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횡포에서 계획된 프로젝트 유출로. ‘다크앤다커’ 사태 왜 이렇게 됐나
넥슨의 미공개 개발 프로젝트를 무단으로 도용해서 개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사건이 갈수록 더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다크앤다커’는 최대 세 명까지 함께 파티를 꾸려 다른 경쟁자들과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던전의 보물들을 찾아 귀환하는 것이 목적인 중세 판타지풍 던전 탐험 게임이다. 이 게임을 개발한 아이언메이스는 지난 2021년 10월 설립된 개발사로, 넥슨의 미공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P3’ 개발에 참여했다가 퇴사한 이들을 중심으로 설립됐다.
스팀에서 진행된 알파 테스트에서 호평받으며 동시 접속자가 1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으던 이 게임이 갑자기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게임 시스템이 넥슨에서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P3’과 거의 흡사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특히, 이 게임의 핵심 개발자인 A씨는 ‘프로젝트P3’의 핵심 개발자로, 넥슨 재직 당시 '프로젝트 P3'의 소스 코드를 무단 반출해 징계해고 처리된 전적이 있으며, 아이언메이스 설립 당시 ‘프로젝트P3’ 개발진을 다수 설득해 아이언메이스에 합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다수의 개발진이 이탈한 넥슨의 ‘프로젝트P3’는 개발이 중단되고, 다른 프로젝트인 ‘P7’으로 변경됐다.
이정헌 대표가 2021년 미디어쇼케이스에서 기대작으로 소개할 정도로 공을 들이던 ‘프로젝트P3’를 갑작스럽게 잃게 된 넥슨은 지난 2021년 8월에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그리고, 최근 경찰에서 2차례 아이언메이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이번 사태가 갑작스럽게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초반 분위기는 아이언메이스에 우호적인 편이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색다른 게임이면서 스타트업의 첫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완성도 높은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으며, 아이언메이스 측이 어떠한 부적절한 영업 비밀을 사용한 적이 없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임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회사 소개를 통해 “게임 회사가 손쉬운 월급날을 위해 영혼을 파는 방법을 직접 보았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점점 더 착취적인 관행을 두 배로 늘리고 게이머에게 기쁨을 주는 대신 카지노처럼 되는 것을 보고 실망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넥슨의 소송이 대기업의 횡포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아이언메이스 측의 주장과 달리 프로젝트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이 추가로 계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크앤다커’의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2021년 10월에 회사 설립 후 8개월만인 2022년 8월에 스팀에서 1차 알파 테스트를 진행했다.
아이언메이스의 테런스 박승하 대표는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공식 디스코드를 통해 “팀원 개개인의 법적 문제는 회사와 별개 문제다. 대부분의 소스를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에서 구입해서 썼으며, 훔친 소스가 사용되지 않았다. 시작 단계부터 기록한 개발 로그와 날짜별 빌드 영상으로 결백함을 입증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불과 20여명의 개발진이 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해외에서 호평을 받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버틸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아이언메이스의 주장대로 대부분의 소스를 언리얼 마켓플레이스에서 사서 썼으면 훔친 코드가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프로젝트P3’ 개발 당시의 기획, 자료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개발진이라도 불가능한 개발 속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갑작스럽게 사건에 연류된 하이브IM도 사태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최근 아이언메이스가 언론에 배포한 공식 입장문 배포처에 아무런 관련도 없었던 하이브IM의 임직원 메일이 첨부된 것이 발각되면서, 프로젝트P3 개발진이 넥슨을 퇴사해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할 때 하이브IM의 관여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생겨난 것이다.
하이브IM의 발표에 따르면 회사 차원의 지분 투자는 없었고,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퍼블리싱 논의하긴 했지만, 3월 초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이브IM 정우용 대표, 정상원 사외이사는 개인투자로 아이언메이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하이브IM 측은 “이메일이 첨부된 이유를 모르겠다. 하이브IM은 아이언메이스의 초기 투자자가 절대 아니다”라고 뒷배설을 부인했으며, “퍼블리싱을 논의한 적은 있으나 완전히 철회했다. 정우용 대표와 정상원 사외이사가 넥슨 재직 시절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50만원으로 구주를 거래해 당시 지분 0.25%, 증자 후인 현재는 0.18%의 지분만을 보유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게임 스타트업은 지분을 몇배수로 넘기는 식으로,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통상적 형태인 만큼, 증자 전 구주를 구입하는 것은 해당 인물을 위한 특별 혜택인 경우가 많다.
정우용 대표와 정상원 사외이사 측은 ‘어려움을 겪은 후배들을 외면하기 어려워 자문에 응했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아이언메이스가 설립되고 ‘다크앤다커’가 출시되기까지의 과정에 교감이 있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또한, 50만원이 적은 금액이라고는 하나, 계약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관계자가 개인 지분을 보유한 회사와 퍼블리싱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도 도의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경찰청의 아이언메이스 기술 유출 혐의 수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아이언메이스의 프로젝트 도용 의혹만으로도 과거 엔씨소프트와 블루홀(현재 크래프톤) 간의 ‘리니지3’ 소스 유출급의 엄청난 사건인데, 하이브IM까지 연루된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경쟁사의 프로젝트 개발진을 빼돌리려고 한 계획적인 영업 방해로 사태가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아이언메이스의 기술 유출 혐의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이며, 해당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아이언메이스 관련 투자 과정도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슨은 지난 8일 사내 입장문을 통해 "수사 진전 상황을 지켜보며 A씨뿐 아니라 프로젝트 정보 유출 및 활용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법인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이언메이스와 넥슨과의 분쟁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게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