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리’ 역 칼리나 리앙 “스트리트 파이터 실사 영화, 춘리 몸매 위해 하루에 달걀 12개 먹었다”
“이 복수를 끝내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춘리 역의 칼리나 리앙이 스트리트 파이터 실사 영화를 준비하며 고민한 질문이다. 리앙은 춘리를 복수심으로 버티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은 외면하는 인물로 해석했다. 강인한 격투가의 모습 뒤에 숨은 외로움과 분노,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까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는 류와 켄 마스터즈가 춘리의 제안으로 월드 워리어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대회에 숨은 음모와 마주하는 이야기다. 키타오 사쿠라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앤드류 코지와 노아 센티네오가 류와 켄을, 리앙이 춘리를 연기한다.
리앙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스릴러 영화 프레즌스에서 클로이를 연기했고, 드라마 텔 미 에브리싱과 영화 배드 지니어스에도 출연했다. 이번에 맡은 춘리는 어린 시절부터 각별한 애정을 품어온 캐릭터다.
“어릴 때부터 춘리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그랬던 제가 이렇게 멋진 실사 영화에서 직접 춘리를 연기할 기회를 얻고, 정말 대단한 역할까지 맡게 됐다는 게 아직도 꿈만 같아요.”
베이징에서 자란 리앙은 학교나 발레 수업이 끝나면 할머니와 동네 오락실에 갔다. 스트리트 파이터를 할 때마다 고른 캐릭터도 춘리였다. 자신과 같은 중국인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 반가움을 느꼈고, 화려한 기술과 승리했을 때 브이자를 그리는 모습도 좋아했다.
캐스팅 소식을 들었던 순간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공원에서 운동 수업을 마치고 책을 읽고 있던 리앙에게 사쿠라이 감독이 직접 전화해 합격을 알렸다. 리앙은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보자 엄지를 치켜들고 괜찮다고 외쳤고, 이어 에이전트들에게 전화해 자신이 먼저 합격 소식을 전했다.

“‘춘리를 인간적으로 만드는 건 뭘까?’라는 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죠.”
꿈에 그리던 역할을 맡았지만, 익숙한 모습만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리앙은 춘리의 기존 이야기를 충실히 가져가면서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을 찾으려 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복수심 뒤에 가려진 고독이었다. 춘리는 분노가 많고 어두운 면을 지닌 인물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버티고 있다. 리앙은 그런 춘리에게도 감정을 풀어낼 방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영화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 역시 춘리가 나름대로 버티는 방법이자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요소로 받아들였다.
복수를 끝내면 삶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들여다봤다. 리앙은 춘리가 자신의 진짜 감정과 마주하지 않으려고 복수에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춘리에게 류와 켄은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다. 친구가 생길 것이라고도, 누군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도 기대하지 않았던 춘리는 두 사람과 같은 목표를 좇으며 함께 움직이게 된다. 리앙은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던 춘리가 동료를 얻는 과정을 아름다운 변화로 봤다.

“춘리를 떠올리면 역시 다리부터 생각나잖아요. 춘리에게 다리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예요. 춘리의 기술은 전부 다리를 쓰고, 말 그대로 모든 힘이 다리에서 나오니까요.”
춘리의 내면을 고민하는 동시에, 특유의 외형을 구현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특히 다리는 춘리의 격투 기술과 이미지를 모두 상징하는 요소였다.
리앙은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에 부담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캐스팅 이후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두어 달뿐이었다. 그 안에 최대한 몸을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식단도 바꿨다.
본격적으로 몸을 키울 때는 하루에 달걀을 적어도 12개씩 먹었고, 두 시간마다 식사하며 약 4천 칼로리를 섭취했다. 짧은 준비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쏟았다는 설명이다.
“몸에 패드를 덧대거나 하는 건 원하지 않았어요. 영화에서 보이는 건 전부 실제 제 몸입니다. 그리고 후회는 전혀 없어요.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요.”
훈련으로 몸을 만들었다면, 의상은 춘리로서 자신감을 더해줬다. 의상감독 킴 배럿은 익숙한 외형을 살리면서도 리앙이 편하게 움직이고 싸울 수 있는 의상을 준비했다. 완성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리앙은 결과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졌다고 회상했다.
“처음으로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전부 마치고 그 의상을 입었던 날이 기억나요. 거울을 보면서 ‘말도 안 돼… 이게 정말 나라고?’ 싶었어요.”

그 모습으로 춘리의 대표 기술을 선보이는 일도 즐거웠다. 리앙은 ‘스피닝 버드 킥’과 ‘백열각’을 촬영하며 특히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백열각으로 상대를 벽에 몰아붙이는 장면에서는 멈추지 않고 발차기를 퍼부어야 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저만의 춘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했는지가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요.”
춘리의 모습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참고 자료는 원작이었다. 리앙은 이전 실사 작품에서 춘리를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게임과 애니메이션, 코믹스 속 춘리에 집중했다. 다른 배우의 해석을 따라가기보다 원작에서 춘리의 특징과 감정을 찾고, 이를 자신의 연기로 표현하려 했다.
리앙은 이번 영화 역시 원작의 과장되고 황당한 면까지 온전히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봤다. 사쿠라이 감독과 제작진이 스트리트 파이터를 다른 무언가로 바꾸려 하지 않았기에, 그 안에서 캐릭터의 감정과 유머도 살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칼리나 리앙은 “저희가 이 작품에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 관객분들도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희가 만들면서 즐거웠던 만큼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면서 신나게 즐겨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