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강국 사우디, 54조 투자로 이제는 게임 강국되나?
석유 강국으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이젠 게임 강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년 사우디는 PIF(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운영하는 사비 게이밍 그룹을 통해 2030년까지 게임 산업에 약 54조 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자도 “사비 게이밍 그룹은 203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게임 및 e스포츠 분야의 궁극적인 글로벌 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도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사우디의 게임 산업 진출 움직임은 여전한데, 올해 4월에는 MISA(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가 위메이드와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해당 협약에는 위메이드의 사우디 게임 산업 성장과 블록체인 저변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협력과, MISA의 다양한 서비스와 주요 기업 네트워킹 등 전방위적 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 MISA는 추진하고 있는 각종 투자 유치 기회를 위메이드와 공유하고, 위메이드는 이를 활용해 사우디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북아프리카(MENA)는 위믹스 3.0 생태계 확장을 위해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우리는 올해 초 아랍에미리트에 위믹스 MENA LTD를 설립했고, 이번 협약으로 지역 프로젝트 및 기업들과 더욱 밀접히 협업할 계획이다. ”라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PIF(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넥슨 지분을 추가 매수해 10.23%의 지분율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9.14%의 지분율에서 1.09% 상승한 수치다.
PIF는 지난해 9.14%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약 2조 2550억 원을 투입했고, 올해 10.23%의 지분을 위해서는 약 1680억 원을 지불한 것으로 추산된다. 결론적으로 넥슨 지분 확보에 약 2조 4240억 원을 투자한 것이다.
사실 사우디의 게임사 투자 사례는 넥슨만 있는 것이 아닌데, 올해 2월에는 닌텐도의 지분의 8.25%, 작년에는 캡콤의 지분도 5%가량 매입한 바 있다.
특히, 닌텐도의 경우에는 지난해 5.01% 인수를 시작으로 올해 추가 인수해 8.25%의 지분을 얻으면서 최대 외부 투자자가 됐다. PIF가 닌텐도 지분 확보를 위해서 소비된 금액은 약 29억 8천만 달러(약 3조 7700억 원)로 추정되고 있다.
이외에도 PIF는 작년에 유비소프트와 블리자드에 지원을 한 적도 있고, 미국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스코플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게임 산업 진출 움직임을 보였다.
사우디의 e스포츠 산업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2022년부터 사우디는 SEF(e스포츠협회)를 주관으로 하는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 ‘게이머스8’을 개최하고 있다.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화학 및 정유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후원을 등에 업고 2023년 기준 총상금 4500만 달러(약 596억 264만 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이머스8’은 8주에 걸쳐 진행되고, e스포츠 외에도 게임 체험이나 콘서트, 포럼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런 게임 친화적인 사우디의 행보는 석유 중심인 국가 경제 분야의 다각화로 분석된다. 세계은행의 오픈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는 국가 예산 수입의 약 87%, 수출 수입의 90%가 원유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석유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시로 또 다른 석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를 들 수 있다. 베네수엘라도 석유 생산을 위주로 국가 경제가 돌아가던 나라였다.
석유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자 한때 남아메리카의 부유한 국가로 유명하던 베네수엘라는 2016년 유가 폭락을 기점으로 경제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고, 2018년과 2019년에는 물가 상승률을 연 100만% 단위를 기록했다. 조금 안정됐다고 하는 2022년에도 연간 물가상승률이 234%에 달하는 등 말 그대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경제 다각화가 필요했고, ‘게임광’이라고 불릴 만큼 게임에 관심이 많은 빈 살만 왕자가 수뇌부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게임 산업에도 시선이 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국민의 15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30.3%, 25세 미만 49.0%로 젊은 청년층이 많아 게임을 보다 친숙하고 긍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황도 한몫했다.
한편, 게임 토털 서비스 기업 ‘라티스글로벌커뮤니케이션스’는 사우디의 비디오 게임 시장 수익 규모를 2017년 5억 4,640만 달러(한화 약 7,208억 원)에서 2027년에는 24억 9,800만 달러(한화 약 3조 2,966억 원) 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략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도 사우디의 e스포츠 시장 규모를 2021년 10억 달러(약 1조 3300억 원)에서 2030년에는 68억 달러(약 92조 320억 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