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게임 개발.."우리 신작 게임 개발에 AI 도입하기로 했어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 활성화되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게임 개발 방식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불과 지난해 이맘때쯤만 해도 "AI 기술을 게임에 대입한다"라고 하면 '아직 먼 훗날의 일', '과연?'이라며 갸우뚱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다양한 AI 디자인툴과 챗GPT 등을 활용한 결과물이 상업적 이용까지 가능할 만큼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게임 개발사들도 AI 도입에 진지해지고 있다.
제일 빠르게 AI의 도입이 예상되는 부분은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포함한 디자인 영역이다. 금액과 시간이 가장 많이 드는 분야면서 또 가장 빠르게 AI 결과물을 받아 들 수 있어 대체가 용이한 탓이다.
실제로 시중에 유통 중인 AI 디자인툴을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이쁘고 귀여운' 캐릭터 결과물을 손에 쥘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요상한 결과물이 많아서 재미 삼아 해 보는 정도였지만, 불과 3~4개월 만에 약점으로 지목되던 손 모양이나 이상한 구도 등도 체계를 갖춰서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온다.
방식도 간단하다. 적당히 포즈를 스마트폰으로 그려 넣고, 자신이 원하는 키워드를 영어로 넣고 계속 조정하다 보면 결과물의 완성도가 올라가는 식이다.
보통 시중에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외주를 맡길 경우 50~100만 원의 비용과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AI에게 맡기면 지포스 3060 12GB 정도의 성능을 내는 그래픽 카드만 있으면 15분 정도면 그럴듯한 결과물을 뽑아주기 때문에 '충격적일 정도의 매리트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금 여력이 없는 인디 게임사들은 너도 나도 일러스트레이터에 나갈 비용을 줄여가며 AI 연구에 한창이다.
중견 회사들 또한 바로 AI 디자인 도입은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미 마케팅 이미지 등 일부 영역은 AI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는 곳도 있다. 나아가 아예 AI 팀을 세팅하여, '일러스트레이터' 없이 게임을 개발하는 연구 팀을 만든 게임사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그래밍 분야는 어떨까. 아직까지 AI가 원하는 것을 바로 프로그래밍 처리하지는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단타 식으로 간단하게 명령해서 결과를 도출시키면 바로바로 답이 나오기 때문에, 노가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으로 거론된다.
이렇게 AI를 잘 활용하면 프로그래밍 분야 또한 기존 대비 절반 이상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는 개발자들도 있으며, 일부 개발자들은 이미 AI를 통해 결과물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성우'나 'BGM'(BackGround Music, 배경음악) 등도 AI에 위협받고 있다. 이미 시중에는 AI를 활용하여, 월 7~8만 원만 내면 30명의 AI 성우를 사용할 수 있는 성우 서비스가 있다.
또 키워드에 맞게 BGM을 생성해 주는 AI 기술 기반의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외주를 알아볼 필요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게임 개발에 AI가 급속하게 도입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결국 창의적인 기획력과 사람들을 직접 마주치는 운영 능력이 게임사 내에서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80%의 일을 AI가 처리하면 나머지 20%의 허드렛일을 인간이 맡아서 다듬는 방식의 개발 방식이 확산되고,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이냐는 초반 기획력과 사람을 마주하며 밀고 당기는 운영 능력이 회사의 사활을 거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AI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요해짐에 따라 게임업계에서도 'AI 검색사' 같은 식의 새로운 업무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윤장원 동명대 미디어공학부 교수는 "당장 AI 때문에 디자인 분야도 화풍과 개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본다."라며 "또 많은 인력이 AI 때문에 실직하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싶은 인재들은 AI를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할 것이며, 또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