀어나와 캐릭터를 죽음으로 몰고 가던 스트레스 유발의 돌발 구간도 이번 '다크소울3'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말 만들고 싶은 모습대로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진 전작들에 비해 게이머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조금이라고 생각해준 모습으로 보인다.
여기에 처음에 캐릭터를 생성할 때 기사 클래스를 선택하면 처음부터 물리 방어 100%짜리 방패를 지급해 비교적 수월하게 전투를 펼칠 수 있다. 게다가 시리즈의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다크소울3'에 많은 영향을 끼친 '블러드본'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라면 한층 느린 전투 템포로 인해 일부 전투에서는 난이도가 오히려 쉽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조금 친절을 베푼다고 해도 '다크소울'은 '다크소울'이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면 튜토리얼에 가까운 지역을 벗어나는 것에만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기 십상이며,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화끈한 공격을 기대하고 공격을 퍼부으면 스태미너 조절에 실패해 '유다희'양을 만나게 된다. 아울러 캐릭터 생성 시 균형잡힌 능력치로 보이는 '가지지 못한 자'를 생성해 플레이했다가는 정말 이게 지옥이구나 싶을 정도의 게임 난도를 만끽할 수 있다.
'다크소울3'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치밀하게 설계된 레벨 디자인이다. 게임을 한참 플레이하다가 다기 이전지역으로 돌아와 보면 숨어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게임의 전체적인 맵을 모두 허투루 쓰지 않고 알차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 모습이다. 특정 아이템을 얻어야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엔딩까지 가기 위해서 게임의 모든 맵을 둘러봐야 하는 등의 일방적인 강요는 하지 않는다. 아울러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일반적으로 게임의 진행상 후반부에 만나는 보스도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서 초반에 처치하는 도전에도 나설 수 있다.
멀티 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다크소울3'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면, 사실상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가 동시에 진행 중인 게임으로 다른 게이머들이 남긴 메시지나 곳곳에서 보이는 혈흔은 게임 플레이에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블러드본'과 기존 시리즈의 장점을 합친 멀티플레이도 이번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비밀번호를 설정해 주면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게임을 진행하다 막히는 구간이 있다면 다른 게이머를 소환해 게임 진행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동시에 나를 먹이로 삼아 노리고 침입하는 다른 게이머인 백령의 침입도 이뤄지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번 작품에서도 도전과 포기의 갈림길에서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난이도 설정도 여전히 건재하다. 얼핏 봐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게이머 본인의 실력이 항샹되고,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며 스탯을 성장시켜 벽을 하나하나 넘어설 때면 '다크소울3'의 난이도 설정이 불합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없이 약하게만 느껴졌던 본인이 조금씩 강해져가는 캐릭터와 본인의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이 게이머를 '다크소울3'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와 재미로 돌아온 '다크소울3'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불안정한 게임 프레임이다. 현세대기로 많은 게이머가 보유하고 있는 PS4와 Xbox One에서 게임 플레이를 위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30프레임도 유지가 안된다. '다크소울3'의 그래픽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게임에 비해서 아주 뛰어난 편으로도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프레임 저하는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실제로 본 기자도 PS4 버전을 플레이하다가 답답해 PC 버전으로 플레이했고, PS4보다 더욱 좋은 그래픽을 보여주면서도 비교적 60프레임을 꾸준히 유지해주는 PC 버전을 즐기다 보니 다시 PS4로 '다크소울3'를 즐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PC 사양이 좋은 게이머라면 콘솔 기기보다는 PC쪽을 선택해 즐기는 것이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PC버전의 경우에는 별도의 핵 방지 시스템이 없어 멀티플레이가 골치 아플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래저래 문제다.
이 외에도 여전히 별 의미 없는 커스터마이징, 또 추측만으로 해결해야 하는 스토리 등 시리즈 특유의 아쉬운 부분부터, 불안정한 네트워크까지 소소한 문제가 여전하다. 다만, 게임이 가진 장점과 재미가 단점에 비해 크게 부각되기 때문에 단점을 상쇄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시리즈를 거치며 발전하고, 또 '블러드본'이라는 파생 작품의 장점까지 고스란히 흡수하며 더욱 '다크소울'답게 돌아온 '다크소울3'와 함께 또 한 번 혹은 처음으로 '유다희'양과의 데이트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