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사 입점정책 발표한 카카오, 예상못한 반응에 당황하다
국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카카오가 지난 30일 새로운 입점 정책을 발표하면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파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그동안 개발사들의 요청이 많았던 무심사 입점 제도로, 모든 규칙이 베일에 쌓여있어 바늘 구멍보다 뚫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입점 심사를 받지 않고도 카카오 플랫폼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방법을 공식화한 것이다.
무심사 입점을 할 수 있는 게임은 한국, 일본, 미국의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최고매출 및 무료인기 순위 상위 20위권 내에 7일 이상 이름을 올린 게임이다.
또한, 카카오 게임 파트너라면 누적 매출 1억 이상을 달성한 카카오 게임 하나 당 1회의 무심사 입점 기회가 생긴다. 즉,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 게임 1개의 누적 매출이 1억을 넘은 경우, 해당 게임사는 1년 내 차기 신규 게임 1개를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다.
이번 정책 발표는 그동안 불투명한 규칙으로 인해 답답함을 느껴왔던 개발사 입장에서는 나아진 상황이다. 예전에는 아예 보이지 않았던 바늘구멍이 여전히 작긴 하지만 확실하게 보이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마켓 20위권을 7일 이상 유지하는 것이나, 누적 매출 1억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누적 매출 1억은 현재 카카오에 입점한 게임사 중에서도 60%만 달성한 수치다.
하지만, 확실한 기준을 알 수 없어 발만 동동 굴렀던 과거를 비교하면 어렵긴 해도 무엇을 목표로 달려야 하는지 알게된 지금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창기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북미 및 일본 애플스토어에 지속적인 도전을 해왔고, 그만큼 실적을 쌓아온 중소 개발사들에게는 분명 희소식이다.
다만, 현재 업계에서는 이것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초창기와 달리 대기업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카카오 플랫폼이 이번 정책 발표로 인해 더욱 더 대기업에 유리한 플랫폼으로 바뀌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무심사 입점 정책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누적 매출 1억 이상 게임마다 1회 무심사 입점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는 CJ E&M,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NHN 등 대기업들은 카카오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는 프리패스권을 항상 보유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바늘구멍을 뚫고 카카오에 입성한 중소 게임사들의 신작이 대형 퍼블리셔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밀려 소리소문없이 사리지는 경우가 지금도 비일비재한데, 이번 정책으로 대형 퍼블리셔들이 신작을 자유롭게 더 많이 출시할 수 있게 됐으니, 앞으로의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또한, 해외 마켓 실적 인정 정책으로 인해 해외 대형 게임사들의 국내 진출도 매우 자유로워졌다. 국내 대형 퍼블리셔들의 압박도 버티기 힘든 상황에서 해외 게임사들까지 밀려들어오면 중소 개발사들은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답답한 측면도 있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려는 것이 이번 정책을 발표한 의도였지만, 의도와는 달리 더 많아진 기회를 중소 개발사들보다 대형 퍼블리셔들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는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갑의 위험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고 있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특정 대상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공평하길 바랐던 조치가 공평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개개인의 출발선이 아예 다른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공평한 기회가 절대 공평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힘든 심사를 뚫고 카카오에 입성해도 성공을 거두기 힘든 상황에서 대형 퍼블리셔들이 프리패스권을 앞세워 협상을 해온다면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를 거절하기 힘들어질 것이고, 그 결과 대형 퍼블리셔들은 더욱 막강해지고, 중소 개발사들은 설 자리가 없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더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중소 개발사들의 마케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타 게임간의 크로스 프로모션을 허용한다는 정책도 발표했으나, 인기 있는 게임이 대부분 대형 퍼블리셔의 게임인 지금의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정책일 뿐이다.
중소 개발사들이 이번 정책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공평한 기회가 아니라 그들만을 위한 혜택이기 때문이다. 게임성만으로 승부할 수 없게된 현 상황에서는 그들에게 확실한 혜택을 부여하지 않으면 대형 퍼블리셔들로 인해 가진 바 재능을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의 카카오의 입장을 살펴보면 플랫폼의 위력을 앞세운 갑질이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플랫폼을 주도하지 못하고 단지 밀려드는 요청사항을 처리하는데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정책 역시 심사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힘들다는 불만 사항을 일부라도 잠재우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카카오가 중소 개발사에게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갑의 행위라기 보다는 플랫폼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지관리 측면이 더 강하다. 지금부터 벌써 기미가 보이고 있듯 카카오 플랫폼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퍼블리셔들이 자체 플랫폼을 선보이며 카카오에 등을 돌리면 카카오의 미래도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카카오 측에서는 이번 정책을 시작으로 중소 개발사에 대한 지원을 더욱 더 늘려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의 모습을 봤을 때는 중소 개발사가 지원이라고 느낄만한 정책이 나올 때까지 많은 시행 착오가 예상된다.
사실 카카오가 플랫폼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문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문 안에 들어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중소 개발사들에게도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카카오를 통해 성공한 사례들만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다들 잊고 있지만 그 힘든 심사를 뚫고 입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누적 매출 1억, 즉 개발비 회수조차 못한 게임이 40%나 된다.
중소 개발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문을 넓히는 것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카카오 플랫폼에 입성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 그것을 위해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지원을 하는 것이 플랫폼 관리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임을 고려해서 향후 정책을 수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