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놈놈놈] 리그 오브 레전드 편

'35.6'. 얼핏 저체온증에 걸린 사람의 체온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숫자는 지난 4월 25일을 기준으로 한 어느 한 게임의 국내 PC방 시장 점유율이다. 국내 PC방 시장을 장악한 그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이어 e스포츠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LOL
LOL

PC방 점유율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이들이 LOL을 즐기고 좋아한다. 이런 상황은 게임동아 편집부에서도 펼쳐지고 있어, 8명의 기자 중에 4명의 기자가 LOL을 플레이하고, 즐거워하고, 소리지르고, 환호하고, 웃고, 울고, 화를 내고는 한다.

MMORPG의 PvP 파트만을 따로 가져온 듯한 게임 진행. 캐릭터를 육성해 적진을 무너트린다는 명확한 과정과 목표,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100 종류가 넘는 캐릭터들까지. 거기에 AOS 게임에 비해 캐주얼한 게임성까지. LOL은 다양한 장점을 앞세워 자신만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너무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임에는 자명하다. PC방 성적이 이를 증명하며 각종 게임 관련 커뮤니티의 반응을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반응을 확인하다 보면 재미있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게임을 재미있다고 말하는 이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게임의 '안티'들이 있기 때문이다. 재미와 단점이 이렇게까지 뚜렷하게 격돌하는 게임도 근래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째서일까?

김한준 기자(이하 한준): 애초에 너희들은 LOL의 재미요소가 무엇이라 생각하냐?
조영준 기자(이하 영준): 수많은 스킬을 가진 100여 개 이상의 챔피언을 통한 다양한 전략의 연출, 5인이 한 팀을 이뤄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며 우정을 다질 수도 있지요. 그리고 지속적인 챔피언 업데이트를 통해 게이머들이 계속해서 흥미를 갖고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한준: 김태희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예쁩니다. 예쁩니다. 예쁩니다'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 소리를 하고들 있냐. 그건 재미요소가 아니라 그냥 게임의 구성요소를 물어볼 때 할 대답 아니야?
영준: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준: 틀린 말은 아니다만... 지금 니 얘기는 '우와~ 포미닛 노래 겁나게 신난다~ 왜 신나는 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신나 죽겠다~' 하는 소리랑 같은 급이다 --;
영준: 나 하나 잘 한다고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는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주는 작품인 것도 같습니다.
한준: 넌 봇 라인에서 X이나 싸지마 -
-;
영준: 주로 선배님이랑 같이 싸지 않습니까...

< 진입장벽: 조작이 간편해 배우기 쉽다 vs 조작은 간편하지만 적응은 아니란다>

LOL을 즐기는 이들이 흔히 입에 담는 말 중에 'X싼다'는 말이 있다. (글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X에 해당하는 단어를 딱 한 번만 글에 담자면 저 X에는 똥이 대입된다) 흔히 실력이 떨어지거나,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하지 못하는 이들을 칭하는 '야유'의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어찌보면 게이머들의 이런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게임이 진행되기에 자신이 잘 하더라도 아군이 실수를 하게 되면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렇게 게임 상황을 X판으로 만드는 이들이 모두 의도적으로 그러한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준: 솔직히 이 게임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김형근 기자(이하 형근): 게임 조작법은 그래도 매우 간단한 편 아니야? 인터페이스도 굉장히 직관적이어서 바로 알 수 있고. 초보자가 아이템 빌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조작법 자체는 매우 간단한 거 같은데? 튜토리얼도 충실하잖아.

한준: 튜토리얼도 충실하고 조작법이 간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 갖고 이 게임의 진입장벽이 낮다고는 할 수 없어. 기본적으로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숙지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거든.
영준: 캐릭터를 움직이고 스킬을 쓰는 기초적인 움직임은 온라인게임을 접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합니다만 확실히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이기는 합니다.

한준: 너는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초보 단계라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을 생각하냐?
형근: 글쎄다? MMORPG라면 레벨 15~20 정도? 최초 전직을 하기 이전까지는 초보라고 하겠지?
한준: 이 게임의 캐릭터 육성 레벨이 30레벨이거든? 그런데 사실 이 게임은 30레벨을 찍기까지의 과정을 튜토리얼이라고 봐야 돼. 게임 내에서 100승, 200승을 거둬도 초보자 소리를 듣는 게 이 게임이야 -_-; 애초에 '초보자를 구분하는 허들'이 엄청나게 높아.

영준: 일반 매치보다 좀 더 빡빡하게 게임이 진행되는 랭킹 매치는 말할 것도 없어요. '일반에서 최소 300~400승은 쌓고나서 랭킹 매치 해야한다'는 말이 공공연한 사실로 치부될 정도에요.
한준: 즉, 게임 시스템이 인정하는 기준이 아닌 게이머들이 인정하는 초보의 수준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다는 소리야. 게다가 실수 한 번만 해도 엄청난 비판이 날아드는 게임 분위기 때문에 이 수준에 오르기 전에 게임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어.

형근: 사람들과의 대전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A.I. 대전이 있잖아. 그걸 혼자 즐기면서 게임에 익숙해지면 되는 거 아닐까?
한준: 그게 그러면 좋겠습니다만... FPS 게임에서 봇 때려잡으면서 적응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소리하고 다를 바가 없는 이야기다 그건. 게다가 LOL의 봇들은 인공지능 수준이 높지가 않아. 챔피언 추가에 기울이는 정성의 절반이라도 A.I. 개선에 쏟는다면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영준: A.I.랑만 게임하면 평생 A.I.하고만 게임을 해야돼요. 사람들 실력은 계속해서 상향평준화 되는데 A.I. 수준은 제자리 걸음이거든요.

L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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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런스: 100명이 넘는데 이 정도면 무난하지 vs 단순한 너프, 버프는 그만>

형근: 그래도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신규 챔피언이 등장하는 거 아닐까? 이미 100명이 넘는 챔피언이 자리하고 있고, 매달 새로운 챔피언도 추가되잖아. 챔피언의 생명력이 게임의 생명력이나 다름 없는데 이런 점은 대단한 거 같아.
한준: 문제는 그 챔피언들 사이의 밸런스지.

형근: 캐릭터 수를 생각하면 밸런스는 나쁘지 않은 거 아니야?
영준: 나쁘지는 않습니다. 점점 밸런스가 맞춰지는 모습도 있고. 그런데 문제는 이 밸런스를 라이엇 게임즈 개발자들이 무슨 생각으로 흔드는 지를 모르겠다는 거죠 -_-; 가끔 등장하는 신규 챔피언의 경우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출시한 것인지 모를 때도 있어요.

한준: 연구가 제대로 안 됐거나, 게이머들의 선입견 때문에 선택이 안 되는 챔피언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는 해. 그런데 왜 이렇게 이 챔피언을 편해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성능을 지닌 경우도 있어.
영준: 예전에 '무덤성님'(그레이브즈)이 그랬죠.하향을 7번이나 먹고 나서야 민간인이 됐던... 으악!!

형근: 솔직히 난 이 게임을 거의 안 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한준: ...모르면서 게임 실드는 왜 쳐줘!
형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명확하게 보일 만큼 장점은 뚜렷하니까.

한준: ...그렇네. 문제는 또 있어. 출시 당시에 밸런스를 붕괴시킬 정도의 챔피언이 출시되는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밸런스 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캐릭터 성능을 너무 크게 흔들어. 이런 일이 자주 있으면 다양한 캐릭터의 성능이 수시로 조정되야 할 것인데 그게 또 그렇지도 않은게... 몇몇 챔피언들은 사람들의 요청에도 능력치가 변동이 되지를 않아. 게이머들 사이에서 버림 받은 게 아니라 개발사로부터 버림 받은 불쌍한 챔피언들이 드글드글해.

영준: 아... 한준선배의 볼리베어 타령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한준: 그래! 볼리베어 스킨 언제 내줄거냐고! 언제까지 군밤장수 모자 쓴 볼리베어만 봐야 돼!!

영준: 가끔은 하향을 너무 심하게 해서 도저히 못 쓸 정도로 캐릭터를 망가트려버리기도 해요. 상향, 하향은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종종 이런 모습을 놓치는 면면이 보입니다.
한준: 그건 내 우르곳...

영준: 한준선배; 진정하세요
한준: 넌 내 마음 알지 않냐?

영준: 알지요...
형근: 나는 모르겠다 -_-

< 운영: 라이엇은 죄가 없다 vs 게이머 관리를 하는 것은 회사의 책임>

한준: 사실 이런 소리를 해도, LOL이 재미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또 하나 부정할 수 없는 게 있지. LOL 내의 게임문화가 완전히 개판이라는 것 말이야.
영준: 한준선배 얼마전엔 실제로 고소장도 접수했잖아요. 명예훼손으로;;

한준: 게임 내에서 남탓, 욕설이 기본이야. 그리고 다섯 명이 공동운명체인 이 게임의 특성을 이용해서 고의적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게임을 하는 인간들도 많아. 게임을 즐기고 승리를 하기 위한 과정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 스트레스를 더 주고 다른 이가 짜증내는 모습을 보는 게 좋은 것처럼 행동하는 거야. 우린 그런 걸 '트롤러'라 부르지.

고소미 상자
고소미 상자

형근: 그런 사람들이야 모든 게임에 다 있는 것 아닌가?
한준: 다른 게임에도 많다고 해서 그게 정당화 되는 건 아니지. 무단횡단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무단횡단이 합법이 되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다른 사람의 플레이가 팀에 엄청난 영향을 주도록 구성되어 있는 게임 특성 상, 저런 사람들을 만났을 때 선량한 사람들이 보는 피해가 너무나 커.

영준: 애초에 저런 짓을 하는 놈들은 어차피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게 목적이라... 결국 다른 이들은 짜증은 짜증대로 나고, 패배는 패배대로 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한준: 오죽하면 사람들이 LOL 최대의 단점은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형근: 그래도 그런 게이머들의 매너를 라이엇 게임즈가 일일이 계도할 수는 없잖아. 업체에게 그 책임을 넘기는 건 너무 가혹한 거 같아.

한준: 가혹하지 않아!
영준: 가혹하지 않습니다!
형근: 늬들 무슨 대본 읽고 들어왔냐?!

한준: 게이머들을 계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선량한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남들에게 피해를 준 게이머들이 큰 불이익을 받는 시스템은 만들어야 한다고 봐.
형근: 그런 걸 고려해서 배심원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거 아니야?

한준: 너 내가 아까 말한 그 욕쟁이를 고소하기 전에 게임 내에서 신고하겠다고 말했거든? 그때 그 녀석이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형근: 뭐라 했는데?

한준: '신고해봐~ 신고해봐~ XX아. 신고한다고 누가 무서워 할 줄 아냐? 신고한다는 애들 많은데 아무 문제 없었다 ㅋㅋㅋ'...라고 했었어. 신고라는 거 자체가 이런 녀석들에게 그다지 압박을 주지 못 한다는 소리야. 적어도 이런 '트롤러'로 신고가 들어간 게이머에 대해서는, 몇 회 이상의 신고가 접수될 시에 '트롤러'끼리 모이는 채널로 강등시키고 자기들끼리 게임을 즐기게 해야돼.
영준: 어우. 거기가 지옥이지.

한준: 실제로 DOTA2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있어. 거기서는 '트롤러'가 아니라 '어벤더'라고 하는데 '어벤더'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응징이 가해지지.

게임 매칭이 '어벤더'끼리만 되고, 한 번 '어벤더'가 되면 24시간 동안 그 멍에를 지고 있어야 해. 게다가 '어벤더'끼리 매칭이 되기 때문에 게임 한 판을 하기 위해 1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겨우 경기가 잡혔는데 24시간 중에 또 그런 짓을 하면 그 기간은 48시간, 72시간으로 늘어나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게임을 하고 싶으면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는 시스템 말이야. 라이엇 게임즈는 게이머들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믿고 있는 것 같지만, 오염이 가속화되면 인위적으로라도 정화를 해 줘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 마무리: 다이아몬드를 돌맹이로 만드는 게이머들만 없으면 쭉쭉 치고 올라갈텐데...>

L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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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준: 솔직히 비매너만 아니면 이 게임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한준: 비매너에 대한 응징이 강력해서 DOTA2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아.
형근: 비매너 게이머들이 이 게임 흥행의 가장 큰 적이라는 거야?

한준: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는데, 그 식당에 손님으로 건달들이 너무 많이 와. 그리고 막 시비를 걸면서 밥 먹어. 너는 그럼 그 식당에 갈래?
형근: ...뭐 파는 곳인지부터 좀 보고...;

한준: 가지마! 가면 안돼!
영준: 가면 안 됩니다!
형근: 아까부터 왜들 이래!;;;

한준: 그런 식당 있으면 대번에 망할꺼야. 손님이 가게를 망하게 하는 경우는 얼마던지 있어. 게임 훅 가버리는 거 한 순간이야. 난 이 게임 진짜 대단히 좋아하거든? 오래오래 즐기고 싶단 말야. 나처럼 생각 하는 사람들 많을 거야. 그런 사람들을 챙겨야 하는 게 게임을 서비스하는 이들의 목표 아닐까?

- 리그 오브 레전드는?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한 AOS 온라인게임으로 지난 2011년 12월부터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탑, 봇, 미드, 정글, 서폿 등의 역할에 맞춰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정석으로 굳어진 5:5 팀배틀 게임. 순간순간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순발력있게 대처할 수 있는 게임 진행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지속적인 서버 문제로 게이머들에게 불평을 사기도 했지만 현재는 모든 것이 해결되어 다시 평안한 분위기에서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서비스 이외에도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이어간 덕분에 '개념있다' 칭호를 얻기도 했다. 재미는 확실하지만 다른 이들의 행동과 자신을 향한 평판에 민감한 이들은 '멘탈붕괴'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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