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좌절할 것인가? 데몬즈 소울

좌절과 재개의 무한나선
중세 유럽 박물관에서나 튀어나올 것 같은 철 갑옷과 무기들, 수많은 첨탑과 석벽으로 이루어진 웅장한 궁성, 그곳을 방황하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형(異型)의 괴물들. 데몬즈 소울은 마치 미우라 켄타로 원작의 다크 판타지 만화인 '베르세르크'의 세계를 재현한 듯, 현재 발매 중인 모든 하드웨어에서 발매된 모든 종류의 RPG와 비교하여 한 획을 긋는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돌연 나타난 데몬에 의해 점령되고 유린당한 볼레타리아라는 가공의 나라를 배경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이 게임은, 판타지 액션 RPG라는 장르명이 보여주듯 지루하고 반복적인 레벨 노가다보다는 게이머의 직관적인 조작과 순간의 기지가 게임을 풀어가는데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판타지 게임이면서도, 그 흔한 마법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각 하드웨어마다 앞다투어 쏟아져 나오는 다른 RPG와 비교했을 때 이 게임만의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데몬즈 소울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그리고 시각적인 화려함은 철저하게 배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이 게임이 철저하게 리얼한 난이도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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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에게 유린당한 나라를 배경으로 한,
상당히 어두운 설정으로 게임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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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도 등장하지만, 주가 되는 것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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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끈한 그녀의 맨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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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의 치마는 철벽의 보호막(제길!)

일반 RPG에서는 주인공의 레벨을 높여 최종적으로 엔딩을 보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령 들개 무리와의 전투에서 몸 여기저기를 사정없이 물어 뜯겼다고 해도 생명에 지장이 가는 큰 상처를 입지는 않는 법이다. 그러나 데몬즈 소울은 다르다. 시작 마을 첫 번째 던전에서 나오는 초심자용 몬스터 같이 생긴 적들이라도, 우습게 봤다간 단 3방 만에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와 만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또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는 수많은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기 때문에 적의 기습이나 함정의 존재를 눈치채기 힘들다. 즉, 게임 자체가 엄청나게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마치 80년대 말~90년대 초에 만들어진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용 게임 같은 어처구니 없어서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요소로 똘똘 뭉친 극악무도한 난이도 앞에. 과연 얼마나 많은 게이머들이 블루레이 디스크를 조각 내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고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 하는 고통을 견뎌야 했을까? 좌절의 고통과 절망의 무한연쇄 때문에 플레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결과, 게임을 구입한 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엔딩을 보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라면 그들의 울분은 과연 무엇으로 보상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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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에일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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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절망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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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친해져야 하는 화면

나는 후회한다. 단지 다크 판타지 같은 분위기가 좋아서 겁도 없이 이 게임을 플레이 해보겠다고 선뜻 나섰던 과거의 행동을. 이 글은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주위 모든 것을 의심하고 조심조심 플레이 하면서도 한 숨 놓는 순간 어디선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 문어머리 간수에게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게임에 대한, 세상물정 몰랐던 한 어리석은 게이머의 데몬즈 소울에 대한 소감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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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은 총 4개까지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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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캐릭터도 만들 수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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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쇼켄고로시(初見殺し)
쇼켄고로시란, '처음 본 사람은 반드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일본 게임 용어이다. 게이머의 실력이나 현재 장비 수준과는 전혀 상관없이, 운이 없어서, 또는 미처 손쓸 새도 없이 순식간에 게임 오버를 당하는 상황을 가리켜 이런 말을 쓴다.
전에 라스트렘넌트를 플레이 했었을 때, 시작 던전을 클리어 했더니 30랭크쯤 되는 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보너스 던전으로의 길이 대뜸 열린 적이 있었는데, 바로 이것이 쇼켄고로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무런 사전정보도 제공되지 않고 아무런 경고문구도 뜨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려운 적, 또는 외우지 않고서는 반드시 걸릴 수밖에 없는 함정 등이 불쑥 튀어나와 게이머를 게임 오버라고 하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 것이다. 우리말로 하면 '탁 치니 억 하고 죽더라'는 시쳇말이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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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도 별 일 없을 것 같은 구멍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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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졌더니 죽었다... 지금 장난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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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도 안 죽는 높이의 예시

데몬즈 소울은 쇼켄고로시의 뼈대에, 쇼켄고로시의 근육에, 쇼켄고로시의 피부가 입혀진 쇼켄고로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쇼켄고로시의 가장 큰 특징은 '체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데에 있는데, 데몬즈 소울은 한 번의 실수가 '주인공을 죽여버릴 수도 있는 게임'인 탓에 체험해본다는 은 여러 번 죽어야 한다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행히도 데몬즈 소울을 처음 플레이 하는 게이머들은 1-1의 성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좀비 병사들을 상대하면서 이 게임의 무서움과, 게임을 무사하게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남들 보기에 겁쟁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최대한 몸을 사려가며 플레이 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진리를 깨닫게 된다. 일반적인 RPG에서 시작 마을의 시작 던전에 등장하는 적들은 일종의 튜토리얼을 담당하기 마련으로, 기본 장비를 가지고도 간단하게 격파할 수 있고, 기본 방어구를 입고도 맞아도 별로 안 아픈 것이 최대 특징이다.
그러나 1-1 성문 앞의 좀비 병사들은 직업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절대 초기 장비로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엄청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 헐벗은 곤봉 두 자루로 대표되는 야만인이라면 2~3대, 갑옷을 입고 있는 병사나 기사라고 해도 4~5대면 황천길로 직행하기 딱 좋은 공격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한 번에 2마리 이상의 적이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다, 비디오 게임계의 전설로 남아있는 데스크림존처럼 피격 뒤의 무적시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구타의 위험이 매우 높은 것 역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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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에서는 사실상 죽을 일이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진행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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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나쁘게 적들에게 둘러쌓이면 1-1에서
죽는 것쯤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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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까짓 거 한 번 죽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이 게임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막말이다. 데몬즈 소울은 사실상 무한 컨티뉴가 가능하지만, 일단 사망하고 나면 소지하고 있던 모든 소울이 0이 되며 맵의 시작지점으로 강제 송환되는 페널티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쓰러뜨렸던 모든 적이 부활하며, 소울체가 되어 체력이 통상 상태의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죽기 전보다 죽고 난 뒤의 난이도가 더욱 상승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소울체인 상태에서 시신을 찾아 소울을 회복하기 전에 사망할 경우, 예전 시신의 소울은 모두 소멸하고 현재 시신의 소울만이 남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게임에서 소울은 아이템을 살 수 있는 금전적 역할 뿐만 아니라 주인공을 레벨업 시켜 보다 강한 캐릭터로 육성하는 경험치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이것이 0이 된다는 것은 속된 말로 X 됐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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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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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죽으면 0. 나 다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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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 않으면 각종 강화 아이템을 이용해
장비를 강화하는 것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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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지금 맞을래요? 맞을래요?

추락사도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몬스터헌터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체력에 가해지는 대미지는 0에 불과하지만, 데몬즈 소울에서는 크고 작은 대미지를 입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추락사는 보통 함정에 의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 이 '함정'이라는 것들이 무슨 거창한 장치에 의해 작동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치 아래에 무슨 좋은 아이템이라도 있는 것처럼 발판 여러 개가 보이고, 그 위로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보인다. 하지만 막상 아래로 뛰어내리고 보니, 위에서 봤을 땐 착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발판은 교묘하게 추락 경로에서 빗겨나 있어서 주인공은 발 디딜 곳 없는 낭떠러지 저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는 패턴이 상당히 많다. 또 이 게임은 툼레이더 언더월드 뺨칠 정도로 조명이 어두운 것이 특징인데, 벽에 횃불이 걸려있다고 하더라도 화면의 방향에 따라 빛이 비춰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아무데나 뛰어갔다간 밑도 끝도 없는 구멍에 빠져 사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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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둡기 때문에, 적을 락온했을 때의 불빛으로
적의 위치를 가늠해야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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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징그럽게 어둡다. 눈 나빠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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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혈흔을 찾아 접촉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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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던 소울을 되찾을 수 있지만,
부활하기 전에 또 죽으면 그때는...

프롬 소프트웨어란?
데몬즈 소울은 SCE에서 발매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프롬 소프트웨어라고 하는 일본의 중견 게임업체에서 제작한 타이틀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저 악명 높은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포퓰러한 게임을 지향하는 SCE에서 직간접적으로 개발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난이도나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유들유들한, 초심자도 접근하기 쉬운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말이다. 그러나 역시 프롬 소프트웨어라고 해야 할까? 일반이 모습을 드러낸 데몬즈 소울의 난이도는 역대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들 중 최강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어렵게 조정되어 있었다.
프롬 소프트웨어는 킹스필드, 아머드코어, 천주, 섀도우 타워 등, 주로 3D로 된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업체이다. 대체적인 라인업 타이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은 조작체계가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게이머가 게임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만인이 즐길 수 있는 게임보다는 소수의 선택 받은(게임에 적응한)게이머가 즐기는 게임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사소한 실수 때문에 게임 오버 되는 경우가 많아지며, 특수한 버그나 꼼수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엔딩을 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게임도 많다. 모 잡지 인터뷰에서는 "우리는 쉬운 게임을 만들 생각이 없으니, 난이도에 적응 못하겠으면 그냥 다른 게임을 사서 플레이 해라"라는 말까지 남겼을 정도라던가.
대신 소위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형식이나 유행에 구애 받지 않고 경파한 스토리나, 참신한 소재,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작법(게임에 BGM을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을 동원하기 때문에, 메탈 울프 카오스나 아머드코어 시리즈, 크롬하운즈 시리즈, 닌자 블레이드 등과 같은 시청각적으로는 신선한 자극을, 촉각적으로는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탄생하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난이도는 높지만, 게임을 진행시켜 나가는 보람을 느끼는 게임을 만든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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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로 발매 예정인 '네가 믿는 길을 가라!'.
그림자를 이용한 퍼즐액션 게임으로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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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반사신경과 고난이도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아머드코어fA. 프롬의 게임은 대체로 마니악한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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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을 이야기할 때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게임의 스토리이다.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만드는 게임은 이상할 정도로 스토리에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매뉴얼이나 게임 본편에서 게임의 배경이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등이 간단하게 설명되기는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배역이 등장해서 주인공을 중심으로(또는 게임의 축이 되는 스토리를 중심으로)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얽어가는 과정이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에서는 아예 결여되어 있거나, 혹은 아주 부분적으로만 등장한다. 따라서 게임 전체의 스토리를 기승전결을 거쳐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프롬의 게임에서는 다소 어려운 구석이 있다. "왕자와 공주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나중에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라는 초 단순명쾌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매우 불친절한 부류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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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스토리 설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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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 나오는 모든 스토리 설명 중 제일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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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이벤트가 아주 없는 건 아닌데, 내용도 짧고
단편적이라 스토리 이해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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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 같은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토리 좀 살려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프롬 뇌'라는 특수한 2차 창작 활동이다. 일반적으로 동인활동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바탕으로 팬 취향의 스토리를 전개시켜 IF~만약 이렇게 되면 어땠을까? 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프롬 소프트웨어의 게임은 '원작 스토리'를 담당하는 이야기가 아예 없거나, 혹은 매우 간략하게 설정되어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양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스토리의 비중이 비교적 낮은 게임의 경우, 화면에 비치는 주인공의 모습이 무기를 든 손이나 갑옷이나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PC(플레이어 캐릭터)의 모습, 또는 주인공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고 주인공이 탑승한 로봇이 대신 아바타의 기능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천주나 메탈 울프 카오스 등의 예외는 있지만, 이들은 비교적 스토리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니까), 다소 슬프긴 하지만 게이머가 마음 먹기에 따라 주인공과 게이머 자신을 쉽게 일체화시킬 수도 있다. 게이머의 수만큼 모험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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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를 살려주는 하이 퀄리티 무비는
다수 삽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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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네들의 게임은 망상의 힘을 빌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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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는 침입자
기타 일반적인 흐름으로 전개되는 RPG의 경우, 악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한다는 목적 아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현지를 점령하고 있는 적이나 괴물 등을 물리치고 마을을 해방하는(또는 사람들을 도와주는)이벤트가 한 번쯤은 등장한다. 앞서도 말했듯이 그런 RPG에 등장하는 적들은 주인공(과 게이머)이 무사히 게임을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제작사에서 준비한 엔딩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어도 조금만 노가다를 하고 조금만 준비를 하면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데몬즈 소울에서는 해방할 마을도 없고, 반드시 구해줘야 하는 사람도 없다. 무색의 짙은 안개가 볼레타리아 일대를 감싸 이미 절대다수의 국민은 데몬의 먹이가 되거나 또 다른 존재로 변한 상태고,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한 몇몇 사람들은 쐐기 신전에 모여 하루하루 연명해 나갈 뿐이기 때문이다. 게임 속 필드에서 간간이 주인공을 공격하지 않는 NPC를 만나기도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을 구해달라는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세상일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이 게임에서 '구세주'나 '해방자'가 아님을 나타내는 대목이다(자칭 구세주나 해방자랍시고 설치고 다닐 수는 있을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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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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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몸에 관심 없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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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구출할 수 있는 NPC도 있지만,
안 구해줘도 엔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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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NPC를 죽이는 것도 가능. Kill'em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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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죽은 NPC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다시는 부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인공의 포지션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몬즈 소울의 주인공, 다시 말해 PC는 '침입자'에 더 가깝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주인공이 반드시 구해야 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일부 NPC를 구출할 수 있지만, 무시하고 넘어가도 게임 진행에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는다), 주인공을 직접 도와주는 사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을 통한 멀티 플레이 요소를 배제하고 생각할 경우, 동료는 고사하고 패밀리어 등 주인공의 활약을 주로 전투적인 부분에서 도와주는 NPC조차 등장하지 않는 것이 데몬즈 소울인 것이다.
적은 외적을 맞아 싸우기 가장 적합한 형태, 즉 요새화된 방어 진지를 구축하여 보스로 향하는 요소요소의 길목에 병력을 배치시켜두고 있고, 으슥한 골목 등에 기습 병력을 매복시켜둠으로써 적에 가하는 피해를 최대화 하고 있다. 난간 위의 적을 피해 계단을 올라갔더니, 적이 매복해 있다가 기습을 가하거나 함정에 빠져 추락사 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적들과 함정은 주인공이 지나갈 것으로 예측되는 포인트에 배치되어, 최대한 엔딩을 볼 수 없게, 최대한 게임을 진행할 수 없게 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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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통로엔 이렇게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있다.
물론 저 뒤에는 적이 매복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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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 길을 막고 다른 한 명은 뒤에서 화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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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필드는 3~4개 정도의 하위 필드로 나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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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차다! 폭탄차가 온다!

적과 함정을 배치하는 것은 전적으로 제작 스태프의 일이다. 만약 주인공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외나무 다리 위에 적들이 떼거리로 우글대고 있다면, 그것은 고도로 지능화된 NPC가 자의적으로 다리 위로 올라간 것이 아니라 게이머에게 악의를 품은 제작자들이 고의로 그곳에 적을 배치시켜두었다는 뜻이다. 데몬즈 소울의 적들은 강하면서 쉽게 죽지 않지만, 정해진 포인트에서만 출몰하며 정해진 1~2가지의 행동패턴에 따라 주인공을 공격한다. 생각만큼 똑똑하진 않다는 소리다. 게이머를, 그리고 주인공의 앞길을 막아서는 것은 강하고 어려운 적이 아닌, 사실은 그들을 만든 스태프들에게 있는 셈이다. 요컨대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게임상에서나 기획단계에서나 철저하게 '침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데몬즈 소울에도 '일단' 엔딩은 준비되어 있다. 철저히 기계화된 플레이, 다시 말해 지도를 암기하고, 적을 격파하는 순서를 단순화시키고, 불필요한 조작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아이템과 소울을 사용하면 20시간 미만에도 클리어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게임을 단지 게임으로만 즐기는 사람들에게 있어 제작자들이 준비한 치명적인 난이도는 100시간은커녕 150시간이 지나도 엔딩을 저 멀리 아득한 존재로 만드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게이머들을 엔딩으로 '이끌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이머는 빈틈없는 작전을 세워 전투에 임해야 한다. 항상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적의 기습이 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일단 목숨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 레벨만 높으면 모든 것이 술술 잘 풀렸던 기존의 RPG에 젖어있던 사람들에게, 살기 위한 처절한 준비는 확 깨는 자극임에 틀림이 없다. 최대한 잔머리를 굴려 최대한 대미지를 입지 않고 필드를 진행하는 재미, 이 팽팽한 긴장감이 게이머들에게 중독성 강한 플레이 의욕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난관만 이겨낸다면, 분명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난관만 이겨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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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키우는 것보다 한쪽으로 특화시키는 것이
공략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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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에는 내구도가 설정되어 있어서, 이게 0이
되기 전에 수시로 수리를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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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통로에서는 창을 장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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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길고 굵고 거대한...

누가 우리를 구해줄 것인가
데몬즈 소울의 장르는 판타지 액션 RPG로, 적정 플레이 인원은 기본적으로 1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의 발달과 인터넷 망의 확충 덕분에 최근 발매되는 대부분의 게임은 랭킹 비교 같은 이름뿐인 온라인 모드가 아닌, 2~8명의 불특정 게이머가 한데 모여 게임을 플레이 하는 진정한 의미의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특징으로, 이 게임 역시 호스트를 포함하여 최대 4명의 게이머가 서로 돕고 경쟁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몬스터 헌터나 판타시스타 온라인 시리즈처럼 소수 인원으로 파티를 구성하여 특정한 미션이나 퀘스트를 진행하는 방식의 RPG를 가리켜 MORPG라고 하는데, 현재 PS3나 XBOX360으로 발매되는 많은 수의 게임들이 MORPG 형식을 통해 온라인 멀티 플레이를 실현하고 있다. 데몬즈 소울 역시 최대 4명의 게이머가 동시에 플레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MORPG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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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모드는, 솔직히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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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는 혼자 타야 실력이 느는 법.
우리는 무적의 솔로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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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즈 소울의 온라인 모드에서의 기본은 분명 MORPG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상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필드의 지면에 남긴 힌트를 통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남기거나 가짜 정보를 통해 상대 게이머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최대 인원 8명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야말로 수많은 게이머들(Massively Multiplayer)이라는 의미에서의 MMORPG를 간접적으로나마 실현한다고 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 시 화면에 언뜻언뜻 비치는 다른 게이머의 실루엣 역시 간접적인 MMORPG를 실현하는 또 다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MMORPG적 요소는 소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소지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엄연한 게임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검은 팬텀의 존재이다. 검은 팬텀은 일반 MMORPG에서의 PK 같은 요소로서, 소울체가 된 캐릭터가 타 게이머가 호스트로 있는 세계에 침입하여 육신을 가진 게이머를 죽임으로써 자신은 부활하고 상대는 소울체로 만들어버리는 데몬즈 소울의 온라인 요소 중 하나이다. 게임의 매뉴얼 등을 보면 아군으로 소환할 수 있는 팬텀 2명과 호스트 1명을 포함, 최대 3명이서 검은 팬텀과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상황에서의 수치일 뿐 실제로는 검은 팬텀과 호스트의 1:1 대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게임이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면 각각의 게이머 간 장비나 레벨에 그다지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세계에 침입해 온 검은 팬텀과 싸웠을 때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강요당하지 않을 수 있었으나, 게임 발매 후 수 개월이 지난 최근에 이르러서는 게임을 새로 시작하는 게이머와 게임을 전부터 플레이 한 게이머 사이에 넘기 힘든 레벨과 장비의 벽이 생겨 이들 사이에 PK가 발생할 경우, 신규 게이머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페널티가 발생한다.
데몬즈 소울에서 죽는다는 것은 그때까지 모아온 모든 소울을 단숨에 날려버린다는 의미로, 이 게임의 '소울'은 돈이자 경험치와 같기 때문에 사망은 곧 그때까지 플레이 했던 시간을 허비한다는 뜻이 된다. 또 한 번 죽으면 체력이 반으로 줄어드는데다 적들까지 모조리 부활해버리기 때문에 초보 게이머로서 겪는 절망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렇다 할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를 모두 소화해버린 게이머 중 많은 수가 신규 게이머를 돕기 보다 신규 게이머를 사냥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규 게이머에게 있어서는 게임을 접어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들 정도이다.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에서는 운영자가 존재하여 도를 넘어선 PK 행위를 단속하거나 PK를 행한 게이머에게 페널티를 가하기도 하지만, PS3의 온라인 모드는 기본적으로 무료 서버에 기반을 둔 '운영자 없는 공간'의 성격이 강해서 아무리 PK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하더라도 이것이 즉시 시정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말마따나 아니꼬운 사람이 피해간다고, PK의 공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온라인 모드를 포기하고 오프라인 모드로만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뿐인데, 다른 게이머가 남긴 힌트나 타 게이머의 실루엣을 전혀 볼 수 없게 되는, 다시 말해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내세울 수 있는 MORPG와 MMORPG를 넘나드는 온라인 플레이 요소를 경험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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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연결했을 경우, 게임 실행 시 자동으로
온라인 플레이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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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검은 팬텀 등으로 인해 오프라인 모드로
하려고 하면 약간 번거로운 것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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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콘텐츠로 제공될 것으로 보이는 '북쪽의 거인들의 땅'.
하지만 게임 발매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일본 기준)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검은 팬텀은 엄연한 게임 시스템이기에 그 자체를 가지고 뭐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게이머들 중에는 PK요소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할 때, 온라인을 포기하는 것 외에 PK요소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은 이 게임의 옥의 티라고 생각한다. 난이도가 높은 걸 특징으로 내세우고 싶은 기분은 모르는 바 아니지만, 게이머에게 불친절하게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하지 않은 것은 제작자들의 오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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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프롬이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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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영인 사제는 대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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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한 인간을 독수리슛 하는 쾌감
최근 발매된, 또는 앞으로 발매를 앞두고 있는 액션성 강한 게임들의 경우 하복 엔진을 사용한 것들이 많은데, 데몬즈 소울 역시 하복 엔진을 탑재함으로써 계단이나 바닥 등 각종 지형지물에서의 주인공과 적들의 상호 물리관계를 제법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표준체중을 약 70~74kg라고 잡고, 여기에 금속제 갑옷의 무게를 30kg로 잡으면 금속 갑옷을 입은 성인 남성의 총 중량은 약 100kg 정도가 된다.
이 게임이 배경이 되는(것으로 추정되는)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얼마나 구현하려고 애썼는지, 혹은 캐릭터를 만듦에 있어 구체적인 신체 사이즈 표를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등장하는 적들의 기본 체중을 대한민국 남성의 표준체중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때 좀비 형태의 헐벗은 적을 제외한 갑옷 보병의 최종 무게는 살아있을 때 약 100kg를 전후하게 될 것이다. 쌀 한 가마를 짊어지고 마라톤 42.195km를 달리면서 숨 하나 헐떡이지 않는 강쇠의 후손이라면 모를까, 100kg라는 무게는 인간의 다리 힘으로 걷어찼을 때 결코 쉽게 나가떨어지는 무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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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중세 배경이다 보니, 검과 갑옷이 많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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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풀 플레이트 메일+금속방패+무기의 무게는
약 50kg에 육박했다고 한다(참고로 현대전 장비를
풀셋으로 입을 경우 그 무게는 90kg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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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데몬즈 소울의 적들은 시체 상태에서 걷어찼을 때 너무도 간단히, 그리고 너무도 가볍게 멀리까지 날아간다. 중량감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일부 적들은 절대 빠질 수 없는 널빤지와 널빤지 틈 사이에 끼어 미친 듯이 사지를 흔들며 테크노 댄스를 추고, 어떤 적들은 한 번 툭 건드렸을 뿐인데 혼자 계단을 미끄러지듯 굴러 내려가다가 바람 빠진 풍선인형처럼 한 바퀴 크게 몸을 뒤집어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만다.
계단을 오를 때 다리 한쪽을 들어 높낮이가 있는 지형을 오른다는 것을 어필하고, 앞구르기를 할 때 지형에 따라 굴러가는 거리나 높이 등이 달라지며, 기둥이나 벽 등에 적의 공격이 가로막히거나 무기 종류에 따라서는 주인공의 공격도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등의 다양한 물리 연산을 할 목적으로 하복 엔진을 사용한 의도는 이해하겠다. 하지만 적에게서 생기가 사라질 때 살아생전 하복신의 영향 하에 놓여있던 그들의 육체는 '이 게임에는 하복 엔진이 사용되었습니다'라는 사실을 어필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리 연산의 굴레에서 벗어나 제멋대로, 그것도 상당히 어색하게 움직여진다.
죽은 뒤의 처리가 골치 아팠다면, 차라리 일부 보스들(주로 데몬)처럼 사망 후 소울이 되거나 신체의 일부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연출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시체로 독수리슛 하는 것을 보며 어처구니 없는 비웃음을 짓지 않아도 됐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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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높낮이에 따라 다리 모양이 달라지는 건
확실히 멋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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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몇 번 툭 쳤더니 지가 알아서 밑으로 떨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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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렇게 소울이 되어 사라지게 했으면 좋았을 것을

리얼함 속에 감춰진 마조히즘
데몬즈 소울에는 BGM이 없다. 각 필드의 끝에서 다음 필드로 넘어가는 길목을 지키는 보스들과 싸울 때는 소정의 BGM이 흘러나오지만, 그 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BGM 대신 물 흐르는 소리, 발자국 소리와 같은 일상소음을 벗삼아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BGM이 없다는 것은 주변이 상당히 조용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날카로운 칼바람 휘몰아치는 소리나 복도 구석 으슥한 곳에 숨어있는 적들의 갑옷 짤그락 거리는 소리, 또는 감옥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죄수들의 신음소리나 적들의 단말마 등 여러 가지 소리가 게이머의 청각을 자극하지만,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는 동안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다른 게임의 BGM들과 비교하면 너무도 차분하고 고요할 정도이다. 현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일상적인 생활모습에서 BGM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긴장감 넘치는 극한의 공포와 초조함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사실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는 이상한 소리가 마구 뒤엉켜 메아리 치는 어두컴컴한 복도 안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여기서 얻는 정보를 통해 다음 행동을 취해야 한다. 장검이나 대검을 휘두르기에는 너무도 좁은 석벽의 복도,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사소한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데몬즈 소울에서 이러한 청각적 정보들은, 좁은 지역에서 지형지물에 걸리지 않고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찌르기, 또는 베는 반경이 작은 소검 등의 무기를 장비한 뒤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식의 특정한 행동패턴을 게이머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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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 등장하는 문어머리 간수는 특유의 종소리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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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민감해지지 않으면 기다리는 것은 일격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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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게임 시스템 자체가 그러한 행동을 강요하고 있고, 게이머는 말 없이 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워낙 쉽게 죽는 게임이고, 한 번 죽었을 때의 페널티가 숨막힐 정도로 가혹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최대한 죽지 않는 플레이를 펼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해진 시스템에 따른 실력의 향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거의 반강제적으로 게이머를 게임에 끼워 맞추는 것이다.
공략 루트도 사실상 거의 외길 진행인 탓에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게임을 플레이 해나가는 자유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고, 선택한 태생과 이에 따른 초기 장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공략 패턴 자체는 거의 고정된 1~2개 밖에 없기 때문에, 기본 난이도가 아주 높은 이 게임에서 게임을 플레이 해나가기 위해서는 게이머의 실력을 높여 높은 수준의 조작과 반사신경이 요구되는 몇 안 되는 공략법대로 적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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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정답인 길은 하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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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대로 된 길로 가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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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퍼즐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는 건 그나마의 위안거리?

물론 게임에 적응하지 못한 게이머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적응이란, 게임의 분위기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게임에서 요구하는 컨트롤 레벨이 지나치게 높아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수준까지 도저히 이르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표현이다. 어려운 고비를 넘어 특정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성취감은 분명 매우 크지만, 아무리 해도 고비를 넘길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 게임의 난이도는 만족감을 약속하는 난이도가 아닌, 게이머를 엿 먹이는 난이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리얼하게 만들어진 게임의 전체적인 구조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몸을 채찍질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가 되고 싶지는 않은 사람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군사독재정권적 표현이 있는데, 피할 수 없으면 깨부숴버리는 극단적인 길도 선택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어려우면 다른 방법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하는데, 이 게임에는 그런 건 일체 없고 오로지 제작자들이 준비한 길로만 게이머를 내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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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게임도 아니고, 길까지 다 외워서
플레이 하라는 듯한 구조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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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을
무덤덤함(또는 냉철함)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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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로딩 시간이라도 좀 줄여줬으면

데몬즈 소울은 '앞으로 찾아올지도 모르는 만족감'과 '블루레이를 두 동강 내버리고 싶은 파괴 충동'의 미묘한 경계선상에 게이머를 갖다 놓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번의 반복 플레이를 거쳐 보스 앞까지 가는데 만도 10번 이상 죽었던 1-1을, 다른 직업을 골라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 했을 때에는 한 번도 죽지 않고 아주 쉽고 여유 있게 클리어 했을 때의 쾌감은 분명 중독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레벨을 올리고, 무기를 강화하고, 심사숙고 끝에 가장 좋은 장비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더 높은 컨트롤 스킬을 요구하며 온 신경을 갉아먹는 듯한 게임 시스템에는 점차 짜증이 나려고 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분명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그 기대감과 흥분으로 가슴 두근거리던 시절과는 달리, 어느 정도 가슴이 싸늘해져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게임을 보고 있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있어서는 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 같은, 누가 해도 재미있는 게임으로 보이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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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한테 밀려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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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는 줄 알았는데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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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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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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