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95년 게임에서 느끼는 기묘한 참신함 '라이브어라이브'
최근 출시 20년이 훌쩍 지난 과거 인기작들의 리메이크 소식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게임을 구매하려 용산으로 향하는 길에 세금을 징수당하고, 오락실 앞에 진을 친 10대 산적들에게 통행세를 내야 했던 격동의 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이 리메이크 게임들은 과거의 추억을 최신 그래픽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여기에 게임을 했다는 추억만을 가졌을 뿐 이제는 그 게임 엔딩을 봤는지도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나이가 된 지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게임을 만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들 리메이크 게임의 장점 중 하나다.
이러한 리메이크 흐름에 동참한 게임이 지난 7월 22일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스퀘어에닉스의 신작 ‘라이브어라이브’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995년에 슈퍼패미컴으로 출시됐던 이 게임은 과거 선사시대부터 서부 시대, 일본 에도시대, 근 미래, 먼 미래 등 총 7개 지역을 대상으로 7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RPG다.
이 게임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존 90년대 게임을 리메이크한 작품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그래픽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라이브어라이브’는 도트 그래픽과 3D가 융합된 ‘HD-2D’ 기능이 적용되어 슈퍼패미컴 시절의 16색 도트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수려한 그래픽을 구현해냈다.
이는 단순히 이전 그래픽에서 화질만 HD로 높이고, 색감은 그대로인 상태로 출시되어 비난받았던 리메이크 작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주변 배경과 캐릭터의 움직임, 스킬 효과 등은 최근 게임 못지않은 그래픽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더욱이 워낙 쟁쟁한 성우들이 등장하다 보니, 주인공은 물론, 조연 캐릭터의 대사 역시 허투루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해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7개 지역, 7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만큼 게임의 진행은 상당히 자유롭게 진행된다. 이용자는 6명의 캐릭터를 순차적으로 플레이하며, 엔딩을 볼 수 있으며, 이후 해금되는 ‘중세편’ 그리고 최종장인 '중세-마왕 편'을 만나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등장하는 6개의 시나리오의 진행 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일례로 ‘서부편’의 경우 보스전을 대비하여 함정을 설치하는 방식의 시나리오가 등장하며, 단 하나의 대사도 등장하지 않는 ‘원시편’은 아이템을 수집하고, 조합하는 방식이 주력으로 등장한다.
이외에 전투는 거의 등장하지 않지만, 퍼즐과 추리가 중요한 ‘SF편’이나, 필살기의 사용 방식과 보스전의 공략법을 배울 수 있는 ‘현대편’ 등 시나리오마다 특성이 달라 매번 새로운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이렇게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지고, 캐릭터들에게 내적 친밀감이 쌓이게 되어 서서히 몰입도가 높아지게 되며, ‘중세편’을 지나 모든 시나리오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중세-마왕 편'에서 감정선이 폭발하여 진한 여운을 주게 된다.
이는 다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는 것과 비슷한 형태인데, 각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면서 시나리오를 이끌어가는 작업이 상당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라이브어라이브’는 이를 제대로 구현해낸 모습이다. 이는 20년의 세월이 흐른 게임이라고 믿기지 않는 참신함이 가득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출시 20년이 지난 게임이다 보니 게임의 연출이나 캐릭터들의 대사들이 지금의 관점으로 봤을 때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며, 낭만이 넘치던 90년대식 연출이 지금의 게이머들에게 다소 억지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아무리 스토리를 잘 구현해 냈다곤 하지만, 각 시나리오의 볼륨의 편차가 상당히 커서 몇몇 시나리오는 굳이 따로 구현해 낸 이유를 찾기 어려웠고, 전투의 난도가 만만치 않은 것을 넘어 불합리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