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따고 메이플 한다? 게임 즐기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들
지난 4일 폐막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16일간의 열전을 마쳤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3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68개 등 총 150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중국과 일본에 이어 종합 3위에 올랐다.
치열했던 승부가 끝난 뒤에는 메달을 목에 건 국가대표 선수들의 일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장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승부에 임하는 선수들이지만, 숙소나 집으로 돌아가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로 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번 대회 양궁 2관왕에 오른 이우석이다. 이우석은 남자 리커브 개인전 정상에 오른 데 이어 김우진, 김제덕과 함께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런데 이우석은 현실에서만 활을 잘 쏘는 것이 아니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메이플스토리에서도 궁수 직업인 보우마스터를 주 캐릭터로 육성하고 있다. 캐릭터 이름 역시 보우마스터를 줄인 ‘보마’를 넣은 ‘보마악동’이다. 이우석은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유일한 취미로 게임을 꼽으며 총이나 활을 사용하는 FPS 게임을 주로 즐긴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메이플스토리를 상당히 본격적으로 즐기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국가대표 훈련 일정 사이에 일일 퀘스트와 사냥을 챙길 정도다. 이우석은 양궁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사냥으로 풀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메이플스토리의 매력으로 꼽기도 했다.
같은 양궁 대표팀의 김제덕 역시 만만치 않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다. 이번 대회에서 김제덕은 김우진, 이우석과 함께 남자 리커브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강채영과 출전한 혼성 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김제덕은 양궁만큼이나 오랜 메이플스토리 경력을 가지고 있다. 5살 때 처음 메이플스토리를 접했고, 12살부터 데몬어벤져를 본격적으로 육성했다. 이후에는 전사 직업인 아델을 주 캐릭터로 선택했다.


특히 김제덕은 메이플스토리를 훈련을 마친 뒤 하루를 마무리하며 즐기는 게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제덕은 메이플스토리의 첫 번째 앰배서더로 선정된 바 있고, 김제덕을 모티브로 제작한 ‘양궁부 세트’가 게임에 출시되기도 했다.
펜싱에서는 이번 대회 남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2관왕에 오른 오상욱이 유명한 리그 오브 레전드(롤) 이용자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MVP까지 차지한 오상욱이지만 게임을 즐길 때만큼은 여느 이용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오상욱은 지난 2024년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직접 공개했다. 파리 올림픽을 마친 뒤 친형의 집을 방문한 오상욱은 컴퓨터 앞에 앉아 롤을 즐겼다. 올림픽 기간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 직접 플레이하는 대신 관련 영상을 찾아보며 아쉬움을 달랬다고 털어놓는가 하면, 게임을 시작하자 금세 집중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수영 국가대표 황선우 역시 롤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평소 롤을 즐기는 황선우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선수촌에서 롤 국가대표 ‘케리아’ 류민석을 발견하고 먼저 사진 촬영을 요청하며 팬심을 드러냈다. 자신이 평소 즐기던 게임의 프로게이머를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만난 셈이다.
두 사람은 대회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았고 실제로 함께 롤을 플레이하기도 했다. 황선우는 당시 인터뷰에서 케리아와 함께 게임할 기회까지 생겨 뜻깊었다고 밝혔고, 케리아 역시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대의 경기를 챙겼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기장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일상에서는 다른 이용자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훈련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기도 하고, 좋아하는 게임의 프로게이머를 만나 팬심을 드러내는 모습이 괜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선수들이 게임을 통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며 좋은 경기와 활약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