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역 앤드류 코지 “스트리트 파이터 실사 영화, 류를 이해하려 최배달을 참고했다”
“류에게는 명성도, 사람들의 관심도, 돈도 중요하지 않아요. 류가 원하는 건 오직 무술과 싸움을 통해 계속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거예요.”
류 역을 맡은 앤드류 코지는 스트리트 파이터 실사 영화 속 류를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인물로 해석했다. 강한 상대를 꺾는 것만큼 자기 안의 어둠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한 격투가라는 것이다. 코지는 과묵한 겉모습에 가려진 류의 갈등과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는 류와 켄 마스터즈가 춘리의 제안으로 월드 워리어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대회에 숨은 음모와 마주하는 이야기다. 키타오 사쿠라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코지가 류를, 노아 센티네오가 켄을, 칼리나 리앙이 춘리를 연기한다.
코지는 브루스 리의 구상에 바탕을 둔 무술 드라마 워리어에서 주인공 아 사힘을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다. 스네이크 아이즈에서는 스톰 섀도를 맡았고, 불릿 트레인에도 출연했다. 무술과 액션을 꾸준히 선보여온 그에게도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류를 연기하는 일은 특별한 도전이었다.
첫 스트리트 파이터가 출시된 1987년에 태어난 코지는 어린 시절 2편을 즐기며 늘 류를 골랐다고 한다. 일본인 캐릭터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어릴 때 제가 딱 저렇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모습이었으니까요. 솔직히 그냥 멋있었어요.”
당시에는 게임에서 직접 선택해 즐길 수 있는 아시아계 캐릭터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류에게 끌린 이유였다. 코지는 그만큼 직접 연기하게 됐을 때의 부담도 컸다고 회상했다.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팬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코지가 특히 경계한 것은 류를 과묵하고 진지한 무술가로만 그리는 일이었다. 익숙한 특징만 보여주다 보면 류가 지닌 인간적인 매력을 놓칠 수 있다고 봤다. 캐스팅 전부터 약 1년 반 동안 프로듀서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그는, 그때부터 조금씩 류를 이해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류를 연기하면서 가장 크게 참고한 인물은 극진 가라테를 창시한 전설적인 실존 무도가 최배달이었어요.”
코지는 산속에서 혹독하게 수련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한곳에 머물지 않았던 최배달의 삶에서 류와의 공통점을 찾았다.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도 참고했다. 무사시의 저서 오륜서를 비롯해 무술과 전략, 철학에 관한 글을 읽으며 류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 인물인지 고민했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코지가 바라본 류는 상대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도 싸우는 인물이었다. 류를 위협하는 ‘살의의 파동’을 내면의 어둠으로 해석하고, 분노와 우울 등 여러 감정에 흔들리면서도 수련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려는 모습에 주목했다.
“류에게 싸움은 명성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에요. 첫 스트리트 파이터 대회에서 우승한 뒤에도 그냥 떠나버리잖아요. 우승했는데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류에게는 오히려 실패였던 거죠.”
코지는 이러한 태도가 켄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켄과 달리, 류의 관심은 무술을 통해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류의 삶을 이해하는 데는 코지 자신의 경험도 도움이 됐다. 당시 일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릴 여유가 없었고, 일상이 훈련과 작업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이러한 생활이 류의 모습과 겹치면서 캐릭터에게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면을 연구하는 한편, 류를 상징하는 기술을 직접 구현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가장 즐거웠던 기술은 ‘파동권’이었다. 코지는 쇼토칸과 고주류 등 여러 가라테 유파를 수련하며 다양한 동작을 시도했다고 회상했다.
“촬영할 때는 솔직히 제 손 사이에 특수효과를 넣어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조명 기준을 잡기 위한 전선 달린 장치를 들고 있어야 했어요!”
코지는 마치 급하게 만든 전구를 손에 들고 연기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촬영할 때는 별로 재미있지 않았지만, 완성된 영화에서는 파동권이 멋지게 구현돼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배우로서 쌓아온 연기 경험과 그동안 수련한 무술을 함께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뜻깊은 작업이었다는 설명이다.
켄 역의 센티네오와 함께 준비한 과정 역시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두 사람은 몸을 키우는 운동에서 서로 자극하며 경쟁했고, 촬영장 밖에서도 끊임없이 장난을 주고받았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붙었어요. 헬스장에서도, 사우나에서도, 바비큐를 먹을 때도, 촬영장에서도, 촬영장 밖에서도요. 심지어 어젯밤에도 문자로 한바탕 신경전을 벌였어요.”

두 배우는 영화 속 류와 켄처럼 투닥거리면서도 액션을 준비할 때는 서로를 도왔다. 액션 촬영 경험이 더 많은 코지는 센티네오에게 카메라 앞에서 동작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알려주려 했다. 센티네오 역시 배우려는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며, 코지는 함께한 시간을 유쾌하게 돌아봤다.
이처럼 기술과 외형은 물론 동료와의 호흡까지 준비하면서도, 코지가 끝까지 고민한 것은 류를 한 사람으로서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이 인물을 흥미롭고 입체적이면서도 여러 면을 지닌, 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 바탕에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같은 관객을 향한 마음도 있었다. 자신이 류를 보며 동경했던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류가 의미 있는 인물로 다가가길 바란다는 것이다.
끝으로 앤드류 코지 “이번 영화에서 저희가 류의 섬세한 면과 깊이까지 제대로 담아냈기를 바라요. 그게 중요한 이유는 어딘가에서 이 캐릭터를 바라보는 아시아계 아이나 아시아계 혼혈 아이가 분명 있을 테니까, 그 아이들에게 류라는 인물이 제대로 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