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짓는 게임 이름, '고민은 하셨는지?'
'강남 성형미인',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흔히들 이런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 "다 비슷비슷해서 구별이 잘 안 가"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이러한 고충을 토로하는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성이 비슷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출시되는 게임들의 이름이 점점 헷갈린다는 것이다.
대중의 인지도가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연예인들도 이름이 너무 흔하거나 다른 이와 이름이 겹칠 경우에는 눈에 띄는 다른 이름을 만들고는 한다. 대중이 자신의 이름을 좀 더 확실히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의 이름을 확인해보면 앞서 언급한 이러한 게이머들의 고충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비슷한 형태 혹은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제목을 갖춘 게임들이 시장에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게임 이름을 외우기 어렵다거나 하는 이야기라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다른 게임과 헷갈린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기껏 지은 게임 제목으로 다른 게임을 연상케하고, 다른 게임에 좋은 일만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예라면 'XX 오브 XX' 형태를 지닌 게임 이름들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제목 형태는 워낙에 흔한 것이기에 '리그오브레전드'만의 독창적인 제목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리그오브레전드'가 국내에 정식으로 서비스 되고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이러한 형태의 제목을 지닌 게임들이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게임의 제목에 사용되는 단어들마저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소울, 레전드, 던전, 드래곤, 히어로 같은 단어들은 판타지 세계관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라고는 하지만, 앞서 말한 'XX 오브 XX' 형태에 이 단어들이 합쳐지면서 정말 비슷한 게임 제목들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치 규격화 된 틀에 단어를 넣고 제목을 틀에서 찍어낸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드러난다. '애니팡'이 성공한 이후 매치3 형태의 모바일 게임들은 죄다 'XX팡'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비슷한 게임성을 지니고 있더라도 자신들의 독창적인 이름을 달고 나오던 비디오게임, 휴대용게임용 퍼즐게임 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하도 비슷한 이름으로 게임이 나오다보니 모바일 퍼즐게임을 싸잡아서 '팡류' 게임이라고 칭해도 될 정도가 됐다.
물론, 게임사들이 이렇게 판에 박힌 게임 이름을 짓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완전히 새로운 명사를 만드는 것 보다는 기존의 친숙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사람들의 기억을 돕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그러한 단어를 사용하는 게임의 수가 적을 때의 이야기지, 누구나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똑같은 노선을 걷는 것은 '차별화 실패'라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의 이름과 비슷한 형태로 이름을 짓는 것은 성공작의 후광을 받아 반사이익을 보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을 거둔 게임은 이름을 잘 지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좋은 게임성을 갖춘 게임의 이름이 사람들에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비슷한 게임 이름이 범람하는 현상에 대해 한 게이머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출시되는 게임도 많고 게임성이 비슷한 게임들도 많은데, 제목까지 비슷하니 게임 이름이 헷갈린다는 이야기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는 물론이거니와 공산품도 출시되기 이전에 오랜 기간의 네이밍 기간을 거친다. 사람들이 외우기 쉬우면서도 인상적인 이름을 만들기 위해서다. 시장경쟁이 치열해진만큼, 게이머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